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윈튼 마살리스와 재즈 리바이벌을 알아보았고 재즈 리바이벌에 대한 거친 논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즈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와 키스 자렛이 바라보는 윈튼 마살리스의 음악
영 라이언 윈튼 마살리스가 언급한 마일즈 데이비스
재즈 글을 쓰다보면 스케인은 어딘가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뮤지션입니다. 재즈 역사, 트럼피터의 계보, 작품·연주·활동 등에 있어서. 1980년대 이후 가장 언급이 많이 되는 연주자 중의 한 명인 윈튼 마살리스. 재즈계에 등장하자마자 재즈계를 이끌 젊은 연주자(Young Lion, 영 라이언)로 불린 플레이어.
1993년 2월 17일 녹음 모습, 세인트 자일스 교회 @ 크리플게이트, 런던(사진: Frank Stewart)학교에서 클래식 수업을 받고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버지를 통해 재즈를 공부한 마살리스는 1979년 18세에 줄리어드에 입학합니다. 이때만 해도 클래식 연주자의 길을 생각했으나 1980년 아트 블레이키의 재즈 메신저스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재즈 뮤지션으로 진로를 바꾼 그는 1982년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40년 동안 발표한 그의 작품을 숫자로 표현해 볼까요?
숫자로 본 스케인 작품(2023년 8월 기준)
43: 스튜디오 앨범
26: 실황 앨범
18: 공동작(클래식 포함)
10: 컴필레이션
9: 그래미상
6: 사운드트랙
현재 61세가 된 마살리스 작품을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에 입각한 작품
스탠더스와 블루스 중심의 작품
마살리스의 전반기(20~30대) 위주의 작품
스트레이트 어헤드 외 여러 작품
클래식 작품
여기서는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 12편을 소개합니다.
1집: Wynton Masalis, 1982년
퀸텟: 브랜포드 마살리스, 허비 행콕, 론 카터, 토니 윌리엄스 등
총 7곡: 마살리스 3곡
허비 행콕 제작
19세에 녹음한 마살리스의 데뷔 앨범입니다. 그의 트럼펫 연주는 재즈 및 클래식 모두 괄목할 기량을 보입니다. 본작은 마살리스의 지향점인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의 본질(비밥, 하드 밥, 포스트 밥 등)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윈튼의 형 브랜포드 마살리스가 색소폰을 맡았고, 마일즈 데이비스 2기 퀸텟의 리듬 섹션을 담당한 행콕, 카터, 윌리엄스가 참여했습니다.
2집: Think of One, 1983년
섹스텟: 브랜포드 마살리스, 케니 커클랜드, 레이 드러먼드, 제프 와츠 등
총 8곡: 마살리스 3곡
그래미 수상작(최우수 재즈 솔로 연주)
데뷔작에서 데이비스 퀸텟의 리듬 섹션이 참여하였고 두 번째 작에는 20~30대의 젊은 뮤지션들이 참여합니다. 첫 곡은 마살리스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Knozz-Moe-King(노즈-모- 킹)으로 밥적인 코드 전개를 기반으로 그대로 돌진합니다. 다른 멤버들과의 콜라보도 뛰어납니다. 앨범명 Think of One은 설로니우스 몽크의 오리지널로 다섯 번째 곡입니다.
3집: Hot House Flowers, 1984년
오케스트라, 브랜포드 마살리스, 폴 맥켄들리스, 론 카터, 제프 와츠 등
총 8곡: 마살리스 1곡(타이틀 곡)
그래미 수상작(최우수 재즈 솔로 연주), 미음반협회 골드 레코드(50만장) 인증
1, 2집 대비 대중적으로 어필하며 높은 판매량을 보인 작품입니다. 마살리스가 작곡한 타이틀 곡 Hot House Flowers(온실 속 꽃들)를 제외하면 미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들을 선곡하였고 관악기(플루트, 오보에, 호른, 바순, 튜바 등)가 풍성한 음을 제공하여 초기 마살리스 작품 중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앨범입니다.
