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지혜는 행복의 영양소 (1. 나는 자랐고..)

(나는 자랐고, 세상은 작아졌다)

by 종구라기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집에서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까지의 거리는 3km가 넘었습니다.

논길을 따라 짧은 다리로 꼬불꼬불 걷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어린 눈으로 본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그야말로 멀고도 먼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훗날 어른이 되어 그 길을 다시 걸어보니, 생각보다 멀지 않았습니다.

그 길의 거리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자라 있었던 겁니다.


198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는 마치 자유를 통째로 얻은 사람 같았습니다.

상고머리에 교복과 까만 운동화를 신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장발도 허용되고, 파마머리도 가능했습니다.

사복을 입고 구두를 신고, 거리를 자유롭게 걸었습니다.

대학 초창기엔 캠퍼스에 예비군복을 입고 수염도 깎지 않은, 햇볕에 그을린 얼굴의 ‘형님’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예비역 학생들이었습니다.

현역인 우리 눈엔 그들의 모습이 왠지 폭삭 늙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에 예비역 대학생들을 보니 예전에 내가 생각한 늙은이가 아니라 그들이 너무 어리게 보였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도, 예비역 형님들의 모습도, 사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다만, 그걸 바라보는 내가 자라 있었던 것입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자라고, 내가 단단해지면 두려움은 자연스레 작아집니다.

별명이 '맥주병'인 친구는 물이 무섭지만, 별명이 ‘물 찬 제비’인 친구는 물속을 즐깁니다.

연약한 여성은 밤길이 무섭지만, UFC 선수는 밤길이 두렵지 않습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온 세상이 마비될 만큼 무서웠지만, 백신이 생기고, 치료제가 생기고, 우리가 예방수칙에 익숙해지자 그 크고 무서웠던 존재도 어느새 작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만큼 성장했나요?

keyword
이전 20화아는 것이 힘 2(150만 원의 문제를 3만 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