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재즈 콤보 중 우아하고 아기자기한 연주가 돋보이는 삼중주 편성입니다. 피아노가 리드하기도 하지만 색소폰이 주도하는 명연도 많습니다. 여기에 더블 베이스나 드럼이 가세하여 리듬을 만들어 갑니다. 수많은 트리오 작품 중 10편을 고르는 것이 무리입니다만 님들의 재즈 감상에 도움이 될 작품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트리오 10선
아티스트: 앨범명, 발표연도, 음반사, 라인업, 해설
1. 냇 킹 콜(1919~1965)
The Complete Capitol Trio Recordings, 1993, 캐피톨
냇 킹 콜: 피아노, 보컬
오스카 무어: 기타
조니 밀러: 더블 베이스
피아노-보컬 정상에 있는 콜은 팝 가수 및 연기자로도 활동하였습니다. 그의 넓은 스펙트럼으로 재즈 뮤지션임을 간과할 때가 있습니다. 1930년대 후반부터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였고 1950년 가수로 전향하여 대단한 성공과 인기를 얻습니다.
1950년을 콜 경력의 전환점이라고 할 때 그 이전은 냇 킹 콜 트리오를 중심으로 피아노와 보컬 연주를 들려줍니다. 트리오지만 콜이 두 악기를 맡으니 더욱 풍성해지고 무어의 기타는 콜의 보컬과 잘 어울립니다. 재즈 보컬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기타와 듀엣으로 협연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만큼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 할 수 있지요.
2. 소니 롤린스(1930~)
Way Out West, 1957, 컨템포러리
소니 롤린즈: 테너 색소폰
레이 브라운: 더블 베이스
셸리 맨: 드럼
버드의 재즈 혁명으로 비밥이 탄생하면서 색소폰은 명실상부한 재즈의 중심 악기로 부상합니다. 버드 뒤를 잇는 후배 연주자들 중 소니 롤린즈와 존 콜트레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 다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를 거쳤는데 롤린즈가 1950년대 초반 트레인이 1950년대 중후반입니다. 이후 두 거장은 화려한 솔로 경력을 갖게 됩니다. 롤린즈의 1957년 앨범 <Way Out West(서부로)>는 색소폰, 베이스, 드럼 편성으로 이 세 명의 조합은 이번 녹음이 처음입니다. 권총 대신 색소폰을 든 롤린즈는 감상자의 심장을 겨냥합니다. 역사에 남는 하드밥 명연을 26세에 보여준 그는 9월에 93세가 됩니다.
3. 아마드 자말(1930~2023)
At the Pershing: But Not For Me, 1958, 아르고
아마드 자말: 피아노
이스라엘 크로스비: 더블 베이스
버넬 푸르니에: 드럼
올 4월 92세로 타계한 프레드릭 존스는 20세가 되던 해에 이슬람으로 개종하며 아마드 자말로 개명합니다. 그리고 곧 아마드 자말 트리오로 프로 경력을 쌓게 됩니다. 1950~1956년 동안 멤버들의 변화는 꽤 있었는데 1957년 푸르니에가 드러머로 영입된 후 시카고 퍼싱 호텔 소속 밴드로 공연을 하게 됩니다. 1958년 1월 16일 퍼싱 라운지 실황인 <But Not For Me>는 자말 연주 경력의 정점에 있는 작품입니다. 비밥을 거쳐 포스트밥 혹은 쿨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는 자말은 70여년의 연주 경력에도 불구하고 당대 피아니스트들에 비하여 저평가 되었습니다. 이 실황은 이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4. 지미 쥬프리(1921~2008)
Thesis, 1961, ECM(또는 버브)
지미 쥬프리: 클라리넷
폴 블레이: 피아노
스티브 스왈로: 더블 베이스
클라리넷과 색소폰의 쥬프리는 프리 재즈, 쿨 재즈, 챔버 뮤직에서 이름을 알린 연주자입니다. 1961년 블레이와 스왈로를 영입하여 트리오에 변화를 주게 되는데 그 결실이 앨범 <Thesis(주제)>입니다. 이 작품은 쥬프리의 오리지널이 대부분이나 폴 블레이의 곡과 그의 배우자이자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칼라 블레이의 한 곡이 포함되었습니다. 쥬프리의 트리오는 악기 편성도 독특하고 프리, 챔버 뮤직, 쿨, 서드스트림 등을 골고루 들려줍니다. 특히 그의 프리 재즈는 1960년대 유행한 프리 재즈와 구별됩니다. 그는 연주자들이 상호작용하며 각자의 즉흥 연주에 충실할 수 있는 연주 형식을 발전시킨 인물입니다.
5. 빌 에반스(1929~1980)
Waltz For Debby, 1962, 리버사이드
빌 에반스: 피아노
스콧 라파로: 더블 베이스
폴 모티앙: 드럼
결국 기승전 "빌 에반스" 트리오인가요? 사실 누가 최고냐 말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습니다. 개인마다 선호도가 다르고 비평가들의 말도 참고 사항일 따름입니다. 다만 에반스의 연주 스타일과 그의 전성기인 1960년대를 통털어 에반스와 비교할 수 있는 연주자는 흔치 않습니다. 게다가 스콧 라팔로와 폴 모티앙이 참여한 황금 트리오, 이후 이어지는 또 다른 트리오도 뛰어남 그 이상입니다. 거구에 굵은 손가락의 소유자인 에반스는 피아노를 빈 노트처럼 마주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시를 써내려갑니다. 그 시에 필요한 잠시 멈춤 그리고 다시... 베이스와 드럼이 그 신호를 보냅니다.