4집: Black Codes (From the Underground), 1985년
퀸텟(섹스텟): 브랜포드 마살리스, 케니 커클랜드, 샤넷 모펫, 론 카터, 제프 와츠 등
총 7곡: 마살리스 6곡
그래미 수상작(최우수 재즈 솔로 연주, 최우수 재즈 연주)
1980년대를 통털어 스케인의 정점에 있는 작품입니다. 첫 곡 Black Codes는 스케인의 긴 오리지널 곡인데 블랙 코드는 남부연합에서 통과시킨 노예제도법을 가리킵니다. 스케인이 주창한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는 밥을 자양분으로 포스트 밥과 다른 스타일로 발전하는데 이를 네오 밥이라고 하며 이 앨범이 그 전형입니다.
5집: J Mood, 1986년
쿼텟: 마쿠스 로버츠, 로버트 허스트 III, 제프 와츠 등
총 7곡: 마살리스 4곡, 엘리스 마살리스 곡 수록
마살리스의 대표작 중 하나, 그래미 최우수 기악 연주 부문 수상
피아노에 마쿠스 로버츠 포함 새로운 쿼텟 편성으로 연주하였습니다. 로버츠는 젤리 롤 모튼의 랙 타임과 패츠 월러의 스트라이드 주법에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네오 밥으로 평가받는 스케인의 작품과 맞아떨어집니다. 수록곡 After는 스케인의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 곡입니다.
6집: Marsalis Standard Time, Vol. 1, 1987년
쿼텟: 마쿠스 로버츠, 로버트 허스트 III, 제프 와츠 등
총 12곡 중 10곡 스탠더드, 2곡 오리지널
그래미상 작품(최우수 재즈 연주), 골드 레코드
정통 재즈를 지향하는 마살리스는 스탠더드 곡을 중심으로 여섯 권의 연작 앨범을 발표합니다. 1987년 스탠더드 타임 1권을 시작으로 1999년 6권까지 12년에 걸친 여정이었고 1권 외 모두 부제가 있습니다. 다른 앨범 대비 더 호평인 1권은 미음반협회 공인 골드(50만장 판매) 앨범이 됩니다. 네오 밥의 연장선상에 있는 본작으로 마살리스를 시작하셔도 나쁘지 않습니다.
라이브 1집: Live at Blues Alley, 1988년
쿼텟: 마쿠스 로버츠, 로버트 허스트 III, 제프 와츠 등
워싱턴 D.C. 조지타운의 블루스 앨리 클럽 실황
1986년 12월 19~20일 연주를 2CD로 구성
1986년 구성된 마살리스-로버츠-허스트-와츠 쿼텟은 네오 밥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라이브 연주는 뮤지션과 콤보의 기량을 즉각 확인함은 물론 다이나믹한 현장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마살리스 2집에 실린 오리지널 노즈-모-킹이 이틀간의 공연 중심부에 있습니다.
7집: The Majesty of the Blues, 1989년
섹스텟
총 4곡: 마살리스 전곡(1곡은 공동작)
A면: 윈튼 마살리스 섹스텟 연주, B면: 뉴올리언즈 펑션 연주
마살리스가 생각하는 진정한 재즈 또는 재즈의 요소에 블루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블루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깃들어 있는데 이 앨범이 그렇습니다. 그의 고향이자 재즈가 형성된 뉴올리언즈의 사운드(블루스, 브라스 밴드, 전통 재즈 등)를 따라가는데 타이틀 곡 The Majesty of the Blues(블루스의 위엄)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9집: Standard Time, Vol. 2: Intimacy Calling, 1990년
쿼텟/퀸텟: 트럼펫, 색소폰, 피아노, 더블 베이스, 드럼
총 12곡: 대부분 스탠더드 + 마살리스 1곡
빌보드 재즈 앨범 차트 1위
마살리스의 스탠더드 타임 연작 두 번째 작품입니다. 편성은 트럼펫과 리듬 섹션 트리오(피아노, 베이스, 드럼)이며 일부 곡에 테너 또는 알토 색소폰이 추가됩니다. 드럼은 헤를린 라일리와 제프 와츠가 번갈아 연주합니다. 마살리스가 작곡한 곡들에 비해 앨범 스탠더드 타임의 수록곡은 귀에 익은 곡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빌보드 재즈 차트 1위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10집: Standard Time, Vol. 3: The Resolution of Romance, 1990년
쿼텟: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 주니어가 피아노 연주
총 21곡: 대부분 스탠더드 + 마살리스 3곡
제작: 동생 델피요 마살리스 참여
빌보드 재즈 앨범 차트 1위
스탠더드 타임 시리즈의 3권입니다. 앨범의 특징으로 무려 21곡을 수록하였고 윈튼의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 주니어(1934~2020)가 피아노를 맡았습니다. 뉴올리언즈의 저명한 재즈 교육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엘리스는 조용히 아들의 트럼펫을 받쳐줍니다. 이 부자간의 콜라보는 5년 뒤 앨범 Joe Cool's Blues로 이어집니다.
