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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로 걷기 Aug 14. 2024

연고도 없는 낯선 곳으로

"왜? 상주예요?"

미루던 농촌 살아보기를 올해는 꼭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차에 지난 6월부터 2~3달 시간여유가 생겼다. 이때다 싶어 그린대로 홈 페이지의 농촌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살펴보는데 상주의 승곡체험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면접을 하는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무국장님이 제일 먼저 질문한 것도 상주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본 것도 또 지인들이 방문해서 궁금해하는 것도 ”왜 상주예요? “라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좋아서라는 형식적 답변을 했지만 그보다 더 정확하게는 연고도 없고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가볼 일이 없는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게 마음속 답변이었다.     


대부분 농촌 살아보기 체험의 경우, 장소를 선택할 때 연고가 있는 곳이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 또는 잘 알려진 곳 등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나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상주는 경북에 위치한 도시로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방문을 할 일이 없는 곳이다. 부산과 남해안 등에 갔을 때도, 전라도 쪽 여행을 할 때도, 강원도 동해안에서 휴가를 보낼 때도 지나가는 길조차도 아니었던 곳이다.      


그럼에도 상주를 선택한 이유는 어차피 어디를 가도 농촌의 삶은 처음인 마당에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고 낯선 것과 가까워지기 위해 잘 가지 않는 곳 처음 가보는 곳에서 지내보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6월 둘째 주 월요일에 승곡마을에 도착을 했다. 승곡체험마을은 승곡리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모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촬영한 곳으로 체험자 숙소 이외에 휴양펜션으로 숙박시설과 부대시설이 깔끔하게 잘 구비되어 있었다.      


승곡마을 입구안내판


마을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상주에 사과 농사짓는 정우성이라는 별명의 마을대표님, 범상치 않은 첫인상을 가진 사무국장님, 여장부처럼 보이는 사무장 K, 도회지 여자 같은 사무장 M, 그리고 딱 봐도 생김새와 말투가 상주여자인 담당주무관 등과 인사를 나누고 생활과 프로그램 등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프로그램을 함께 할 참가자가 나를 포함해 3명이었는데 한 분은 퇴직을 앞둔 소탈한 여자 교수님 C, 또 한 사람은 사업을 하다 다른 길을 모색 중인 비교적 젊은 J 등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어서 함께 만들어 갈 2달 동안의 이야기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오리엔테이션 이후 농부의 집이라는 숙소를 배정받아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숙소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황토로 만들어진 독채이고 숙소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앞마당에는 초록초록 잔디가 깔려 있는 등 기대이상이었다.     


두 달 동안 머물었던  개인숙소


일찍 저녁을 해 먹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평화롭고 고요하다. 해가 떨어지니 적막한 산중이다. 자연 속 품에 안긴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마치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을 듯하였다. 프로그램은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진행되기에 그 외 시간은 무얼 얻으려 애쓰지 말고 마음 가는 데로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생각하며 설레는 첫 밤을 보냈다. 


석양이 아름다운 상주산골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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