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쿼텟 20선 (2)

하편: 아티스트, 추천작, 해설

by 핫불도그

재즈 쿼텟 20선 하편입니다.

아티스트: 앨범명, 녹음연도, 레이블, 라인업, 해설


11. 소니 스티트(1924~1982)

Tune-up!, 1972, 코블스톤

소니 스티트: 알토, 테너 색소폰

베리 해리스: 피아노

샘 존스: 더블 베이스

알란 도슨: 드럼

외로운 늑대로 알려진 스티트는 58년 생애동안 다작을 하였고 비밥과 하드밥 스타일을 추구한 색소폰 연주자입니다. 1943년 위대한 동료 뮤지션 버드를 만나 연주를 하지만 알토 소리는 그와 유사하였고 이 한계는 테너로 중심을 옮기고 자신의 주법을 강화하면서 탈피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연유 등으로 국내에서 스티트가 간과된 면이 있습니다. 초기 연주를 담은 1957년 앨범 <Kaleidoscope(만화경)>가 라이선스로 발매되었을 때 저또한 그랬습니다. 사실 스티트는 1950~1960년대에 걸쳐 꾸준히 수작을 발표하였으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알콜중독으로 연주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1972년 앨범 <튠업!>은 비밥이 이끌던 1940년대를 소환하기에 충분합니다. 앨범명이자 첫 곡인 "Tune-Up!"은 마일즈 데이비스가 1953년 녹음하여 재즈 스탠더드가 된 곡입니다. 그러고보니 앨범 커버 디자인도 데이비스의 1961년 명작 <Steamin'(김내기)>을 연상케 하는군요.


12. 키스 자렛(1945~)

Belonging, 1974, ECM

얀 가르바레크(노르웨이): 소프라노, 테너 색소폰

팰 다니엘슨(스웨덴): 베이스

욘 크리스텐센(노르웨이): 드럼

키스 자렛(미국): 피아노

자렛이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 이후 솔로로 전향합니다. 그리고 초기 솔로 삼부작(1971년 오슬로, 1973년 브레맨/로잔, 1975년 쾰른)으로 솔로 즉흥연주의 신기원을 이룹니다.

추천작 <빌롱잉(소유물)>은 1973년, 1975년 솔로 공연 사이에 녹음한 작품입니다.

이 앨범 디자인은 아기자기하고 천진난만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잠시 멈춘 듯 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 사진은 일본 사진작가 타다유키 나이토 작품입니다. 네 개의 돌멩이는 유로피언 쿼텟 넷을 표현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네 명이 소유하고 있는 조약돌일까요?

Belonging(소유물)
유로피언 쿼텟(혹은 노르딕 쿼텟)의 첫 작품
북구의 정서 그리고 회화적인 이미지
얀 가르바레크의 테너, 소프라노 색소폰
스틸리 댄의 표절과 자렛의 소송

총 6곡 모두 자렛이 작곡하였습니다.

1. 스파이럴 댄스: 가르바레크와 자렛의 인터플레이. 평행선을 달리다가 소실점에서 만나는?

2. 블라섬: 꽃이 서서히 만개하는 느낌이 드나요?

6. 솔스티스: 이 곡은 하지일까요? 동지일까요? 왠지 밤이 가장 긴 동지를 묘사한 것 같은...

3. 당신이 알다시피 당신의 삶을 사는 한: 아름다운 곡입니다. 스틸리 댄이 도입부를 표절하여 1980년 앨범 <Gaucho>를 발표하였고 자렛이 해당곡 "가우초(남미의 목동)"에 대해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 결과 자렛은 스틸리 댄 노래의 공동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틸리 댄 앨범은 플래티넘(1백만장) 인증을 받았습니다.

유러피언 쿼텟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약 5년간 활동하며 5장의 앨범을 발표합니다.

짧은 기간임에도 자렛의 음악 경력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기입니다.


13. 베티 카터(1929~1998)

The Audience with Betty Carter, 1979, 베트-카(또는 버브)

베티 카터: 보컬

존 힉스: 피아노

커티스 룬디: 더블 베이스

케니 워싱톤: 드럼

재즈 싱어들은 자신의 콤보를 결성하여 공연을 하곤합니다. 보컬도 중요한 악기라서 리듬 섹션 트리오와 보컬이 만나면 쿼텟이 됩니다. 또는 보컬 입장에서 보면 트리오가 동반된 보컬 솔로가 되기도 합니다. 카터의 1979년 12월 실황은 그의 대표작이자 보컬 재즈의 명연으로 감상자를 샌 프란시스코 소재 소규모 공연장(그레이트 어메리칸 뮤직 홀)으로 안내합니다. 카터의 오리지널 첫 곡 "Sounds"부터 스캣과 즉흥 연주로 청중은 압도당합니다. 카터의 음반사 베트-카(Bet-Car)에서 출시되었으며 이후 버브가 재발매하였습니다.


