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함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4월은 생명의 계절이다.
일찍이 단테가 신의 예술이라 일컬었던 자연에서
만물이 소생하고, 가지마다 꽃망울이 맺히며,
따스한 햇살이 대지를 감싸는 계절이다.
그러나 문학 속 4월은 그리 순탄치가 못했다.
T.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라 노래했으며
단테는 인생의 길을 잃고 어둠 속을 헤매던 순간이라고
떠올렸다.
생명의 환희와 허무의 그림자가 교차하는 이 계절,
우리는 올바로 가고 있는가.
4월 어느 봄날,
『신곡』(Commedia)의 첫 장면을 떠올려 본다.
단테는 삶의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캄캄한 숲을 헤맨다.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섬뜩한 문구가 새겨진 지옥의 문 앞에 선다.
절망의 극한에 다다른 순간, 그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신곡』의 여정은 그렇게 지옥에서 시작되어
연옥에 다다르나 마침내 천국으로 향한다.
단테는 인내하고 기다리며 자신의 길을 찾았다.
그의 삶과 꼭 닮아있는 그의 본명 ‘두란테(Durante)’는
‘참고 견디는 자’라는 뜻이다.
그가 우리에게 속삭인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욱 찬란하다고.
희망은 가장 깊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움튼다고.
4월, 어쩌면 지쳐 쓰러지고 싶을 만큼 잔인한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란테처럼 걸어보자.
어둠을 뚫고 나아가며, 우리 앞에 펼쳐질 길을 믿어보자.
그리고 그의 가르침을 기억하자.
“네가 따라야 할 빛을 따르라.”(Segui il tuo lume)
그 길 끝에는 분명, 우리만의 천국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