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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국악책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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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불도그 Jul 12. 2024

김덕수

사물놀이

국악의 대분류: 정악과 민속악

판소리가 17세기에 등장하여 조선시대 후기 팍팍한 백성들의 삶을 어루만져 줍니다. 점차 양반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세기 말에 이르면 흥선대원군, 고종, 순종 등 권력자들도 선호하는 음악 장르로 자리잡습니다.

국악은 크게 정악과 민속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악(正樂)

뜻, 수요층: 바른 음악, 아악이라고도 함, 궁중이나 양반층이 향유

종류: (기악) 궁중음악, 풍류음악, 영산회상, 자진한잎, 대취타도 (성악) 가곡, 가사, 시조 등


민속악(民俗樂)

뜻, 수요층: 정악이 아닌 것, 평민들이 즐긴 세속적인 음악

종류: 산조, 판소리, 풍물놀이, 무속음악, 토속민요, 범패  등


정악은 광화문, 경복궁 등을 관람하다보면 볼 수 있는 취타대의 연주,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왕과 관료들의 제례의식이나 양반들이 주거니받거니 시를 읊는 장면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정철의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을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이처럼 정악은 지배층의 위엄과 권위, 통치철학, 유교, 사대부 문화 등이 어우러지면서 음악은 절제되고 빠르지 않습니다.


한편 민속악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이 접하고 있습니다. 연주자의 기예와 유파의 특징이 담긴 독주곡 산조. 고수, 소리꾼, 관중이 어우러져 추임새와 함께 전개되는 한 마당의 판소리. 농악으로 불리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대학 풍물패 동아리로 확대되었던 풍물놀이. 한반도 5도 지역 사투리가 고스란히 반영된 비정형화된 서민 음악인 민요. 이처럼 민속악은 정악과 수요층도 다르고 음악의 탄생 배경과 효용도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속악 중 풍물놀이와 사물놀이

김덕수(드러머, 댄서)

그럼 민속악인 풍물놀이와 사물놀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사물놀이도 민속악의 일부이며 풍물놀이에서 파생된 음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의 제목과 같이 사물놀이는 장구 명인 김덕수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풍물놀이(風物놀이)

명칭: 풍물놀이, 풍물 굿, 농악

목적: 농사 개시 또는 추수 시에 사람들의 피로를 풀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

사용 악기: 타악기(북, 장구, 꽹과리, 징), 관악기(나발, 태평소)

연주 장소 및 구성: 야외에서 대규모 인원으로 진행

사물놀이(四物놀이)

기원: 1978년 장구 명인 김덕수 등 네 명의 연주자가 무대예술로 변형시킨 풍물놀이

목적: 감상용

사용 악기: 타악기(북, 장구, 꽹과리, 징)

연주 장소 및 구성: 실내 공연장에서 넷이 연주

사물놀이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네 가지 타악기를 가지고 논다는 의미이며 타악기로만 구성된 쿼텟 형식입니다. 이러한 편성은 서양음악 관점에서 본다면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풍물놀이와 사물놀이를 재즈에 비유한다면 이렇습니다.

풍물놀이

라지 재즈 혹은 인원이 많은 콤보(섹스텟 혹은 그 이상)

스윙 재즈와 같이 흥겨우며 관중 혹은 구성원과 어우러지는 분위기

사물놀이

인원이 적은 콤보(쿼텟)

스윙 재즈에 반기를 들고 창조된 비밥

연주자의 고도화된 기교와 구성원의 인터플레이를 포함한 기경결해(시작, 진행, 절정, 마무리) 방식의 흐름

네 가지 타악기로만 구성되면 연주의 리듬감과 비트가 배가됩니다. 이는 록 음악에서 드럼과 퍼커션이 같이 연주하거나 여러 대의 드럼 편성에서 느낄 수 있는 사운드와 유사합니다. 또한 재즈 퓨전에서 드러머와 퍼커셔니스트를 동시에 기용하여 꾀하는 복잡한 리듬과 역동적인 사운드 전개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김덕수(1952~)와 사물놀이

1952년 대전 생인 김덕수는 5세에 남사당패에서 장구를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1978년 동료 이광수(북), 김영배(꽹과리), 최종실(징) 등과 사물놀이 쿼텟을 결성합니다. 1993년에는 쿼텟을 확장한 사물놀이 악단 한울림이 탄생하였습니다. 명장 김덕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외 공연을 통하여 한국의 음악을 널리 알린 인물입니다. 가는 곳마다 관객은 열광하였고 지금의 케이팝에 견줄 순 없지만 한국의 문화와 음악을 제고하는데 공헌하였습니다.


사물놀이 작품들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앨범이 있습니다.

1993년 5월 서울에서 녹음하여 1994년 1월 ECM에서 발매된 <Then Comes The White Tiger(그리고 백호가 여기로 온다)>입니다. 이 작품은 사물놀이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는데 유럽 재즈 명레이블 ECM이 기획하였습니다. 연주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물놀이 퀸텟

김덕수: 장구, 피리, 호적, 징
이광수: 꽹과리, 징, 목소리

강민석: 북, 징

김우태: 북, 징, 바라

김성운: 거문고, 가야금


레드 선 재즈 쿼텟

볼프강 푸슈니히: 색소폰, 플루트

린다 샤록: 목소리

릭 이아나콘: 전자 기타

자말라딘 타쿠마: 베이스 기타


타악기 퀸텟이 재즈 쿼텟을 만나 노넷이 되었고 국악과 재즈가 만나 월드 뮤직이 되었습니다. 한국, 오스트리아, 미국 등 다국적 뮤지션들이 만나 서로의 음악을 탐구합니다.


재즈 고향인 미국의 뮤지션들이 사물놀이를 들으면 프리 재즈라고 할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은 독특하고 뛰어난 프리 재즈 작품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사물놀의의 기승전결 전개는 스토리가 있고 타악기들 사이의 인터플레이가 돋보이며 복잡한 리듬과 장단의 변화는 전 세계인을 열광케 합니다.


감상 측면에서는 첫째, 사물놀이 공연을 직관하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1980~1990년대 작품들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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