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27. 2022

[고.그.담 10] 아이들이 재혼을 반대해요.

이혼 어머니의 고민. <특별한 손님>

고그담(고민을 그림책에 담다) 열 번째 사연은 어느 이혼 어머니의 고민 입니다.            

  

Q.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혼 여성입니다.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는 남자가 있어요. 상대방 남성도 이혼해서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의 두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서로 이혼한 뒤 볼링 동아리에서 만나 사귄 지 2년 남짓 됩니다. 처음에는 둘이서만 만났는데 주말에 서로의 아이들을 데리고 볼링장에서 우연을 가장(?)해서 만나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종종 만나고 있어요. 서로 친하게 된 계기는 남자친구와 저는 서로 아들을 키우고 있고, 아이들 나이 또래도 비슷해서 서로 교감이 잘 통하는 편이에요. 내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을 잘못하는 게 있어 물어보려 해도 이혼한 가족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싫어요, 일일이 과정을 다 이야기 해야 하는 것도 싫구요. 그런데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는 저와 같은 처지로 이혼해서 아이들과 살고 있고 아들을 키우는 공통점도 있어서 말이 잘 통하는 거예요. 동지를 만난 듯한 느낌과 남편은 없지만 남자친구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그런 거요. 아이들도 조금 친해졌다 싶고 저도 재혼할 생각이 있어서 남자친구 집에 차 마시러 간 적도 있고, 남자친구도 제 집에서 주말에 같이 저녁을 먹기도 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볼링장에서 만나거나 카폐에서 만날 때는 아무 말 없던 제 아들이 아저씨네 아들이 자신에게 “엄마가 아저씨 아이들 밥까지 차리고 청소하는 게 싫고, ‘형!’이라 불리는 것도 싫다”고 말해서 곤란해요. 재혼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A. 이혼 한뒤 자녀가 없어도, 자녀가 있어도 재혼에 대한 것은 초혼 때의 설레임과 다른 감정이 든다고 합니다. 더 잘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성과 다시 이혼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강해서 양쪽 가정을 돌보는데 있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수 있거든요. 낯선 상황의 상대를 또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심리적 부담감이 큽니다. 더구나 서로 자녀가 있을 시에는 신경써야할 부분이 한층 늘어나게 되니 잘 해 보겠다는 마음만큼이나 재혼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부모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같은 마음입니다.   


읽어드리고 싶은 그림책은

에널레나 매커피 글, 앤서니 브라운 그림, 허은미 옮김, 베틀북 출판사의 <특별한 손님>입니다.


이혼하여 여자아이와 아빠가 살아가면서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케이티는 아빠와 단둘이 조용하게 살고 있던 어느 날, 케이티의 집으로 아빠의 여자친구 메리 아줌마와 그의 아들 개구쟁이 션이 놀러 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점차로 케이티 자신의 영역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메리 아줌마와 션이 불편해진 케이티는 그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아빠에게 화를 냅니다. 불만 섞인 말과 행동을 보이는 케이티로 인해 마침내 메리 아줌마와 션은 케이티 집을 떠납니다. 케이티는 잠시 기뻐하지만 든 자리보다 난 자리에서 허전함을 느끼게 됩니다. 메리 아줌마와 션의 부재에서 케이티는 생각지 못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음을 깨닫고 아빠랑 메리 아줌마네 집에 놀러 갑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한 곳이지만 다시 익숙해질 가족을 만나는 것이겠죠.     


이혼과 새로운 가족, 그 모든 문제는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 진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아이들의 필요로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도 합니다. 부모는 기존의 가족에서의 부재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자녀의 양육의 새로운 가족을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생각과 마음도 있지만, 그에 앞서 부모는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려할 때 아이 내면에 상처가 남아있지 않는지, 아이가 지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소외되고 있음을 느낄 때도 있고, 다른 가족과 새로운 가정을 가지는 데 있어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거든요. 본인이 감수해야 할 것도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걸 감당하고 싶지 않고 미루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작은 것에 마음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어른이 아닌 지금 상황의 아이들입니다. 혹여 예상하지 못하거나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어요.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바꾸려는 마음 애씀보다, 미리 살펴 서로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자녀와 부모가 원하는 것이 서로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좋은지, 그 밖의 것 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하면서 소통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어느 때 보다 더 나은 미래와 새로운 가족을 위한 준비는 같이 상의하고 마련해 가시면 지금의 불안이나 걱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전 10화 [고.그.담9] 남편의 두꺼운 벽을 허물 수 있을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