6. 오스카 피터슨(1925~2007)
Night Train, 1963, 버브
오스카 피터슨: 피아노
레이 브라운: 더블 베이스
에드 틱펜: 드럼
1960년대 트리오라면 빌 에반스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스트라이드 피아노의 대가 아트 테이텀의 영향을 받은 캐나다 출신 피터슨은 거침없는 연주와 스윙감 게다가 클래식에 영향을 받은 타건을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줍니다. 60년 이상을 활동하면서 셀 수 없을 정도의 작품을 발표한 피터슨의 트리오 대표작이 1963년 앨범 <Night Train>입니다. 브라운과 틱펜의 연주도 좋지만 피터슨의 피아노는 절대적입니다. 버브를 설립한 노만 그란츠가 제작한 이 앨범은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에서 일한 부친에게 헌정됩니다.
재즈 거장 듀크는 그를 건반의 위대한 지배자라 불렀습니다.
7. 토니 윌리엄스(1945~1997)
Emergency, 1969, 버브
토니 윌리엄스: 드럼, 보컬
존 맥글러플린: 전자, 어쿠스틱 기타
래리 영: 오르간
퓨전 관련 글에서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 출신이 결성한 퓨전 그룹(웨더 레포트,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 리턴 투 포에버, 헤드헌터스, 라이프타임)을 알아봤습니다. 17세에 마일즈 데이비스가 발탁한 윌리엄스는 23세에 라이프타임을 결성하여 같은 해 데뷔 앨범 <Emergency!>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 소개한 재즈 트리오의 연주와 전혀 다릅니다. 퓨전이지만 윌리엄스의 드러밍과 보컬, 맥글러플린의 기타와 영의 오르간이 록 음악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삼인조 록 밴드 연주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윌리엄스의 지향점은 재즈 퓨전(재즈 록)입니다.
8. 팻 메스니(1954~)
Bright Size Life, 1976, ECM
팻 메스니: 일렉트릭 기타
자코 패스토리어스: 베이스 기타
밥 모즈스: 드럼
게리 버튼의 퓨전 밴드에서 연주한 메스니가 1976년 트리오 구성으로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이어 1978년 쿼텟인 팻 메스니 그룹(PMG)을 만들어 그룹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각각 <Bright Size Life>와 <Pat Metheny Group>입니다. 메스니는 오랫동안 이렇게 두 갈래로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의 데뷔 앨범 <밝은 크기의 삶>은 패스토리어스의 전자 베이스가 참여하여 펑키한 사운드의 퓨전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메스니도 전자 기타를 연주합니다. 이 앨범이 다른 퓨전 밴드의 스타일과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근현대 음악의 뿌리가 되는 장르(포크, 블루그래스, 컨츄리, R&B, 블루스, 재즈 등)를 혼합한 스타일을 어메리카나 혹은 루츠 음악이라고 하는데 이 앨범이 이에 해당합니다. 재즈 퓨전 뮤지션들 중 어메리카나를 포용하는 이들이 있으니 감상시 참조하세요.
9. 키스 자렛(1945~)
Standards, Vol. 1, 1983, ECM
키스 자렛: 피아노
게리 피콕: 더블 베이스
잭 디조넷: 드럼
자렛은 솔로 피아노 특히 즉흥 연주의 신기원을 이룩한 인물로 전자 악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에 있었음에도 재즈 퓨전을 길을 걷지 않은 뮤지션입니다. 자렛의 방대한 작품 목록은 재즈인 경우 솔로, 트리오, 쿼텟으로 나눌 수 있고 음악 장르의 경우 재즈와 클래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자렛-피콕-디조넷의 스탠더즈 트리오는 1983년 <스탠더즈, 1권>을 시작으로 2009년 <어딘가에>까지 21장을 발표하였고 2014년 공식활동을 종료합니다. 국내에서는 트리오 결성 30주년 기념으로 2013년 5월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단 한 차례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후 피콕이 2020년 타계했고 자렛은 2018년 뇌졸중 이후 재활에 집중하며 한 손으로 피아노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렛의 솔로, 트리오, 쿼텟은 다른 음악을 들려줍니다. 특히 트리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탠더즈가 된 곡들 중심으로 선곡하여 연주하기 때문에 듣기 편합니다.
10. 브래드 멜다우(1970~)
Ode, 2012, 논서치
브래드 멜다우: 피아노
래리 그레나디어: 더블 베이스
제프 발라드: 드럼
1991년 데뷔 앨범 이후 솔로, 듀오, 트리오, 쿼텟 편성으로 40여장을 발표한 멜다우는 1990년대 떠오르는 피아니스트였고 당시 빌 에반스와 비교되곤 했습니다. 그 판정을 보류하더라도 그의 작품과 연주는 다른 뮤지션들에 비하여 돋보입니다. 그 배경에는 서양 음악, 팝, 록 등을 경험한 세대로서 이를 자양분으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궁리함에 있을 것입니다. 브래드 멜다우 1기 트리오는 1993년 시작되었고 드럼에 호르헤 로시, 베이스는 래리 그레나디어가 주축이었습니다. 이후 2004년 제프 발라드가 로시를 대체하면서 2기 트리오가 시작되는데 발라드의 참여는 전반적으로 리듬 섹션의 강화에 기여합니다. 추천작은 2012년 앨범 <Ode>입니다. 전곡 멜다우 작곡이고 대표곡 "Ode(송가)"는 라이브 영상을 꼭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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