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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블라인드펀드로 자산 선점

by 우분투

자산운용은 국내 부동산금융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 중 하나이다. '25년 상반기말 부동산펀드의 수탁고는 설정액 기준으로 '19년말 대비 1.8배(98.3->179.3조원)로 성장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건설/부동산업 시설자금대출, PF대출(은행/보험/증권/여전/저축 5개업권 기준, 토담대 제외)이 각각 1.4배, 1.8배, 1.5배로 늘어났다. 부동산펀드와 성격이 유사한 리츠도 동 기간 총자본이 2.3배(17.1->38.8조원)로 증가하였으니, 부동산펀드와 리츠를 포괄하는 부동산 자산운용 시장의 성장세는 다른 영역 대비 가파르다.


국내만 놓고 보면 성장세가 더 빠르다. 국내 부동산펀드는 '19년말부터 '25년 상반기까지 수탁고가 2.1배로 늘었다. 반면 해외 펀드의 1.6배에 그쳤다. 팬데믹 이후 해외 오피스, 리테일 시장 등에서 공실이 크게 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펀드 신규 설정액을 보더라도, 해외 펀드가 '17~'21년 연평균 7.7조원에서 '22~'24년 연평균 2.5조원으로 크게 감소한 반면, 국내 펀드는 같은 기간 9.1조원에서 8.9조원으로 큰 변화 없이 설정 규모를 유지하였다.


국내 모든 섹터가 고르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공실률이 안정적인 오피스는 투자가 증가했지만 공급과잉의 여퍄를 겪고 있는 물류센터, 이커머스와 팬데믹으로 각각 타격을 받은 백화점/마트, 호텔은 팬데믹 이후 투자가 감소하거나 정체된 상태다. 데이터센터, 임대주택, 시니어시설 등 'New Economy'로 불리는 섹터들은 최근 투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 투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특히, '24년 이후 오피스로의 투자 쏠림이 더욱 심해지면서, 국내 상업용부동산 거래 중 2/3 이상을 오피스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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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쏠림은 물건 경쟁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서울권에 소재한 우량 오피스 매물은 다수의 기관투자자, 자산운용사, 실수요기업이 매수 후보자로서 경쟁을 펼쳤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고 매입금액이 커져 딜클로징을 위한 자금조달능력도 중요해졌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구조를 튼튼히 해줄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한 운용사와 함께, 투자자금을 미리 확보한 블라인드펀드 운용사가 물건매입을 주도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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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는 기관투자자의 Equity 블라인드펀드 신규 위탁운용도 증가했다. 작년까지는 대출펀드 위주로 부동산 블라인드펀드가 설정되었지만, 금리가 하락하면서 작년 말 이후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건설근로자공제회, 교직원공제회, 해외투자자 등이 Equity 투자자금을 위탁할 운용사를 새로 선정하였다. 특히 국민연금(코어플랫폼 펀드, 밸류애드 펀드)에서 1.25조원, 우정사업본부(코어펀드)에서 5천억원의 자금을 위탁하면서 두 기관의 자금과 외부조달 자금을 합치면 약 2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이 신규로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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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계열 운용사들도 자체 조성한 블라인드펀드로 투자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에서 위탁받은 자금으로 대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운용중인 삼성SRA를 필두로, KB금융, 신한금융, 교보생명 등에서도 계열 운용사를 통해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였다. 해외 투자자와 공동으로 자금을 매칭해 펀드를 조성(KB금융)하거나, 개발사업 전문 펀드를 조성(신한금융)하는 등 금융사별로 전략이 다소 차별화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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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펀드 투자대상도 오피스에서 다른 자산으로 서서히 확대되는 추세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의 매물이 증가하고 도심(CBD) 권역의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오피스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도 한 이유지만, 물류센터와 호텔 시장의 시황/전망 개선 기대감, 데이터센터 투자물건 증가, 리모델링을 통한 수익률 제고 등으로 다른 자산군에서도 투자 기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투자심리가 온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금리하락에 힘입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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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 부동산 밸류애드 펀드 위탁운용사에 퍼시픽·페블스톤운용 선정(매일경제, 202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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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위탁사를 선정한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의 코어 블라인드펀드들은 이제 막 펀드조성을 끝내고 투자를 개시하고 있다. 연장이 가능하지만 투자기간이 각각 3년/2년 이내이므로 내년까지 투자물건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신규 블라인드펀드, 투자자금이 남은 블라인드펀드들도 투자금 소진을 위해 자산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펀드 시장에서 여전히 블라인드펀드보다 프로젝트 펀드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여유자금을 보유한 블라인드펀드 운용사의 역할은 당분간 확대될 수 있다.


KB운용, 국민연금 코어플랫폼펀드 3550억 규모로 이달 출범(딜북뉴스, 2025.6.19)

삼성SRA운용, 4,000억원 규모 국민연금 코어 플랫폼 펀드 조성 완료(Seoul Property Insight, 202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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