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후보작
2025년 2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진행되는 제67회 그래미 시상식. 후보작은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발표된 작품을 기준으로 선정됩니다. 재즈는 총 여섯 개 부문(재즈 퍼포먼스, 재즈 보컬 앨범, 재즈 인스투르멘탈 앨범, 라지 재즈 앙상블 앨범, 라틴 재즈 앨범, 얼터너티브 재즈 앨범)에서 경합을 하며 부문별 다섯 내외의 후보를 선정합니다.
여기서 재즈 인스투르멘탈 앨범은 콤보 형태의 편성을 의미하고 라지 재즈 앙상블 앨범은 빅밴드 혹은 오케스트라 앨범을 가리킵니다. 콤보는 솔로 연주를 제외한 소규모 편성의 연주를 말하며 연주자의 수에 따라 듀오, 트리오, 쿼텟, 퀸텟, 섹스텟, 셉텟 등으로 구분됩니다. 라지 재즈는 일반적으로 밴드 리더의 지휘 아래 관악기(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클라리넷 등), 타악기(드럼, 퍼커션 등),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리듬 섹션(기타, 피아노, 더블 베이스, 드럼 등) 등이 조화를 이루며 앙상블을 만듭니다.
본론으로 이번 그래미의 후보에 오른 최우수 라지 재즈 앙상블 앨범 다섯 편을 감상합니다.
존 비즐리 &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빅밴드: Returning to Forever
미국 루이지애나 주 출생인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1958~)는 허비 행콕, 설로니우스 몽크, 아트 테이템 등의 스타일을 융합하여 자신의 주법을 창조하였습니다. 프레디 허버드,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에서 잠깐 활동하였고 1990년대 초 솔로 앨범을 시작으로 최근 자신의 빅밴드 MONK'estra(몽케스트라: 설로니우스 몽크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를 통하여 세 장의 수작을 발표하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빅밴드(독어로는 hr 빅밴드)는 손꼽히는 유럽의 빅밴드 중 하나이며 미국 출신의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짐 맥닐리(1945~)가 이끌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현재 소속 단원은 총 17명으로 색소폰(5), 트롬본(4), 트럼펫(4), 기타(1), 피아노(1), 더블 베이스(1), 드럼(1) 편성입니다. hr 빅밴드는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를 초대하여 협연을 하곤 하는데 사진의 후보작이 그 예입니다. 재즈 퓨전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앨범 제목이 낯익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재즈 퓨전이 발전하던 시기 칙 코리아가 결성한 밴드가 리턴 투 포에버(RFT)입니다. 라틴 재즈와 재즈 퓨전을 발전시킨 이 밴드는 모든 앨범이 명작이었는데 hr 빅밴드와 비즐리가 RTF의 1~2기에 발표한 여섯 장의 앨범에서 총 일곱 곡을 선곡하여 새롭게 해석합니다. 빅밴드는 혼 섹션의 역할이 두드러진데 이 앨범은 재즈 퓨전에 걸맞게 기타, 드럼, 피아노 등의 솔로 연주가 두드러집니다. hr 빅밴드로서는 참신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맥닐리 지휘로 2022년 발표한 작품 <Rituals>이 있는데 이 또한 명연입니다. 두 앨범을 같이 하면서 빅밴드의 진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TF의 모든 앨범 또한 강추입니다.
(짐 맥닐리: 2025.9.26 담관암으로 타계)
더 클레이튼-해밀톤 재즈 오케스트라: And So It Goes
클레이튼-헤밀톤 재즈 오케스트라는 드러머 제프 해밀톤(1953~), 베이시스트 존 클레이튼(1952~),
색소포니스트 제프 클레이튼(1954~2020) 셋이 198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든 빅밴드입니다. 색소포니스트 클레이튼은 타계하였고 앨범 커버의 왼쪽이 해밀톤 오른쪽이 클레이튼입니다. 2024년 현재 구성원은 보컬 포함 약 20명입니다. 총 9곡이며 타이틀곡 "And So It Goes"는 빌리 조엘의 오리지널로 1983년 작곡하여 1989년 앨범 <Storm Front>에 수록하였습니다. 제프 클레이튼과 제프 해밀톤의 오리지널이 한 곡씩 반영되었고 나머지 여섯 곡은 재즈 스탠더드입니다. 이 앨범은 빅밴드의 전형을 잘 보여줍니다. 혼 섹션의 풍성하고 일사불란한 사운드와 리듬 섹션의 리듬과 비트가 잘 어울립니다.
