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는 퓨전의 시대였습니다.
1980년대에는 재즈 복고주의인 재즈 리바이벌과 그에 따른 여성 보컬 재즈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또한 펑크, 포스트 밥, 재즈 등 다양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즈는 이전에 나왔던 특정 재즈 스타일에 한정할 수 없거나 여러 스타일을 보이는 경우 재즈라고 구분합니다. 현대 재즈에서 뮤지션들의 작품을 단지 재즈라고 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1990년대 재즈와 현대 재즈의 트렌드
1990년대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1990년대 재즈
이전보다 재즈는 더 다양화되고 실험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전 재즈 스타일을 추구하는 뮤지션들의 작품도 빛나고 있습니다.
재즈의 변화는 단절적이지 않습니다.
동시대 다른 음악들을 포용하고 차용하며 시대에 걸맞은 시도를 하는 연주자들은 늘 있습니다.
특히 젊은 뮤지션들이 그러합니다. 이들은 점진적으로 재즈를 이끄는 얼굴이 됩니다.
1990년대 이후의 재즈는 다원화와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스타일이 우세하다거나 새로운 스타일이 만들어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또한 전통 재즈부터 퓨전까지 형성된 재즈 스타일은 여러 뮤지션들과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재즈가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지고 재즈 팬들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몇몇 재즈 클럽이 팬들의 성지가 되었고 팻 메스니, 칙 코리아, 키스 자렛, 그리고 퓨전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들과 밴드들이 인기를 끈 시기였습니다. 미국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은 항상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몇몇 유통사들이 여러 레이블의 음반을 수입, 판매하면서 재즈 붐에 가세하였고 국내 주요 음반사들은 라이선스를 통해 한정적이지만 주요 뮤지션들의 음반을 발매하여 재즈 팬들의 갈증을 채워주었습니다. 이 시기는 인터넷 인프라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였습니다. 전화선을 이용한 PC 통신이 전부였기에 해외 사이트를 통한 음반 구매는 제한적이었습니다. 당시 해외 사이트는 CD Now와 CD Connection이 대표적이었고 텔넷이라는 통신 방식을 통해 음반을 텍스트 방식으로 검색하여 주문하였습니다. 현재는 아마존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입니다.
정리하자면 당시 국내에서는 재즈에 관한 한정적인 정보, 음반, 그리고 공연으로 미국 중심의 재즈를 실시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는 밀레니엄을 거쳐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이커머스가 발전하면서 점진적으로 해소되었고 2023년 현재는 모든 것을 클릭 몇 번만으로 찾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재즈를 국내 상황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재즈는 어느 한 장르가 주도하거나 특정 스타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거나 하지 않습니다. 재즈 역사가 100여 년이 흘렀기에 오늘날의 젊은 뮤지션들은 초기 연주자들의 증손주 또는 고손주 뻘이 됩니다.
현재의 젊은 뮤지션들은 풍부한 교육 인프라를 통하여 이론은 물론 연주 기량면에서도 빠른 성장을 하며 다른 장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다른 뮤지션들과의 창의적인 작업은 다반사입니다. 그 결과 재즈를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신선함과 당혹감이 공존합니다. 이는 2023년 엔데믹 현재 향후 재즈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젊은 재즈 뮤지션들은 과거 선배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재즈 팬들 또한 이전 세대의 감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즈를 소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AI, 빅데이터, 온라인 기반의 소규모 연주, SNS의 활성화, 다른 장르와의 결합과 새로운 시도 등은 미래 재즈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을 참고하시어 현대 재즈의 현주소와 미래 재즈의 방향을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1990년대 그리고 이후 현재까지의 재즈를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현대 재즈(21세기 재즈)
현대 재즈는 새로운 재즈 스타일의 등장이나 주도하는 재즈 장르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전 세대 뮤지션들과 다른 환경에 놓인 젊은 뮤지션들은 다양한 음악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재즈는 다원화되고 있으며 시대를 이끈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그들의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주요 작품
당시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 10선입니다.
