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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Oct 07. 2019

이게 정말 나일까?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야.

“당신은 누구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할까요? 이 질문에 선뜻 나올 수 있는 대답은 자신의 이름 정도, 아니면 소속을 이야기하는 정도로 단편적인 대답밖에 못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평소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가령,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라는 말에도 “글쎄요... 뭐 다 잘 먹어요.”라든지 “요것, 조것만 빼면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은 없어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자장면을 좋아해요”, “고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오리고기를 가장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죠. 그런데 다들 자기표현과 자기인식이 약한 편이라 질문에 답하기 곤란하다고들 합니다. 왜 이렇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게 힘들까요?

어릴 적 숙제하기 싫거나 학원가기 싫으면 가짜인 ‘내가 하나 더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해 본 적이 있어요. 어른이 된 지금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을 때나 뭔가를 정말 하기 싫을 때도 ‘손오공처럼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 더 생겼으면’하고 생각할 때가 있구요. 가짜는 열심히 일하고 진짜인 나는 어딘가에서 두 다리 쭉 뻗고 호캉스나 바캉스를 즐기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거든요.    

이런 상상을 하는 사람이 저 말고도 많을 거예요. 일시적 퇴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반적 퇴행이나 퇴행 후 돌아오지 않으면 문제지만 이런 잘잘한 상상을 하면서 웃으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상상 퇴행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이 상상적 퇴행이 아주 잘 표현된 그림책이 있어요.< 이게 정말 나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어요. 주니어김영사


자기를 대표하는 성격이 무엇인지 탐색하기 전에 가장 먼저 자신에 대해 표현하기 편한 것은 자신이 잘 아는 가족사항과 자기의 신체사항이 있겠죠. 그리고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자신이 잘 하는 것과 잘 하지 못하는 것,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찾아가다 보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기를 알게 되어요. 가족들이 말하는 나, 주변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 내가 아는 나를 찾아가는, 즉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어때요 쉽죠?

이렇게 쉽게 나올 대답을 왜 지체되는지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평소 자기에 대해 들여다보기가 약하거나 일에 치여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보여져요.


저도 사실 이렇게 글로 쉽다고 말씀은 드리지만 실제로 해 보려니 잘 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평소 좋아하는 그림책에 나를 살펴볼 수 있는 그림책 중에 하나인 <이게 정말 나일까?>로 한 가지만 짧게 시도해 보았어요. 오늘은 장난기가 발동하네요.

이렇게 장난스럽게 부담스럽지 않게 자기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면서 ‘겉으로 보는 자기 모습의 특징’, ‘겉으로 보이지 않는 자기의 특징’을 찾아간다면 조금이라도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아까 보다는 조금 빠르게 답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자기의 특성만을 이야기 한다고 정말 자신을 다 표현할 수는 없어요. 이 책 <이게 정말 나일까?>이 정말 좋은 비유를 했어요.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 생김새가 다른 나무같은 거래. 자기 나무의 종류는 타고나는 것이어서 고를 수 없지만 어떻게 키우고 꾸밀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대’라고 해요. 다양한 사람들을 한 사람처럼 규정하는 것도, 하나의 인격체인 나를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도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자기가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것도 어렵고 조심스럽지만 한 단어로 규정하는 건 더 조심스럽고 더 힘들어요.    


그보다 더 어렵고 조심스러워서 과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요. 바로 ‘성장’입니다. 자연적인 시간의 흐름에 자기의 외현적 모습의 변해가는 ‘외모의 성장’이 아닌 ‘나를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의 ‘내면의 성장’이 중요해요. 유전으로 정해진 ‘나’도 있을 테지만 자기의 타고난 본성을 유지하고 자기다운 ‘내적 성장을 위한 노력’으로 정말 자기다운 면모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한거죠. ‘자기다움’이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움’이고, ‘나답기’ 위해서는 ‘나의 참 자기는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한 마디로 규정되는 자기가 아니라 정말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것들, 자기만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을 통해서 성장시켜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경험해보지 않은 자기가 아닌, 경험을 해보고 자기를 찾아가는 성장의 길의 시작이 바로 ‘이게 정말 나일까?’를 고민하는 첫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중간 쯤 이런 글이 있네요.

<나는 옛날부터 나였어>

‘어렸을 때 좋아하던 것은 지금도 좋아하니까

내 안에는 아기 때부터의 내가 모두 들어있을거야‘

재미있죠?

본연의 자기.


<나는 단 한 명밖에 없어> 하며 마무리 짓는 그림책.

여러분들도 이 세상에 유일한 사람이라는 거 아시죠?

그리고 현재 진행중이니 겁먹지 마시고

당당하게 자신있게 살아가는 겁니다. 아자!

그리고 나는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야.


#그림책 #어른도읽는그림책 #김은정감성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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