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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조달여건은 호전됐지만 시장역할 축소

by 우분투

캐피탈사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증권사와 함께 브릿지론, 중후순위 등 고위험 영역을 담당한다. 다른 업권에 비해 조달금리가 높아 높은 마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서 집계한 업권별 부동산PF 익스포져를 보면, 캐피탈사가 속한 여전업의 브릿지론 및 토지담보대출 잔액은 6.9조원에 달한다. 상호 등(새마을금고 포함), 저축은행에 이어 가장 금액이 많다. 캐피탈업권 내에서도 신용등급이 우수한 대형업체는 PF 선순위 대출도 다수 취급한다. 다만, 은행/보험 등에 비해 조달금리가 높다 보니, 선순위만 취급하기보다는 중후순위에 함께 참여해 전체 마진율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아 조달금리가 높은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브릿지론, 토지담보대출, 중후순위 PF를 취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506-[금융위] 부동산 PF 익스포져.jpg 자료: 금융위원회('25.3월),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결과및 정리·재구조화 현황

금리인상기 '약한 고리'된 부동산 금융..."중소형 증권·캐피탈사 위험도 높아"(인베스트조선, 2022.8.3)


상업용부동산(완공 물건) 담보대출도 캐피탈사의 주요 수익영역이다. 오피스, 물류, 리테일(대형마트, 쇼핑몰 등), 호텔 등을 대상으로 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대주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단, 담보대출은 PF에 비해 대출금리가 낮기 때문에, 중소형 캐피탈사보다는 대형 캐피탈사가, 선순위보다는 중후순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사업의 중도금 대출도 캐피탈사의 수익원 중 하나이다. 공동주택은 대체로 은행권이 중도금 대출을 취급하지만,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상업용부동산 분양사업에서는 캐피탈사가 중도금 취급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오피스 담보대출 시장에 관한 소개 [마스턴 유 박사의 論](한국경제, 2024.3.6)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 부실문제가 불거지면서, 고위험 자산 비중이 높은 캐피탈업계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집계한 부실우려/유의 PF 사업장규모, PF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을 보면, 제2 금융권 중에서는 캐피탈/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여전)업의 건전성이 그래도 가장 양호하지만, 여전업 PF의 고정이하여신도 전체 PF 여신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다만 부실 대응은 어느 정도 진전된 모습으로, 2024년말 기준으로, 여전업 전체의 부실우려/유의 PF잔액은 2.1조원이지만 이에 육박하는 1.9조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였다. 또한, '25년 상반기까지 부실우려/유의 사업장의 절반 정도를 매각하거나 재구조화하면서 잔여 부실액이 1.3조원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다만, 각 업체별로는 다수의 부실 사업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고, 아직 정리가 안된 곳은 비수도권,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등 주로 난이도가 높은 사업장들이어서 부실자산 처리가 완료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202506-[금융위] 24년말 PF 사업성평가 결과.jpg 자료: 금융위원회('25.3월),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결과및 정리·재구조화 현황
202506-[금융위] 24년말 PF 고정이하여신 비율.jpg 자료: 금융위원회('25.3월),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결과및 정리·재구조화 현황


캐피탈사, PF 대규모 정리…올해도 물량 '한가득(IB토마토, 2025.3.19)


예적금 수신기능이 있는 타 업권과 달리, 캐피탈사는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해 영업자금을 마련해야 하므로, 자금조달 측면에서 시중금리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금리, 여전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캐피탈사 또한 자금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모회사의 증자 등으로 자본을 늘리며 급한불은 껐지만, 고금리 회사채 발행으로 금융부담이 늘며 수익성이 하락하였다.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 후폭풍…6%까지 연일 치솟는 여전채 금리(한국금융, 2022.10.26)

돈줄 마른 중소 캐피탈사, 고금리 채권 발행(머니투데이, 2024.6.10)

PF 교훈, 비싼 여전채로…'대가' 치르는 캐피탈(아시아타임즈, 2024.6.17)

캐피탈사, 지난해 순이익 '뚝'…이자비용 1조원 늘어(IB토마토, 2025.3.18)


[캐피탈사 주요 증자내역]

202506-[삼일PWC] 캐피탈사 증자.jpg


다만, 최근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캐피탈사의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AA급/A급 캐피탈사의 3년물 회사채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다. AA급 금융사(카드/캐피탈사 포함)의 회사채 금리(시가평가수익률 기준)는 '25.6월말 3%에 못 미쳐, 6% 초반까지 치솟았던 레고랜드 사태 직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한 때 7% 초반과 9% 후반때까지 올랐던 A급/BBB급의 금리도 4% 후반과, 7% 중반으로 하락했다. 자금조달만 놓고 보면, 부동산 PF 부실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으로 영업 환경이 회복된 셈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여전채 금리 하락 '가속'…A급 효과 더 커(IB토마토, 2025.6.5)


부동산금융 업계에서 캐피탈사의 이슈는 조달보다는 운용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정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수의 캐피탈사들이 여신 리스크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건당 한도가 감소하거나 취급기준이 보다 엄격하게 변경되었다. 건당 취급한도가 줄거나, PF 부실정리가 아직 절반 가량만 진행된 상태이므로,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는 캐피탈사의 부동산금융 영업기조가 당장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캐피탈사 재무구조 점검] 강화된 규제 속 재무 안정화, 잠재 리스크 대비 '만전'(더벨, 2025.6.20)

신한캐피탈, 올해 신규 부실 1000억 발생…정상화 시점은(더벨, 202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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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 시장 내에서 캐피탈사의 역할이 축소되었다는 점도 단기간 내 영업확대가 어려운 이유이다. 최근 부동산금융, 특히 개발금융에서는 공동주택, 오피스, 데이터센터 등 우량 자산으로 개발사업이 쏠리고 있고, 자금조달도 대형 시공사의 책임준공에 기초해, 대형 은행/증권/보험사 등의 선순위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는 형태가 주류이다. 비주거 개발사업의 중후순위를 주로 담당했던 캐피탈사의 역할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선순위 참여가 가능한 대형 캐피탈사들은 비교적 활발하게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대형 개발사업 PF, 오피스/물류/호텔 등 상업용부동산의 담보대출 건에서 자금여력을 갖춘 대형 캐피탈사들이 대주단에 참여하고 있고, 일부 캐피탈사는 수익 확보를 위해 우선주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금융그룹 산하의 캐피탈사들은 금융 참여가 활발한 편이다. 금융그룹 차원에서 대형 개발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면서, 계열 은행/증권이 주선하는 건에 캐피탈사가 여신을 취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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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아직 부실정리와 수익발굴이라는 두 개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형 사들은 수익에서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고 모회사의 자금지원 여력이 낮아, 대형사에 비해 재무 안정성이 낮은 반면, 부실자산 처리 부담이 큰 편이다. 비교적 열악한 상황에서 부실정리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수익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중소형 캐피탈 사의 역할이 다시 확대될 때까지 부동산 PF를 대신할 신규 수익원을 발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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