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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27. 2022

[고.그.담9] 남편의 두꺼운 벽을 허물 수 있을까요?

남편과 성격이 안 맞아서 고민인 아내 <달라서 좋아요>

지난 고그담에서는 성별과 성격이 다른 남매의 사연이었는데요, 오늘 아홉 번째 사연은 남편과 성격이 안 맞아서 고민인 아내 이야기입니다.      


Q. 저와 성격이 다른 게 결혼했는데 지금 저희 부부는 서로 앙숙이에요.

정리 정돈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한 남편, 저는 편한 게 좋으니 불편하지 않게 살자는 편이구요, 이성적이고 판단이 분명한 남편과 감성적이고 좋은 게 좋다는 저와 많이 달라요. 저는 연애할 때 남편이 가진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명확하고 단정해서 좋아서 결혼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장난 아니게 힘들어요. 서로 답답해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에요. 저도 남편도 서로 지쳐서 지금은 한집에서 살지만, 우리는 거의 남남처럼 지내거든요. 예전처럼, 아니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은데 남편은 자꾸 더 멀어져 가는 것 같고, 이러다 완전히 등 돌려 살까, 사실 이혼할까 두렵기도 해요.        


A. 결혼한 부부들을 보면 결혼한 사연들이 있습니다. 부모님 병환이 깊어 더 늦기 전에 결혼을 서둘러 하신 분들도 계시고, 여러 가지 이유로 떠밀려 결혼하거나 철없이 저지른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한 부부도 있지요. 어떤 부부는 연애 시절 서로의 다른 점이 좋아도 너무 좋아서 그 모습을 보면서 위로받고 자신의 욕구를 대리만족하면서 좋아 결혼하신 부부들도 있습니다.     


부부가 결혼한 이유는 다 다릅니다. 결혼할 때의 좋았던 점이 결혼 이후 싫어서 다툼의 재료가 되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듯 오히려 서로 다르니까 더 관심이 가고 애정이 쏠리고 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서로 보완해주는 역할로 살아가면 훨씬 행복하게 느끼실 수 있을테고, 때로는 너무 비슷해서 서로 크게 애쓰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주는 비슷한 N극과 N+, S극과 S+로 이해를 돋궈주는 성격들로 살아가는 부부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다 다른 이야기들로 펼쳐지고 있고, 다른 이야기에는 다른 상황, 다른 모습, 다른 요소들이 여기저기 들쑥날쑥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 돌발 상황들도 발생하지요. 서로가 같아서 덜 다투고, 서로 달라서 더 다툰다고 생각하기 다 서로 이끌렸던 점들, 서로 보완해서 좋았던 것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세요. 아주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다르다는 것은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반면, 달라서 좋기도 하지만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갈등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 느낀 긍정감정이 부정감정으로 올 때 주변 상황이 달라진 것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아요. 각자는 다른 것에 궁금하고 자신이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가집니다. 새로운 것, 새롭게 알아가는 기회가 되는 것,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접하면서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해요. 서로 다르고 같다며 이해하면서도 서로 달라서 오해와 만나기도 합니다. ‘다르다’는 분명 ‘틀리다’와 다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서로 다르기 때문에 끌렸음에도 서로를 인정하기보다 서로 틀리다는 이유를 붙이며 사사건건 각자의 생각을 내세우다 보면 잦은 갈등 관계가 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달라서 좋아요⌟후세 야스코 저, 김향금 옮김, 대교출판사의 그림책 입니다.    

     

닮은데 라고는 하나도 없는 동그라미와 세모가 만났습니다. 어디든 잘 굴러가는, 특히 비탈길에서는 최고의 속도를 내고 굴러가는 동그라미는 부러워하는 세모입니다. 구르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낭떠러지에 떨어질 위험한 상황에서 동그라미를 세워주는 건 세모였어요. 달라도 너무 다르고 비슷한 곳은 찾을 수 없는 세모와 동그라미 인데요, 서로를 의지하며 누구보다 서로 위하고 친한 사이가 됩니다. 배고픈데 무엇으로 식사 준비를 할까요? 피자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침 그런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아뿔싸, 캔을 딸 수 없어 고민일 때 세모는 캔을 조심스럽게 개봉해 주고 토핑이 많이 들어간 맛있는 피자가 되었습니다. 와~ 맛나 보이네요.  

    

어떠세요? 그림책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달라서 피하고, 달라서 좋아하는 우리지만 서로의 상황을 맞닥뜨릴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있어도 그만인 부부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냥 다 좋을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모두 다 나쁘지만은 않다는 거 아실 겁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금의 마음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은 필요하다는 건 아시겠지요? 힘들 때 곁에 묵묵히 있어 주는 거, 어려울 때 등 돌리지 않는 거,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 마음과 몸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머리로만 ‘서로가 다르다’, ‘이해하기 힘들다’로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세요. 마음이 움직이는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나중을 기약하며 기다리기보다, 지금 움직여 보세요. 그리고 믿어주세요. 터널을 통과하듯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그리고 안 맞는다고 등을 돌리기 전에 ‘안 맞지만 맞는 것도 있지 않을까?“를 한 번도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아 답답하고 보이지 않는 터널을 여전히 지나가야 하는 낯섦이 있겠지만 이혼을 원하지 않고 남남처럼 지내고 싶지 않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실, 어렵지요. 10년 넘게 그렇게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다가가려니 낯도 간지럽고 낯설고 그럴겁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고 이제 시부모 쪽도 안정(시어머님의 허리 수술이 잘 되어 혼자서도 걸어 다니고 일상 복귀가 되셨어요)이 되셨다고 하니 이젠 예전 관계로 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대화를 시도해 보셨으면 합니다.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하셨잖아요. 이성적이라 차갑고 감정적이라 따뜻하다는 이분법적인 판단은 내려놓고 말입니다. 힘들게 시부모 병환 지켜본 아내가 지쳐서 그랬다면 이제 지치지 않았다고 표현해 보세요.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달라서 더 가까워질 기회들이 많을 겁니다.     

 

오늘 용기 내는 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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