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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글 Jan 29. 2023

꾸준히 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

테니스를 10개월간 배우면서 느낀 것들

들어가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게 주어지는 것들을 빠르게 익히고 성과를 내는 거에 익숙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한 달여간 준비하여 성과를 냈어야 했고 대학교도 거의 비슷했습니다. 전공과목이나 교양과목 등 분야의 차이와 난이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빠르게 파악해서 높은 성적을 받는 게 중요했습니다. 사회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새로 배치받아서 기존 담당자의 업무를 빠르게 메꿔야 했고 최소한 일 인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적응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어느새부턴가 빠른 시일 내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못하고 있는 것이지?" , "나에게 맞지 않은 건가?", "나는 충분히 시간을 투자했는데?"와 같은 의문과 함께 성과 없이는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잘 견디지 못하는 상황도 만나곤 했습니다.


오늘은 스피드, 빠르게, 신속하게 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꾸준히 그리고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1. 테니스를 등록했어요.

'22년 3월 테니스가 해보고 싶어서 등록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급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테니스 레슨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할 수 있는 강좌가 있었는데요. 어차피 당장 성과나 퍼포먼스가 필요한 게 아니었고 긴 호흡을 가지고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배우는 속도와 실력 상승이 조금 느릴 수 있겠지만 주에 한 번씩 레슨을 받기로 했습니다.

보통 스포츠는 아이템이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레슨 학원에서 테니스 라켓이 준비되어 있었고 어차피 당장 코트에 나가서 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테니스 관련 장비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천천히 구매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자세도 안 나오고 잘 안되더라

평소에 테니스를 즐겨보는 것도 아니고 기본자세도 모르는 상태로 레슨을 등록했기 때문에 완전 기초부터 시작했습니다. 공을 맞추기 위해선 기본적인 자세를 배워야 했는데요. 처음 해보는 자세이다 보니 내 것으로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특히 주에 1번만 배웠기 때문에 쉽게 자세를 잊어버리기도 했고 분명 아는 것 같았지만 한주가 지나서 다시 해보면 잘 안되기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테니스가 저랑 잘 안 맞는 운동인가 라는 생각도 들곤 했었지만 처음부터 긴 호흡을 가지고 시작했던 운동이기에 조금씩 조금씩 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레슨 학원에 갔습니다.

3. 테니스에도 복리가 생기더라  

배움에 복리가 있다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테니스에도 그게 적용이 됐습니다. 과거에 배운 자세에서 조금씩 자세를 추가하거나 회전을 배우는 등 하나가 완성되면 거기에 붙일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특히 공을 치기 위해 공과의 거리를 파악하는 게 참 어려웠었는데요. 그게 어느 정도 몸에 익은 뒤에는 포핸드와 백핸드 모두 타점에 맞추기가 한결 쉬어졌습니다. 그리고 타점이 어느 정도 좋아졌을 때는 새로운 스텝을 배우면서 테니스 자세를 조금씩 고도화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복리로 붙여야 할게 많습니다. 테니스 선생님과 랠리를 주고받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고 서브도 스윙자세가 완벽하게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복리의 마법'을 믿고 꾸준히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가 보려고 합니다.


4. 잘하지 못해도 꾸준히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어느새부턴가 잘하지 못하면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이기지 못하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테니스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습니다. 못해도 재미있습니다. 정확히는 못하는 걸 인정하고 하나씩 하나씩 개선되고 나아지는 제 모습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지금 부족하지만 매주 월요일에 테니스 레슨을 받으며 하나라도 더 배워서 고쳐지는 저의 자세를 볼 때면 나름 뿌듯합니다. 그리고 오늘 개선한 부분이 다음 주에 배울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다시 또 뿌듯합니다. 잘하지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마치며

지난주 테니스 레슨을 마치고 레슨 코치님께서 "이제 밖에 나가서 쳐도 되겠는데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가면 더 배울 지도 커지고 막상 해볼 만하실 거예요."라는 말씀을 주셨는데요. 이 말을 듣고 저는 동대문에 가서 테니스라켓을 구매했습니다. 테니스를 시작하고 약 1년 만에 테니스 라켓을 구매한 것이지요.

아직 저의 실력은 명백히 '테린이' 수준입니다. 하지만 매주 매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한 번도 치기 어려웠던 테니스 공을 이제는 조금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올해에는 저에게 '테니스' 같은 존재를 만들어보고 처음에는 부족할 수 있겠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친해져 보고 재밌어지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떠실까요?

모든 게 처음부터 잘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당장 잘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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