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가득, 매미가 우는 계절이면 떠오르는 추억이다.
맴맴, 매앰맴, 매애앰맴.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면 여지없이 여름임을 눈치채곤 했다. 뙤약볕에 끈적끈적한 이 계절을 무척이나 기다렸다는 듯 애타게 운다. 오랜시간 잠들었다 15일간 눈을 뜨는 매미는 종족 번식을 위해 애타게 울다 또 다시 생을 마감한다.
하루는 밖으로 나서는 중이었다. 야심차게 공들인 메이크업은 금세 녹아내렸고, 온갖 구멍에서 뿜어져나오는 땀방울이 몸 곳곳을 헤엄쳤다. 축 늘어진 어깨에 오른손엔 선풍기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집 안에서만 볼 수 있던 선풍기는 어느새 들고 다닐 수 있는 모양이 되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 가끔 반가울 때가 이런 때다.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에어컨은 없을까? 길가에 서있는 가로등에서 에어컨이 나올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도 한다. 왠지 언젠가 생길것만 같다.
약속 장소로 향하던 때, 오른발을 쭉 뻗어 내미는 순간 발톱부터 머리끝까지 쎄-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쭈뼛 섰다. 이 걸음을 내딛으면 안될 것만 같았는데, 이미 뻗어진 내 다리는 중력을 이기지 못해 바닥과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결국 떨어진 내 발.
'사그락 바사삭.'
아 뭐지. 낙엽이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지금은 여름이다. 이파리는 초록하게 매달려 있다. 떨어질 시간도 아니다. 뭐지. 과자 부스러기일까. 아 대체 뭐지. 하는 생각을 하며 눈동자를 천천히 아래로 내리깐다. 인상 찌푸리며 실눈 뜨고서 바라본 그 자리엔 시커먼 날개와 발이 보였다. 아, 신이시여. 종족 번식의 노래를 부르다 일찌감치 떠난 죽은 매미였다. 생과의 사투를 벌이다 사망한 매미. 그리고 그 위를 또 짓밟아버린 순간은 죽음을 딛고 일어선 삶과 같았다.
첫 문장 출처: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 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