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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임 Feb 19. 2023

우당탕당 민여사 1

“이까짓게 뭔 일이라고 뜸 들이냐.”

 올해 76세인 민여사는 나의 엄마다. 민여사와 민여사와 남편, 다시 말하면 나의 아버지와 나는 뜻하지 않게 한 달여 가량 동거를 했다. 결혼 이후로 부모님과 처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기회였고 매일이 다사다난했다.  

   

 초저녁에 취침에 들었다가 날도 새지 않은 새벽녘에 기상한 민여사는 살그머니 부엌으로 나간다. 아침밥보다는 잠을 더 자고픈 나는 주방의 달그락 소리에 마지못해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돈한다. 그 짧은 시간에 냄비에는 국이 끓었고 반찬 몇 가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혼자서 도깨비방망이처럼 우당탕당 다 하셨네?”

“이까짓게 뭔 일이라고 뜸 들이냐.”

급한 성격 어디 가겠냐 싶게 엄마는 뭔 일이 있으면 미루지를 못하고 후다닥 해치운다. 손이 빠른 엄마의 눈에 나는 천상 살림 미숙아이다.     

 아침 먹고 돌아서면 12시 점심시간이 금방이다. 아버지가 문을 여시며

“점심 먹어야지?”

아침 먹은 거 소화도 다 안되었는데 또 밥을 먹어야 한다는 현실이 부담스러웠다. 날씨마저 추워서 걷기 운동도 며칠째 빠졌더니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나이 들면 밥 힘으로 사신다면서 정확한 시간에 점심을 드셨다.      

 점심을 드신 후, 두 분은 경로당에 출근하신다. 학교 등교하듯 정해진 시간에 가셨다가 저녁 6시가 넘으면 귀가하신다. 일상의 루틴이 변함없이 일정하다. 내 눈에는 단조롭게 보이지만 두 분은 나름 만족하시며 바쁘다고 하셨다. 내가 이 집에 들어온 후로 민여사에게 달라진 점이 생겼다. 귀가 길에 매일 정체불명의 검은 봉지를 들고 오신다. 뭔가 싶어 봉지를 열어보니 딸기다. 어떤 날은 귤이다. 귀한 전복이 들어 있는 날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입 짧은 나는 사육당하듯 민여사가 나르는 검은 봉지의 내용물들을 흡입하고 있다. 조개를 넣은 시원한 미역국이 밥상에 올라왔다.

“또 언제 미역국을 했어?”

“이까짓게 뭔 일이라고.”

우당탕당 민여사 손놀림에 내가 되레 호강을 받고 있다.     


 친구 가계에서 비스킷을 몇 봉 사서 민여사에게 줬다. 저녁 일일드라마 시청하면서 오물조물 맛나게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맛나서 자꾸 손이 간다고 하신다.

“담에 또 사들 릴 테니 아끼지 말고 드세요.”     


외출했다가 들어가는 길에 내 손에도 어느덧 검은 봉지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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