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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Feb 14. 2022

자코미누스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

좋아하는 색을 표지로 삼은 책은 한번 더 눈길이 간다. 더군다나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은 더더욱. 그런데 작가의 인사글은 더 날 끌어당기기 충분하다. 단숨에 읽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책.

여러 날 동안 매일, 천천히, 조금씩 본 그림책.

표지를 넘기고 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번호가 있어서 찾아 읽는 재미도 있지만 주인공

주인공 자코미누스의 삶이 시작과 끝나는 장면들을 보고나면 호흡이 잠시...멈추다가 후...하며 여러가지 감정이 스며든다.


자코미누스의 아기때부터 노인의 삶에서 삶 전체가 흘러간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아무도 미리 알 수 없는

그 날이 왔어요. 자코미누스는 문득 생각했어요.

나는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었지. 내 삶은 소박했어.

평범한 삶이었지만 용감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이었지.

자기 일을 잘 해낸 작고 좋은 삶이었어.

나의 소박한 삶이여, 나는 너를 많이 사랑했단다.

너는 나를 밀어뜨려 다리를 절게 하고 힘든 시간을

주었지만 나는 너를 정말로 사랑했어. 그리고

나의 늙음이여, 너도 알고 있니? 너는 정말로 겪어 볼

가치가 있었다는 걸! 그날, 자코미누스는 아몬드 나무

아래에 누워 편안하게 잠들었어요."


요즘같은 때.

작년과 올해가 끝과 시작점에 만나는 이 때 읽은 그림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들.


작년과 다른 건강에서 오는 마음들.

작디 작은 일상이지만

평범한 하루의 시간들이 쌓여

자기 삶의 여정을 만들어간다.

내 삶에서

남의 삶에서

저마다의 삶에서

"인생"과 "삶"의 연속선에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 장면 한 장면이 명화같은 웅장함과 섬서함에서 작가의 담담하고 따뜻하게 위로가 전해진다.


작자의 말처럼

'주어진 삶의 모습은 다른 빛깔이지만 모두 귀하다는

진실'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되는 소장각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읽고 떠오르는 몇몇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모두 찐한 감동을 받아 좋아하신다.

뭉클한 장면들이 많아서 지나온 나를, 요즘의 나를, 살아갈 나를 생각해 본다. 특히 갱년기를 겪는 요즘의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준 그림책이다.


주어진 삶은 다른 빛깔이지만 모두 귀하다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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