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의 삶, 그리고 35년 전기인으로 살아온 이야기가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책이 발행되기까지의 과정은 앞선 글에서 나누었듯,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그만큼 저자 증정본 10권을 받아 들었을 때의 감정은
기쁨과 자부심, 그리고 지난 시간의 고단함이 뒤섞인 복잡한 순간이었습니다.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병상에 계신 아버님께 보여드렸습니다.
책 속에는 ‘종구라기 이야기’와 6·25 시절 아버님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기에
기쁘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연로하시고 기력이 없으셔서 크게 반응하시지 못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리기도 했지만,
하루빨리 기력을 회복하시어 책을 읽으시길 조용히 소망했습니다.
장모님, 매형, 형님들에게도 정성껏 서명해 책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서명을 하다 보니 뜻밖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책 표지 다음 장이 ‘검은색 종이’였던 것입니다.
‘왜 하필 첫 장이 검은색일까?’
검은 종이 위에 검은 펜으로는 아무 글씨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다음 장에 서명을 했지만,
왠지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이왕이면 책을 구입한 독자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퇴근길에 딸아이가 문구점에서 화이트 수성펜을 사 왔습니다.
검은 종이에 서명을 해보니 처음에는 희미했지만,
1분쯤 지나자 글씨가 선명하게 드러나며 눈에 띄게 예뻤습니다.
화이트 펜으로 서명을 해드리니
지인들 역시 “이게 더 멋지다"라며 좋아하셨습니다.
뜻밖의 불편함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 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작은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인생을 배웠습니다.
1. 실망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검은 종이 때문에 당황했지만, 덕분에 더 멋진 서명이 완성되었습니다.
2. 좋은 결과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수성펜의 글씨가 선명해지기까지 약 1분의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3.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있다.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으면, 언제나 더 나은 결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책의 서체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조카가 직접 만들어 선물해 준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화이트 유성펜은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