14. 미로슬라브 빅토우스(1947~)

Journey's End, 1982, ECM

미로슬라브 빅토우스: 더블 베이스

존 서먼: 소프라노, 바리톤 색소폰, 베이스 클라리넷

존 테일러: 피아노

욘 크리스텐센: 드럼

재즈 퓨전에 관한 글에서 1970년 탄생한 웨더 레포트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밴드는 조 자비눌, 웨인 쇼터, 그리고 미로슬라브 빅토우스가 만든 밴드입니다만 빅토우스는 자비눌과의 음악적 견해 차이로 1973년 탈퇴하여 독자적인 커리어를 쌓게 됩니다. 이후 현재까지 그는 대중적으로 많이 노출되지 않았으나 작품면에서는 독일 레이블 ECM에서 꾸준히 동료들 또는 소속 뮤지션들과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중 꼽을 작품이 1982년 작 <여행의 끝>입니다. 서먼과 테일러는 영국인이고 크리스텐센은 노르웨이 출신으로 가르바레크와 키스 자펫의 유러피언 쿼텟을 견인한 드러머입니다. 모두 ECM 소속 뮤지션들입니다. 빅토우스와 서먼의 곡들로 채워진 이 작품은 ECM 스타일의 재즈를 들려줍니다.


15. 윈튼 마살리스(1961~)

Standard Time vol.1, 1986, 콜롬비아

윈튼 마살리스: 트럼펫

마쿠스 로버츠: 피아노

로버트 레슬리 허스트 3세: 더블 베이스

제프 와츠: 드럼

1970년대가 퓨전의 시대였다면 1980년대는 재즈의 전통으로 돌아가자는 복고주의의 시기입니다. 그 결과가 여성 보컬 재즈의 인기와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의 유행이었습니다. 후자는 전자 악기를 배제하고 전통 재즈, 스윙, 밥 등을 지향하는데 마살리스가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또한 이런 복고주의 재즈는 널리 알려진 스탠더드를 쉽게 수용합니다. 마살리스는 1987~1999년 총 6권의 스탠더드 타임 연작을 발표하는데 추천작은 1987년 제 1권입니다. 마살리스와 관련된 재즈 논쟁을 떠나 이 24세 연주자의 트럼펫 연주 테크닉은 놀랍습니다. 그의 리듬 섹션 멤버들과 귀에 익은 스탠더드의 역할도 무시할 순 없겠지요.


16. 빌 프리셀(1951~)

Lookout For Hope, 1987, ECM

빌 프리셀: 일렉트릭, 어쿠스틱 기타, 반조

행크 로버츠: 첼로, 목소리

커밋 드리스콜: 베이스

조이 배론: 드럼

프리셀의 기타 연주는 다른 어떤 기타리스트보다 독특하고 개성이 뚜렷해 보입니다. ECM에서 발표한 음반들과 소속 뮤지션들의 세션 연주를 통해 그의 소리에 더욱 관심이 끌렸습니다. 퓨전을 중심으로 어메리카나 등의 스타일이 다시 합쳐지고 그와 함께 하는 멤버들의 연주는 프리셀의 기타 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로버츠의 전자 첼로와 목소리는 긴박감을 주고 배론의 드러밍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아갑니다. 드리스콜의 베이스는 아주 조용히 이들과 보조를 맞춥니다. 통산 프리셀의 3집으로 몽크의 한 곡 제외 전곡 오리지널입니다. 이 앨범에 귀에 감기는 곡이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프리셀의 작품 세계는 갈수록 심오해지고 있습니다.


17. 스탄 게츠(1927~1991)

