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散調, 흩어질 산 가락 조)
산조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흩어진 가락을 의미하며, 타악기(장구)의 변화하는 리듬(장단: 굿거리, 엇모리,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 등)에 따라 뮤지션이 악기를 솔로로 연주합니다.
악기는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관악기: 피리, 단소, 대금, 소금, 퉁소, 태평소 등
현악기: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양금 등
타악기: 꽹과리, 징, 장고(장구), 북 등
즉 장구가 제시하는 리듬에 따라 연주자는 청중과 교감하며 솔로 악기를 연주합니다. 특히 반주자의 추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판소리에서도 동일합니다.
산조는 19세기 무속 음악과 시나위(정형화되지 않은 무속 음악)를 기반으로 연주 주법이 발전하면서 형성되었습니다. 지역은 전라도를 필두로 충청도, 경기도 남부 등입니다. 언급하였듯이 산조는 솔로 연주이며 다양한 악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1940년대 초중반 비밥의 탄생으로 지휘자 혹은 밴드 리더에 종속되었던 연주자들이 음계의 변화를 주면서 솔로 연주를 발전시킨 것과 유사합니다. 악기별로는 고종 때 가야금 산조를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김창조(1865~1919) 명인이 있습니다. 또한 거문고에는 백낙준(1876~1930), 대금에는 한숙구(1849~1925)와 박종기(1879~1939), 해금에 지용구(1857~1938), 피리에 최응래, 아쟁은 한일섭(1929~1973) 명인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솔로 기악곡인 산조와 판소리의 연관성은 없지만 문신이자 판소리 연구가인 신재효(1982~1884)가 고종 재위 기간에 판소리를 집대성하여 판소리 여섯 마당(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가루지기타령, 토끼타령, 적벽가) 체계를 만듦으로써 국악의 주요 장르인 산조와 판소리가 유시한 시기에 발전한 것은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이 말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국악은 항상 마음이 쓰이는 장르입니다. 학창 시절 의무감으로 국악을 들으려 한 적이 있었고, 팝, 록, 재즈, 클래식을 수박 겉햝기 식으로 듣다가 '국악을 들어야 돼.'라는 강박 관념에 시달린 적도 있었습니다. 1990년 대 초 사회 생활을 하면서 국악 음반을 사기 시작했는데 종종 가던 음반 가게가 대학로의 바로크 레코드와 종로의 신나라 레코드였습니다. 특히 신나라는 당시 구하기 힘든 록의 명반은 물론 클래식 음반을 수입 LP, CD로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신나라가 기획하여 발매한 국악 시리즈는 괄목할 만하였습니다. 특히 옛날 녹음을 찾아 복각하여 CD로 발매한 명창 시리즈가 뛰어났습니다. 나중에야 이 음반사를 이슈가 된 종교 단체가 운영함을 알게 되었고 전문가 수준으로 음반을 추천해주던 매장 직원들이 신도라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러 2020년대가 된 지금.
뉴 밀레니엄 이전의 국악과 현재의 국악은 변화를 통하여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이는 뮤지션들이 신세대 더 나아가 엠제트 세대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악의 퓨전화 그리고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는 주목할 만합니다. 국악기의 즉흥적인 연주는 재즈와 유사하고 재즈 악기와 국악기가 어우러진 앙상블은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또한 젊은 국악인들의 작곡 및 편곡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들이 빚어낸 국악은 스타일에 변화를 줌으로써 대중적으로 어필합니다. 바야흐로 국악 울렁증이 사라지고 우리의 것이 정말 좋아지는 때입니다. 케이팝의 위상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생강(1937~)
신세대 국악인들을 받쳐주는 명창, 명인들이 있습니다. 대금산조하면 떠오르는 이생강이 그런 명인 중의 한 명입니다.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해방 후 부산에 정착하였고 여러 명인들을 사사하며 관악기들(대금, 소금, 단소, 퉁소, 피리, 태평소, 쌍피리 등)을 익혔습니다. 1947년 10세의 나이에 명인 한주환(1904~1963)에게서 대금 산조를 사사합니다. 이로써 대금산조의 시조라고 불리는 한숙구, 박종기의 가락을 한주환이 이어받아 이생강으로 넘겨주게 됩니다.
이생강의 부친은 아들의 대금 교육을 위하여 명인이 많은 전라도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였습니다. 약 80년에 걸친 그의 음악은 복식호흡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날숨과 들숨을 토대로 맑은 소리를 특징으로 합니다. 또한 단련된 호흡법을 통해 장시간 연주에도 고고한 자세와 청아한 소리를 유지합니다. 명인 이생강의 업적은 아들 이광훈으로 전수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자의 활동은 진행형입니다.
1997년 대금산조
그의 연주 모두가 명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 한 장만을 꼽았습니다.
총 5곡입니다. 첫 곡은 스승 한주환을 기리며 스승의 연주풍을 따름니다. 나머지 네 곡은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순으로 리듬이 빨라지는 산조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들으면 양동마을, 마을의 학들, 그 옆의 연꽃이 떠오릅니다. 청아하고 옥구슬 같은 대금 소리가 학을 뛰놀게 합니다. 만개한 연꽃은 대금 소리에 살랑거립니다. 이 앨범은 삼성뮤직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예전에 삼성이 나이스라는 브랜드로 음반사업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국악을 낯설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통하는 게 있습니다. 클래식, 재즈, 록, 팝, 케이팝, 그리고 국악에 이르기까지 뮤지션들이 지향하는 무엇인가를 우리가 느낄 수 있다면 그 음악의 본질에 더 다가가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상업적이고 선정적이며 가십거리 따위의 부차적인 것들에 매몰되면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습니다. 국악은 대단한 결심을 통해 시작하기보다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듣기 편한 작품부터 출발함이 나을 수 있습니다. 산조의 경우 대금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 연주를 들으면서 폭을 넓혀가면 좋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국악의 다른 갈래를 시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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