11집: Thick in the South: Soul Gestures in Southern Blue, Vol. 1, 1991년
퀸텟: 조 헨더슨, 마쿠스 로버츠, 엘빈 존스 등
총 5곡: 마살리스 전곡
Soul Gestures in Southern Blue 시리즈 3권 중 첫 번째 작품
앨범명은 "남쪽 두꺼운 곳: 남부 블루스 전통에 깃든 영혼의 몸짓들"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살리스가 관심을 갖는 정통 재즈, 전통 재즈, 그리고 뉴올리언즈를 포함한 남부 지역의 블루스... 이런 것을 전곡 마살리스의 작곡으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소울 재즈에서 활약한 테네 색소폰의 조 핸더슨과 하드 밥 및 포스트 밥의 대표 드러머 앨빈 존스가 참여하여 앨범을 빛내줍니다.
14집: Blue Interlude, 1992년
셉텟: 윈튼 마살리스(tp), 위클리프 고든(tb), 웨슬 앤더슨(as), 토드 윌리엄스(ts, ss, cl), 마쿠스 로버츠(p), 레지널드 빌(b), 헐린 라일리(d)
총 6곡: 마살리스 전곡(2곡은 공동작)
두 번째 곡 Monologue for Sugar Cane and Sweetie Pie(슈거 케인군와 스위티 파이양을 위한 독백)는 마살리스의 스토리텔링과 악기 역할을 소개하면서 진행됩니다.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와 유사한 포맷입니다. 달달한 슈커 케인과 스위티 파이는 결합하여 맛있는 영혼의 한 조각이 되지만 각자의 본성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 달콤한 두 연인은 스윙감과 즉흥 연주를 상징합니다.
19집: Standard Time, Vol. 5: The Midnight Blues, 1998년
쿼텟: 윈튼 마살리스(tp), 에릭 리드(p), 레지널드 빌(b), 루이스 내쉬(d)
총 12곡: 스탠더드 + 마살리스 1곡(타이틀 곡)
스탠더스 타임 연작의 5권입니다. 팝, 재즈, 블루스 등에서 11곡을 선곡하였습니다. 쿼텟 편성에 로버트 프리드먼 편곡 및 지휘로 현악 오케스트라가 참여하여 전체적으로 매우 차분하고 우아한 발라드 모음집이 되었습니다. 마살리스의 앨범들 중 가장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 결과 당시 대중들의 반응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치환되었습니다.
1982년대부터 2023년까지 윈튼 마살리스의 수많은 작품을 따라가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그의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를 중심으로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스케인의 작품은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재즈 스탠더드 중심의 녹음을 합니다.
둘째, 시간이 흐르면서 마살리스 오리지널이 늘어납니다.
셋째, 블루스와 관련된 작품이 추가됩니다.
넷째, 윈튼 마살리스 셉텟(쿼텟, 퀸텟)이 완성됩니다.
소개해 드린 1980~1990년대의 작품은 마살리스가 지향하는 재즈의 구성을 충실히 따르면서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즉 위의 작품들이 1980년대에 일어난 재즈 리바이벌의 대표 작품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품들 중 일부는 아주 편하고 쉽게 다가옵니다. 반면에 어떤 작품들은 금방 친해지지 않습니다. 윈튼 마살리스가 작곡한 곡들과 그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 그리고 그에 따른 연주가 녹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살리스의 클래식 작품과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와 궤적을 달리하거나 다양한 음악적 탐색의 결과물로서의 재즈 앨범은 이번 시리즈에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1980년대를 대표하는 두 가지 키워드 중 재즈 리바이벌이 끝났습니다.
나머지 키워드인 여성 보컬 재즈로 넘어갑니다.
핫불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