Serenity, 1987 엠알시

스탄 게츠: 테너 색소폰

케니 배론: 피아노

루퍼스 라이드: 베이스

빅터 루이스: 드럼

1960년대 초반. 더 사운드는 보사노바의 창시자들 및 주요 뮤지션들과 일련의 공연 및 녹음을 합니다. 보사노바를 개척한 미국 재즈 뮤지션 게츠. 그러나 사생활은 엉망이었습니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과의 불화와 단절. 게츠는 화려한 명성만큼이나 너무나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지요. 1964년 이후 게츠는 보사노바에서 방향을 선회합니다. 그렇지만 이후 수년간 그의 앨범과 실황에는 보사노바 곡이 항상 포함됩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중년의 연주를 들려줍니다. 1960년대 후반 이후 게츠의 음악은 보사노바를 벗어나 주요 뮤지션들과의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합니다. 1967년 발표작 <Sweet Rain>이 그 예로 칙 코리아가 참여하여 밥(혹은 쿨)과 다른 그렇다고 퓨전도 아닌 연주를 들려줍니다. 1970년 6월. 파리에서 테니스 챔피언십을 관람한 게츠가 블루노트 클럽에 우연히 방문합니다. 당시 파리는 재즈가 침체된 상황이었는데 클럽에서 멋진 스윙 연주를 하는 트리오를 본 게츠는 이들과 쿼텟을 기획합니다. 스탄 게츠, 오르간의 에디 루이스, 기타의 르네 토마스, 그리고 드럼의 베르나르 뤼바 편성으로 1971년 1월 및 3월 런던의 재즈 클럽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게 되는데 그 앨범이 <Dynasty>입니다. 쿼텟은 색다르지만 훌륭한 재즈를 선사합니다. 시간이 흘러 1987년 7월 6일, 코펜하겐 몽마르트 재즈 클럽에서의 실황. 게츠-배론-라이드-루이스 쿼텟의 공연은 몇 년 뒤 두 장의 앨범으로 빛을 봅니다. 1989년 <Anniversary!>와 1991년 <Serenity(평온)>이 그것입니다. 케니 배론은 스탄 게츠를 1970년에 만났습니다. 당시 게츠는 <Dynasty>의 쿼텟을 이끌고 있었는데 이후 배론은 게츠의 마지막 연주 파트너로 남게됩니다.


18. 존 스코필드(1951~)

Meant to Be, 1990, 블루노트

존 스코필드: 기타

조 노바노: 테너 색소폰, 알토 클라리넷

마크 존슨: 더블 베이스

빌 스튜어트: 드럼

스코필드가 2015년 앨범 <Past Present>와 2016년 앨범 <Country for Old Man>으로 연이어 그래미 최우수 재즈 앨범상(연주 부문)을 받았습니다. 모두 쿼텟 작품입니다. 퓨전 기타리스트로서 그의 경력은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반세기 프로 경력 중 세션으로 많은 작품에 참여한 그가 1970년대 후반부터 여러 형태의 콤보(듀오, 트리오, 쿼텟, 퀸텟, 섹스텟 등)로 리더작을 발표합니다. 쿼텟 작품이 가장 많으며 대부분 명연입니다. 추천작은 존 스코필드 쿼텟의 첫 앨범 <Meant to Be(운명이야)>입니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노바노가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맡았고, ECM에서 좋은 작품을 선뵈게 되는 존슨이 더블 베이스, 존 스코필드 쿼텟과 오랫동안 함께 하는 스튜어트가 드럼을 담당합니다. 전곡 스코필드 오리지널.


19. 브랜포드 마살리스(1960~)

The Secret Between the Shadow and the Soul, 2018, 마살리스 뮤직

브랜포드 마살리스: 색소폰

조이 칼더라조: 피아노

에릭 레비스: 더블 베이스

저스틴 포크너: 드럼

재즈 뮤지션이 수십년 자신의 콤보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시적인 멤버 구성을 통한 작품 발표가 아닌 이상. 이런 면에서 주요 연주자들의 꾸준한 콤보 앨범 발표는 그 앙상블의 수준과 음악적 변화를 기대케 합니다. 윈튼 마살리스의 한 살 위 형인 브랜포드 마살리스는 1980년대 동생의 작품에 많이 참여하였고 리더작과 아울러 쿼텟 앨범을 1986년부터 꾸준히 발표하였습니다. 드러머는 2009년 제프 와츠에서 저스틴 포크너로 교체되었습니다만 그 외 멤버들은 최근 20년간 변화가 없습니다. 총 16장의 작품을 발표한 쿼텟의 가장 최근작이 사진의 2019년 작품입니다. 앨범 제목은 칠레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서 따왔습니다. 2020년 그래미 최우수 재즈 기악 앨범 후보작.


20. 웨인 쇼터(1933~2023)

Without a Net, 2010, 블루노트

웨인 쇼터: 테너, 소프라노 색소폰

다닐로 페레즈: 피아노

존 파티투치: 더블 베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 드럼

올 초까지 현존 최고의 마에스트로였던 쇼터는 퓨전 밴드 웨더 레포트(1970~1986) 이후에도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합니다. 2010년에 녹음하고 2013년 발표한 <Without A Net>은 한 곡을 뺀 전곡을 쇼터가 작곡하여 5인조 목관악기 앙상블 이마니 윈즈와 협연한 라이브 앨범입니다.

쇼터가 제작까지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실험적이고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후 5년 후인 2018년 동일한 멤버로 <EMANON(에마논)>을 발표합니다. 앨범명은 NO NAME을 거꾸로 읽은 것입니다. 두 앨범 모두 그래미상을 받습니다.

기악부문 최우수 솔로 및 최우수 재즈 앨범.


지금까지 두 편에 걸쳐 시대순으로 쿼텟 20선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선정이 쉽지도 않았을 뿐더러 기준도 명확히 하기 어려웠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급된 모든 콤보와 그 작품 그리고 뮤지션들은 재즈 역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님들이 이 글을 참고로 재즈에 더욱 가까이 가신다면 이 글은 목적을 다한 것입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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