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는 "하이 C의 왕"이라고 불리는 테너 가수입니다. 플라시도 도밍고(1941~), 호세 카레라스(1946~)와 함께 3대 테너로 불렸습니다. 이들은 1990년 쓰리 테너 콘서트에 참가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진이 바로 그 공연으로 주빈 메타가 지휘하였습니다. 파바로티는 이후 대중적인 공연도 많이 하면서 초전성기를 구가하였는데 스팅 등이 참여한 <파바로티와 친구들>이라는 명작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3대 테너. 이들이 성악가로서의 뛰어난 역량은 당연한 것일진데, 도밍고는 나중에 과거의 성추문 이슈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카레라스는 40대 초반 백혈병 투병을 극복한 인물로 종종 소개되었고 사교적인 성격의 파바로티는 스캔들로 수많은 가십거리를 제공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선호도가 있겠지만 세 명의 테너 중 파바로티를 가장 먼저 꼽게 됩니다.
육중한 체구에서 나오는 미성은 천상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으며 파바로티가 출연한 오페라 작품들은 명연과 명반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는 공연을 할 때 한 손에 흰 손수건을 쥐고 노래와 연기를 합니다.
젊은 시절 무대에 나서는게 두렵고 손에 땀이 나는 상황을 어찌할 수 없었는데 무대 뒤 매니저가 하얀 손수건을 건넵니다. 결과는 성공적. 마음을 안정시키고 땀을 닦을 수 있는 이 도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거구인 파바로티를 슬림하게 보이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판소리와 부채
좌: 명창 박동진 '범 내려온다', 우: 명창 조상현 '사철가'
판소리 공연장. 고수가 무대 우측에 정좌하고 북을 끌어 당깁니다. 소리꾼이 등장합니다. 고수의 장단에 맞춰 소리꾼이 고전문학 한 마당의 줄거리를 풀어 나갑니다. 고수가 추임새로 소리꾼과 대화를 합니다. 이를 지겨보는 관객들도 소리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 듭니다. 명창은 소리(노래), 아니리(말), 발림(몸짓)으로 연기를하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장면은 오페라 가수들이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연기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고수와 소리꾼. 명고와 명창.
여기서 명고가 북으로 장단을 만들며 명창을 도와준다면... 명창의 손에는 북에 견줄 수 있는 부채가 있습니다. 이 부채는 장식물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이야기의 극적인 대목에서 소리꾼은 부채를 꽉 쥐고 소리를 구성지게 끌어냅니다. 손짓과 함께 움직이는 부채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에 더 몰두하게 합니다. 또한 중간중간 부채가 접혔다 펼쳐졌다 하면서 장면이 바뀌기도 합니다. 어떤 부채는 문장과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글씨만 있거나 아무 것도 없는 부채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명창 손끝의 부채는 연기자와 일체가 되어 멋진 무대를 만드는데 기여합니다.
장마가 늘상인 여름입니다. 한 손에 부채를 들고 판소리 한가락이라도 들으며 무더위를 자알 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