1990년: 존 존 <Naked City>
아방가르드 재즈, 그라인드코어
존 존: 알토 색소폰
빌 프리셀: 기타
프레드 프리스: 베이스
웨인 호르비츠: 키보드
야마쯔카 아이: 보컬
조이 배론: 드럼
존이 결성한 6인조 아방가르드 재즈 밴드 네이키드 시티(1988~1993)의 데뷔작입니다. 재즈, 록, 하드코어, 메탈, 아방가르드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포식자 존의 화제작입니다. 네이키드 시티는 총 6장의 앨범을 발표하였고 모두 1990년대를 관통하는 재즈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1991년: 스탄 게츠 <People Time>
포스트 밥
스탄 게츠: 테너 색소폰
케니 배론: 피아노
1991년 3월 3~6일 코펜하겐 몽마르트 카페에서 열린 게츠의 마지막 라이브입니다.
간암 투병 중이었던 게츠는 마지막 혼을 불어 넣어 색소폰을 연주하는데 스피커 저편에 힘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의 말년 작품에 동반하였던 캐니 베론이 피아노로 위대한 재즈맨의 연주를 받쳐줍니다. 이 두 장의 CD는 나흘간의 연주에서 발췌하였고 2009년 모든 연주를 담아 7장의 CD로 재발매됩니다. 게츠는 이 공연을 마친 뒤 석 달 후 영면합니다. 향년 64세.
1992년: 돈 바이론 <Tuskegee Experiments>
아방가르드 재즈, 포스트 밥
돈 바이론: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그레타 벅: 바이올린
빌 프리셀: 기타
조 버코비츠, 에드셀 고메즈: 피아노
리치 슈바르츠: 마림바
케니 데이비스, 로니 플라시코, 레지 워크맨: 베이스
피로안 아클랍, 랄프 피터슨: 드럼
클라리넷은 스윙 이후 색소폰에게 주도권을 뺏깁니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23세 바이론의 데뷔 앨범입니다. 리듬 섹션에 클라리넷, 기타 바이올린 등을 편성하여 악명높았던 앨러바마주 터스키기 생체 실험을 묘사합니다.
1992년: 셜리 혼 <Here's to Life>
보컬 재즈, 재즈 스탠더드
셜리 혼: 보컬, 피아노
윈튼 마살리스: 트럼펫
찰리 에이블스: 베이스
스티브 윌리엄스: 드럼
조니 멘델: 편곡, 지휘
재즈 및 블루스 싱어 겸 피아니스트인 혼의 57세 작품입니다. 피아노-베이스-드럼의 트리오 편성에 마살리스가 한 곡에 참여하였고 멘델의 편곡 및 지휘로 아름다운 발라드 앨범이 완성됩니다. 멘델은 그래미 최우수 기악 편곡상을 받게 되며, 앨범명이자 첫 곡 Here's to Life(여기 펼쳐질 삶이 있네)는 혼의 시그니처 곡이 되었습니다.
1993년: 베리 베리 서커스 <Too Much Sugar for a Dime>
아방가르드 재즈
핸리 트레드길: 알토 색소폰
마크 테일러: 프렌치 호른, 에드윈 로드디게즈: 튜바
브랜든 로스, 마슈야: 기타, 미겔 우르비나: 푸야 등
사이몬 샤힌, 제이슨 황, 르로이 젠킨스: 바이올린
진 레이크, 래리 브라이트: 드럼
모사 빌드너, 아레네: 보컬
색소폰·풀루트 연주자인 트레드길은 앙상블 베리 베리 서커스를 통해 6장의 앨범을 발표하였고 본작은 세 번째에 해당합니다. 독특한 기악 편성에 아프리카, 라틴, 재즈 등이 합쳐진 복잡한 구성의 실험 음악입니다. 앨범명은 보상 없는 많은 고민.
1993년: 카산드라 윌슨 <Blue Light 'til Dawn>
보컬 재즈, 블루스, 엠-베이스
카산드라 윌슨: 보컬
올루 다라: 코르넷, 돈 바이론: 클라리넷
찰리 번햄: 바이올린, 만도첼로
토니 세드라스: 아코디언
깁 워튼, 크리스 휘틀리, 브랜든 로스: 기타
케니 데이비스, 로니 플라시코: 베이스
랜스 카터, 빌 매클래란: 드럼, 퍼커션
사이로 뱁티스타, 제프 헤인즈, 케빈 존슨, 빙스: 퍼커션
윌슨이 블루노트에서 처음 발표한 블루스와 록 음악의 재해석 작품이며 동명 타이틀 곡은 윌슨 작곡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인정받은 그의 역작입니다.
