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건강이 최고 (9. 사랑과 양심의 대한민국)

by 종구라기

1984년,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1992년, 첫 차를 구입했고, 지금까지 30 년이 넘는 세월을 운전하며 살아왔습니다.

저의 운전 철학은 늘 같았습니다. 경제적 운전, 방어 운전,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 운전.

초보 시절, 코너 감각이 부족해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살 짝 긁은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20만 원을 물어주고는 며칠간 깊이 반성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낸 유일한 사고였습니다. 그 후로도 몇 번, 뒤차가 제 차를 ‘쿵’ 하고 받은 가벼운 접촉사고가 서너 번 있었는데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습니다. 저는 용서했고, 그게 사람이 사는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운전 20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교통사고를 겪었습니다.

비 오는 날, 이면 도로의 교차로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저는 왕복 2차로(편도 1차로) 도로를 천천히 달렸고, 상대는 택시로 왕복 3차로에서 진입 중이었습니다. 제가 먼저 교차로에 진입했고, 좌측에서 오는 택시를 보고 정지했습니다. 그런데, 빗길에 미끄러진 택시가 제 차량 좌측을 살짝 받았습니다. 택시 기사는 바닥이 미끄러워 받았다며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습니다. 저는 보험사에 신고했고, 택시회사 사고 처리 담당자와 제 보험사 직원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3차로 차량이 우선이라 당신이 비록 받혔어도 과실이 더 큽니다.” 블랙박스에는 제가 정지한 모습이 명백히 찍혀 있었고, 택시가 와서 받은 것이었지만 경험이 부족했기에 그 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택시 기사는 병원에 입원했고, 제 보험사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 다치셨어도 입원하셔야 이득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살짝 접촉하였기에 전혀 아프지도 않았고, 그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냉정했습니다. 제 보험료는 몇 년간 오르고 보험 혜택도 줄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문득 생각이 납니다. “정말 그 사고에서 내가 가해자였을까?”


두 번째 사고는 더 큰 사고였습니다.

출근길, 녹색 신호를 받고 교차로를 지난 직후, 좌측에서 중앙선을 넘어온 차량이 제 차 좌측을 강하게 들이받았습니다. 차량은 크게 파손되었고, 타이어가 많이 돌아갔습니다. 상대 운전자는 “출근이 급해서…”라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블랙박스를 보고 “100% 상대 과실입니다.”라며 확인해 줬고, 상대 보험사에서는 “부디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라며 부탁했습니다. 중앙선 침범은 중대 과실이니 가해자가 벌금과 벌점 등 큰 피해를 본다는 이유였습니다. 저는 생각 끝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병원에서 진찰만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 근처의 좋은 교회에 한번 나가보세요.” 그리고 용서했습니다.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상은 진찰비 포함 158,000원. 물론 입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2번의 사고를 겪으며 깨달았습니다. 보험 제도는 허술했고, 사람들은 제도를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누우면 이득”이라는 말, “거짓이라도 아프다 해야 보상받는다”는 말, 그 모든 말 앞에서 저는 그냥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심을 지키는 것이 손해가 되는 세상. 하지만 사람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상대의 실수를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며, 정직함이 행동과 판단의 기본이 되는 세상을 오늘도 조용히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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