오린 에반스 & 더 캡틴 블랙 빅밴드: Walk a Mile in My Shoe
미국 뉴저지 주 출생인 피아니스트 오린 에반스(1975~)는 1994년 솔로 앨범을 발표하였고 현대 재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네덜란드 재즈 레이블 크리스 크로스의 대표 뮤지션입니다. 에반스는 솔로 활동과 더불어 유뱅크스-에반스 익스피리언스(EEE), 캡틴 블랙 빅밴드, 타르베이비, 더 배드 플러스, 루브파크 등의 프로젝트를 통하여 20장이 넘은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각광받은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캡틴 블랙 빅밴드는 2009년 말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에반스는 유년기 왼발 신경섬유종으로 특수 신발과 지팡이에 의지하였고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앨범 사진의 신발이 그것이며 앨범 제목은 에반스가 그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걷는 경험을 가리킵니다. 총 아홉 곡은 에반스의 유년기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곡을 듣다보니 반가운 게스트 보컬이 보입니다. 리사 피셔. 2014년 국내 개봉작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Twenty Feet from Stardom)>의 주인공 중 한 명입니다. 피셔는 R&B의 숨은 보석, 뮤지션들의 뮤지션 등으로 불렸고 롤링스톤즈, 티나 터너, 스팅, 크리스 보티, 루더 반드로스, 나인 인치 네일, 푸시캣 돌 등의 공연에 백보컬로 참여하였습니다. 피셔는 1980~90년대 최고의 팝 가수였던 휘트니 휴스턴에 절대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백보컬로서 무대에 섰을 따름입니다. 그러던 그가 2014년 그랑 바통(Grand Baton)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투어를 시작하였고 재즈 싱어로 변신합니다. 후보작은 오린 에반스와 더 캡틴 블랙 빅밴드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주 또한 흑인 뮤지션들의 스타일을 중심으로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줍니다.
댄 푸가치 빅밴드: Bianca Reimagined: Music for Paws and Persistence 위너
댄 푸가치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이 된 드러머 겸 작곡가입니다. 그의 성 푸가치의 어원은 올빼미입니다. 푸가치는 노넷과 빅밴드 둘을 이끌고 있습니다. 노넷(9인조)으로는 2018년 데뷔 앨범 <Plus One>을 발표하였고, 빅밴드로는 2024년 8월 <Bianca Reimagined>를 최신작을 발표하였습니다. 빅밴드 최신작이 그래미 후보에 올랐는데 커버 모델이 핏불 비앙카입니다. 2011년 비앙카와 뉴욕에서 거주하게 된 푸가치는 반려견과 10년을 함께 하였습니다. 비앙카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푸가치의 리허설과 공연에 함께 합니다. 총 열곡 중 반 헤일런의 명곡 "Dreams"를 제외하면 푸가치의 오리지널이며 두 곡은 그의 반려자이자 재즈 싱어인 니콜 수라이티스가 작곡하였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을 표현한 따뜻한 작품으로 아주 신선합니다. 아마도 비앙카는 재즈를 가장 많이 들은 행복한 댕댕이였겠지요?
미겔 제논: Golden City
라틴 재즈, 조금 들어가보면 아프로-큐반 재즈, 푸에르토리코 재즈, 푸에르토리코 전통 음악(쁠레나), 카리브 연안 음악 등을 살아있는 뉴욕의 재즈와 블렌딩하여 새로운 해석과 접근을 하고 있는 알토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미겔 제논(1976~)은 각광받는 재즈 뮤지션입니다. 1996년 19세의 제논은 모국 푸에르토리코를 떠나 버클리 음대 장학생으로 보스톤으로 이주합니다. 졸업 후 2000년대 초부터 작품 및 연주 활동을 하게 되었으며 이후 뉴욕에 둥지를 틀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합니다. 후보작은 샌프란스코의 별칭인 골든 시티를 타이틀로 하고 이 도시의 상징인 금문교를 커버로 하여 샌프란시스코가의 역사를 복기합니다. 영국의 시민지로 있던 때부터 첨단기술의 메카로 자리잡기까지를. 노넷 편성이며 열 한곡 전부 제논이 작곡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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