조슈아 레드맨 쿼텟 <MoodSwing>
1994년: 네오 밥, 포스트 밥
조슈아 레드맨: 테너·소프라노 색소폰
브래드 멜다우: 피아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베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 드럼
레드맨이 25세에 발표한 3집입니다. 전곡 그의 오리지널이며 멤버들은 레드맨보다 어립니다. 이들 젊은 리듬 섹션 뮤지션들은 이후 솔로 혹은 자신의 콤보를 통하여 재즈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였으며 모두 재즈계를 대표하는 중견 뮤지션이 되었습니다. 이 콤보는 2020년 <RoungAgain>, 2022년 <LongGone>을 발표하는데 둘 다 2020년대를 대표하는 명연입니다.
1995년: 찰리 헤이든 & 행크 존스 <Steal Away>
포스트 밥, 가스펠, 흑인영가
찰리 헤이든: 베이스
행크 존스: 피아노
프리 재즈, 하드 밥, 포스트 밥 등에서 활약한 베이시스트 헤이든(1937~2014)과 스윙, 밥, 하드 밥, 포스트 밥, 스탠더드 등에서 활동한 피아니스트 행크 존스(1918~2010)의 독특한 듀오 앨범입니다. 녹음 당시 헤이든은 57세, 존스는 76세입니다. 이들의 영적 충만함은 대표곡 Steal Away(주에 의탁하리)에 잘 표현되었고 이 곡은 그래미 최우수 재즈 연주 기악 부문 후보에 지명됩니다. 약 5년 뒤 두 번째 듀오 앨범 <Come Sunday>가 녹음되었고 존스는 3개월 뒤 주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1997년: 다이아나 크롤 <Love Scenes>
보컬 재즈, 재즈 스탠더드
다이아나 크롤: 피아노, 보컬
러셀 말론: 기타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베이스
크롤의 차분한 콘트랄토 보컬과 담백한 피아노 연주, 말론의 기타와 맥브라이드의 베이스가 어우러진 트리오 구성으로 크롤의 4집입니다. 크롤은 1993년 데뷔 이후 1990년대를 주도하는 여성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합니다. 스탠더드 중심의 선곡과 트리오 연주는 과하지 않은 스윙감과 발라드 감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습니다. 미음반협회 공인 플래티넘 앨범(1백만장)이 된 본작은 크롤의 손꼽히는 대표작입니다.
1998년: 브래드 멜다우 <Songs: The Art of the Trio, vol.3>
포스트 밥
브래드 멜다우: 피아노
래리 그래너디어: 더블 베이스
호르헤 로시: 드럼
브래드 멜다우 앨범 <노래들: 트리오 기법>은 클래식을 듣는 듯한 멜다우의 잔잔한 연주와 출중한 더블 베이시스트 그래너디어의 베이스 워킹 그리고 발군의 모던 재즈 드러머 로시의 스틱으로 빌 에반스 트리오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멜다우가 재즈 신에 등장한 시점이 1990년대 초반인데 2000년대에 이르면 빌 에반스 트리오 또는 키스 자렛 트리오(스탠더즈 트리오)와 비교되는뛰어난 트리오 작품과 솔로 연주로 현대 재즈계 중심에 자리잡습니다.
열 장의 주요 앨범을 통해 바라 본 1990년대 재즈 트렌드. 어떻게 느끼셨나요?
1990년대는 퓨전과 거리를 두면서 다양한 기존 재즈 스타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또는 네오 밥) 작품은 한정적입니다.
보컬 재즈는 1980년대 복고풍에 이어 꾸준히 소구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재즈계의 중견이 된 뮤지션들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하는 시기입니다.
언급한 뮤지션들 중 네 명은 삶은 마감하였고 신구 교체는 이후 가속화 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창작의 다양성 혹은 재즈의 다원화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재즈로 이어집니다.
핫불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