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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로 걷기 Sep 11. 2024

가족의 지지 없는 귀농 귀촌은 피해야..

다름도 인정하자.

두 달의 농촌 살아보기를 하며 만난 귀농 귀촌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농사짓지 마라, 먼저 집을 사고, 짓거나 땅을 사지 마라’ 등 농촌에 정착하기 위한 현실적, 실질적 조언들이 많았다.


그러나 외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주로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들은 귀농 귀촌을 한 사람들이 농촌에서 실제로 그리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또 나머지 가족들도 만족하고 있는지 같은 본질적인 문제였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르게 된 결론은 가족의 지지 없는 귀농 귀촌은 행복지수가 매우 낮고, 단순히 본인의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가족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만나본 사람들 이외에도 귀농 귀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귀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충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여러 귀농 귀촌 선배 및 배우자들시행착오 등을 포함해 이런저런 경험담들을 가감 없이 들려주었는데, 이들의 스토리가 귀농 귀촌에서 가족의 지지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것 같다.



 

귀농 귀촌은 가족이 모두 원하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다. 가족이 함께 이주를 하거나, 남편이 먼저 자리 잡고  후에 가족이 합류를 하든지 방법들은 다르지만 가족들이 지지를 하는 경우 가장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A 부부는 귀농 후 몇 해 농사에 실패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당초 계획했던 작물과 농법이 아닌 자신들에게 맞는 작물과 농법으로 바꾸었고, 품삯일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했다 한다.


귀농은 부부뿐 아니라 아이들도 적극 지지했고 아이들은 수업 외에 제빵, 커피 등 자신들의 적성에 맞는 것들을 배우며 농촌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는 등 적응을 잘해나가고 있어서 부부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했다.


B 부부는 남편이 먼저 이주해 4년 정도 준비를 하고 나중에 부인이 합류를 했는데 남편은 농사와 각종 사회 봉사 활동, 부인은 학교 교사로 일하며 좋아하는 꽃 가꾸기도 하며 행복한 농촌살이를 하고 있다 한다.


친환경 유기농 농사로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지만 자신의 철학에 맞는 농법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농부의 삶을 살고 있으며 합가 후 얼마지 않아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들도 낳아서 마음껏 뛰놀게 하고 있단다.


이 두 가족은 귀농을 하며 각기 다른 시행착오와 어려움들을 겪었지만 공통적으로 난관을 만났을 때 가족 모두 하나가 되어 슬기롭게 대처를 해갔고, 그 힘의 원천은 가족 모두 원하는 농촌살이라는 것 이었단다.


이 밖에 배우자 직장, 아이들 교육으로 주말가족이 되거나, 시골살이가 안 맞는 배우자를 위해 시내아파트에서 살며 농사를 짓거나, 4도 3촌 등 형태는 달라도 가족이 지지하는 사람들의 농촌살이는 행복해 보였다.




반면, C는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다 힘들다며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과 상의 없이 귀농을 했는데 나머지 가족 모두 아무 준비 없이 농촌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고 17년 차가 된 지금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한다.


남편의 한순간 다른 선택으로 나머지 가족 모두 잘 지내던 안정적이고 편리한 도시생활에서 익숙지 않은 낯선 환경에서 체질과 맞지 않는 시골생활을 보내고 있으며 한 아이는 도시에 남아 이산가족이 되었다 했다.


거기에 더해 남편이 귀농을 한 이후, 돈 안 되는 작물 및 농법의 농사를 고집하고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도 커져서 품삯일 등 이런저런 일들로 생계를 꾸리는데 보태고 있는데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한다.


D의 경우도 남편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다니던 대기업을 사직하고 가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귀농을 했는데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불편한 시골생활로 급반전해 10년이 넘은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다.


남편은 몇 해 동안 농사로 수익을 별로 내지 못해 지금은 농사를 줄이고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본인이 꿈꾸던 농촌에서의 삶도 살지 못하고, 가족들도 잘 맞지 않는 농촌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한다.


무엇보다 엄마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세월이 흐르고 아이 친구들은 다양한 교육 기회를 통해 원하는 대학도 가고 앞으로 살아나갈 경쟁력을 갖추어 가지만 자신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 했다.


이 두 가족은 앞서 가족이 지지하며 함께 농촌에 온 가족들과 달리 이런저런 난관 등을 만났을 때 체감하는 어려움이 훨씬 크고 희망보다 원망과 무력감으로 삶의 만족도가 많이 떨어져 있어 보였다.


이 밖에도 가족이 동의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농촌 행으로 이혼을 하거나 졸혼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면서 가족과의 이질감으로 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눈 귀농귀촌 선배 등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한 것 같다. 우선 귀농 귀촌이 가족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 가족들의 삶과 미래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귀농 귀촌은 가족과 상의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 적절한 시기 등 가족의 상황을 감안하여 냉철하게 결정하여야 하지 행여 본인의 힘든 상황, 부적응 등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귀농 귀촌 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다른 가족 구성원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농촌을 좋아한다고 다른 가족들도 좋아하거나 결국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유학 중인 세 아이 엄마가 아이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게 행복이고 산교육이라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도시생활을 그리워하며 무력해 지는 아이들도 있어 이제야 다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귀촌을 희망하는 나의 경우도 와이프와 귀촌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나누었다. 결론은 취미, 편의시설, 병원 등 문제와 시골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와이프의 의견을 고려해 결국 4도 3촌을 하기로 했다.


농촌에 자리를 잡고 시간이 지나 와이프가 시골생활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면 원하는 귀촌이 실현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농촌살이에서 얻은 교훈처럼 가족의 지지 없는 일방적 동반 귀촌은 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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