김화연
상수리나무는 자글자글 주름이 많다
우여곡절이 나무의 나이테를 만들고
계절을 돌본 고생이 만든
몽고주름 눈두덩이는 다 슬하를 돌보는 힘이라고
가을이 되면 툭툭 잘 익은 잔소리를 떨군다
그런 상수리나무의 잔소리를 듣고
꼬리가 예쁜 숲은 겨울의 식량을 저장하고
잡식의 우거진 털은 제 몸에다
탐식의 두께를 더한다
들을 준비만 되어 있다면
숲의 주름살이 바뀌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귀를 열고 상수리나무의 한 그루를 듣고 온 날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엔 상수리나무의 동년배쯤 되는
주름 많은 얼굴이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었다
그 주름 속엔 몇 명의 자식들과
뭉툭한 옹이 같은 옛날 말들이 들어있다
휩쓸리지 않고 열매를 키워내는
나무는 없을 것이므로 푸른 이파리
다 떨어진 뒤의 나뭇가지들 같은 주름은
촘촘하게 얽힌 바람의 흔적이다
연두색 햇순이 오르며 크는 가지들의 성장과
휘어지고 꺾어진 가지의 낙하가
반가움과 수심으로 틈을 채우는 중이다
주름은 세월을 가로 세로로 촘촘히 접고 있다
웃음 반, 울음 반에 섞여 접힌 흔적의 주름
표정을 잘 살피면 슬픈 일과 즐거웠던 날의
비례를 읽을 수 있다
이리저리 바람에 휩쓸리는 나무들
알고 보면 웃는 중일 테고
또 우는 중일 것이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