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는 K시 한 파출소의 의자에 앉아 보호자를 기다렸다.
삭막한 회색빛 도는 파출소는 낯설었다. 엄마와 동네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갈 때면 꼭 지나치는 파출소다. 그 앞에는 멋드러진 경찰차 2대가 가지런히 서 있었고, 경찰 아저씨들은 까맣고 푸른 제복을 입고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저 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태어난지 5년 밖에 안되었는데, 이정도면 사람들은 나를 세상물정 아는 그들보다도 나이 많은 아주머니라며 깔깔 거렸지만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대화를 할 수도, 들어가본 적도 없기 때문에.
마냥 엄마 옆에 찰싹 붙어 부비부비 거리며 나서는 시냇길이 나는 좋았다. 콧바람을 쐬면 그저 기분좋아 살랑거렸고, 엄마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선 자유로이 뛰어 다녔다. 혹여나 목이 마를까봐서 나를 위해 물병을 건넸고, 또 혹여나 내가 배고플까봐 좋아하는 간식을 바지 양 주머니에 수북이 담아 하나씩 꺼내주곤 했다.
그런데 난 지금 파출소 의자에 앉아있다. 대체 엄마는 어디에 간 거지? 바닥까지 발이 닿지 않는 높은 의자에 올라 앉고선 사람들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지, 지나가는 경찰 아저씨들이 이름 한번 불러주고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추웠는지 무서웠는지 등이 오들오들 떨리며 이빨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촉촉해진 코에선 콧물 한방울도 흘렀다. 엄마는 언제오지? 너무 무서운데..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엄마다!
아니었다.
또 한번 딸랑.
이번엔 엄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또 아니었다.
왠 지긋한 중년의 경찰 선생님이 밖에 있던 큰 상자를 하나 가지고 들어왔다. 키가 작은 나는 볼 수 없었지만, 박스 앞에 삐뚤빼뚤 써진 글씨는 읽을 수 있었다.
"사정이 생겨 더 이상 키우기 힘들어 두고 갑니다. 지우를 잘 보살펴 주세요. 순한 말티즈 암컷, 5살 입니다."
첫 문장 출처: 이중 하나는 거짓말 / 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