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리츠(REITs)'라 불리는 '부동산투자회사(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는 부동산펀드와 함께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의 양대 축이다. 2001년 법제화되면서 국내에 도입되었지만, 2004년 도입된 부동산펀드에 비해 성장이 지연되었다. 부동산펀드와 투자대상은 거의 유사한 반면 설립이나 운용규제가 더 많아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04년부터 '17년까지 부동산펀드가 매년 4.5조원씩 늘며 설정액이 60조원에 이르는 동안 리츠 자본은 연간 0.9조원 느는데 그치며 '17년 총 자본이 13조원에 불과했다.
리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후반부터이다. '16년 자산운용사의 리츠겸업, '17년 금융지주의 리츠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참여자가 부동산신탁사 위주에서 다른 금융사로 확대되었고, 금융그룹과 대기업의 리츠 시장 참여도 본격화되었다. 특히 상장리츠의 영향이 컸는데, '18년 이랜드와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19년 롯데, NH금융, '20년 ESR켄달스퀘어, 제이알투자운용, 코람코자산신탁, 이지스자산운용 다수 기관에서 상장리츠를 출시하였다. '22년에는 KB금융, '23년에는 삼성/한화그룹도 상장리츠 시장에 참여하면서, 현재 주요 금융그룹과 대기업그룹 상당 수가 상장리츠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리츠로 인해 리츠는 부동산펀드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특성을 보유하게 되었다. 사모 & 폐쇄형으로 운영되어 3~5년의 중단기 투자에 적합한 부동산펀드와 달리, 영속형으로 운영되므로 장기투자에 더욱 유리한 투자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소에서 매매되는 유동성 높은 금융상품이므로, 퇴직연금, ETF 등의 펀드에서 포트폴리오 효과를 위해 투자하기 좋다. 정부에서도 '18년 이후 퇴직연금, 연금저축, (일반)ETF 등이 상장리츠 또는 상장리츠에 직접/간접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서, 자본시장과 부동산을 잇는 매개체로써 상장리츠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상장리츠의 성장세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국내 리츠 시장에서 상장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이다. 리츠 자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임대주택은 정책사업 성격이 강해 대부분 사모로 운영되고 있고, 연기금/공제회 등 리츠 주요 투자자들도 운영규제가 적은 사모 리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장리츠는 양날의 검이다. 상장리츠는 보유자산을 유동화하거나 금융투자 상품 운용사로서 인지도를 제고하는 수단이지만, 투자자 관리/대응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손이 많이 가는 상품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는 운용사(또는 모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팬데믹 이후 부동산시장 부진 및 고금리의 영향으로 25개 상장리츠 대부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상장리츠를 운영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
상장리츠시장의 현황과 개선과제(자본시장연구원, 2025.7.7)
한국 리츠 주가는 다시 오를까?(하나더넥스트, 2025.8.5)
리츠 주가가 항상 부진한 것은 아니다. 리츠 역사가 오래된 미국,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리츠가 도입된 일본 모두 리츠 주가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유가증권 시장의 평균 수익률과 유사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리츠 주가가 일반 주가지수를 하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국/일본의 리츠 주가는 '20년부터 유가증권 지수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부진과 고급리가 중첩되면서 리츠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리츠의 빈번한 유상증자도 국내 상장리츠 주가가 부진한 이유이다. 리츠가 대형화된데다 자금조달 방식이 다변화된 해외와 달리, 국내 상장리츠는 자산 매입시 일시에 대규모로 유상증자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리츠' 찬바람… 24종목 중 10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조선일보, 2025.7.14)
한국 상장리츠만 유상증자 악몽에 떠는 이유(코어비트, 2025.8.13)
[일본 리츠 및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TOPIX) 수익률]
상장리츠의 성장매력과 주가관리의 부담 속에서, 리츠 비즈니스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전략은 엇갈리고 있다. 리츠를 톻해 보유자산을 유동화하려는 기업들은 상장리츠를 선호하지만, 금융사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사모리츠와 상장리츠 양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망세나 리츠의 주가 부진 등을 감안해 상장리츠보다는 사모리츠를 먼저 추진하는 곳도 있다. 한편, 정부에서 개발사업 구조 전환의 한 방안으로 프로젝트리츠를 도입하면서, 개발사업을 염두에 두고 리츠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한리츠운용, 상장리츠운용팀 신설 '전략·IR' 강화(더벨, 2024.12.16)
하나자산신탁, 오피스 리츠 내년 3월 IPO 추진(더벨, 2025.8.1)
부동산금융 키우는 태광 … 운용사 인수·리츠 상장 추진(매일경제, 2025.8.18)
신세계AMC, 미분양주택 CR리츠 먼저 만든다(더벨, 2025.9.9)
반도건설, 자산운용사 설립 추진...프로젝트리츠 겨냥(딜북뉴스, 2025.9.7)
다만, 길게 보면 리츠 시장의 무게 중심은 점차 상장리츠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을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의 자산 유동화 수요도 여전하고, 사모펀드/사모리츠로 자산을 매입하고 상장리츠로 자산을 이전하며 Exit하는 부동산금융 시장 내의 역할분담이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주요국과 달리 상장리츠가 국내 리츠 시장의 20%에 못 미치고 있어, 리츠 시장이 확대하려면 상장리츠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리츠가 현재의 주가 부진을 넘어, 얼마나 빨리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에 따라 향후 리츠업계의 전략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