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주예요?"
미루던 농촌 살아보기를 올해는 꼭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차에 지난 6월부터 2~3달 시간여유가 생겼다. 이때다 싶어 그린대로 홈 페이지의 농촌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살펴보는데 상주의 승곡체험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면접을 하는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무국장님이 제일 먼저 질문한 것도 상주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본 것도 또 지인들이 방문해서 궁금해하는 것도 ”왜 상주예요? “라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좋아서라는 형식적 답변을 했지만 그보다 더 정확하게는 연고도 없고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가볼 일이 없는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게 마음속 답변이었다.
대부분 농촌 살아보기 체험의 경우, 장소를 선택할 때 연고가 있는 곳이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 또는 잘 알려진 곳 등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나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상주는 경북에 위치한 도시로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방문을 할 일이 없는 곳이다. 부산과 남해안 등에 갔을 때도, 전라도 쪽 여행을 할 때도, 강원도 동해안에서 휴가를 보낼 때도 지나가는 길조차도 아니었던 곳이다.
그럼에도 상주를 선택한 이유는 어차피 어디를 가도 농촌의 삶은 처음인 마당에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고 낯선 것과 가까워지기 위해 잘 가지 않는 곳 처음 가보는 곳에서 지내보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6월 둘째 주 월요일에 승곡마을에 도착을 했다. 승곡체험마을은 승곡리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모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촬영한 곳으로 체험자 숙소 이외에 휴양펜션으로 숙박시설과 부대시설이 깔끔하게 잘 구비되어 있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상주에 사과 농사짓는 정우성이라는 별명의 마을대표님, 범상치 않은 첫인상을 가진 사무국장님, 여장부처럼 보이는 사무장 K, 도회지 여자 같은 사무장 M, 그리고 딱 봐도 생김새와 말투가 상주여자인 담당주무관 등과 인사를 나누고 생활과 프로그램 등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프로그램을 함께 할 참가자가 나를 포함해 3명이었는데 한 분은 퇴직을 앞둔 소탈한 여자 교수님 C, 또 한 사람은 사업을 하다 다른 길을 모색 중인 비교적 젊은 J 등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어서 함께 만들어 갈 2달 동안의 이야기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오리엔테이션 이후 농부의 집이라는 숙소를 배정받아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숙소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황토로 만들어진 독채이고 숙소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앞마당에는 초록초록 잔디가 깔려 있는 등 기대이상이었다.
일찍 저녁을 해 먹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평화롭고 고요하다. 해가 떨어지니 적막한 산중이다. 자연 속 품에 안긴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마치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을 듯하였다. 프로그램은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진행되기에 그 외 시간은 무얼 얻으려 애쓰지 말고 마음 가는 데로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생각하며 설레는 첫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