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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Jul 31. 2023

유튜브도 보고 게임도 하고 TV도 거실에 있습니다만,

그래도 독서를 합니다.

독서를 하는 집은 뭔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다른 집이 많긴 하더라.

일단 거실에 TV가 없고 엄청난 양의 책이 가득한 책장이 있다.

(심지어 사다리 타고 천장에 올라가 책 찾는 아이도 보았다.)

그 집과 다른 우리 집의 간극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키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도전해 볼 용기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블로그에 책 육아 하는 엄마들을 보면 열정이 감탄 그 자체이다.

그들과 비교되기도 하고 그들의 정성과 경제력에 주눅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난 sns를 하지 않는다. 자아가 충만해서 안 하는 줄 착각했다. 글을 쓰다 보니 열등감이 더 큰 이유인듯하다.)

그래서 지레 포기하게 된다.

우리 집은 저렇게 못해!
우리 집 환경은 이렇게 안돼!
아니, 이미 시기가 지났어!


이런 생각이 들어 시도조차 하기 싫은가?

그래서 우리 집 이야기를 해 본다.

아이 둘을 유튜브로 영, 유아기를 키운 아줌마가 하고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세상에 늦은 일이 어디 있던가? (나 또한 40세 근처에 와서 내가 책을 탐독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특히 아이들 독서는 적어도 내 방법은 엄마인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어서-책 육아 하시는 부모님들이 보시면 기절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지 말자. 세상에 정해진 길이 어디 있겠는가? 내 상황, 내 형편, 내 방식대로 그냥 해보는 거다. 그리고 함께 용기 내 실천해 보는 거다.




3년 전 이사를 오면서 8정도 집을 줄였다.

거실 한쪽 벽에는 떡하니 TV가 있다.

주말에  TV를 습관처럼 틀어야 하는 어른도 한분 계시며 맞은편에 소파를 사고 싶다 조르는 덕에 얼른 낮은 책장 하나를 었더니 소파를 사게 되면 머리에 이고 TV를 시청해야 지경이라 더 이상 조르지 않으신다.(다행이다.)

서재라고 하기엔 작은 방 하나가 있는데, 창고가 되어가는 실정이라 그 사태를 막기 위해 비우기 바쁘다.

일단,

여기까지가 우리 집 환경이다.

그대 집과 비슷하거나 그대 집이 독서에 더 적합한 환경일지 모른다.




우리 집 1호와 2호는 나와 연락이 닿아야 하기에 초등 입학과 동시에 폰을 다.

하지만 폰으로 친구들과 연락을 하거나 카톡을 하지는 않는다.

(아직 저 학년이라 문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아이들은 하교와 동시에 정해진 시간(1시간)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시작할 땐 타이머를 누른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용도가 떨어지며 페널티가 주어진다.

(예전에 7분 시간 초과하는 바람에 1주일 동안 폰을 금지했더니 그 후로 더 잘 지키고 있다.)

그 후에는 학원을 다녀오고 자유시간을 갖는다.

공부는 조금, 아주 조금 한다.

(엉덩이 습관만 길러주고 싶은데 그 정도로 엉덩이 붙일 습관이 길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폰은 문자나 전화로 친구와 연락을 하지 않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끝났고 집에 왔으니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아이들에게 남은 자유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학원을 별로 안 다니는 것도 한 몫한다.)

남은 시간 동안 스스로 재미있는 '놀거리'를 찾아야 한다.

Tv는 거실에 있지만 평일엔 틀지 않는다.

한 번씩 보고 싶을 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TV 볼 시간을 협상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미디어 중독 예방 교육을 몇 번 들었는데 전문가들 견해도 조금씩 다르긴 하다.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실리콘벨리 기술자들의 자녀들도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제한한다는 일화가 많다.

일단, '미디어를 최대한 늦게 노출시키는 것이 좋다'라는 점은 나 또한 무조건 동의한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었고 금기시키려다 부모 자녀 관계가 더 나빠진다면,

단절은 무리고 '절제와 규칙'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한 지인은 자녀들이 중, 고등학생인데 폰을 사주지 않아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 지인이 특별히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느껴서 그렇게 지도하나 했더니,

(실제로 다른 지인은 본인이 스마트 폰을 안 써서 자녀들도 고등학교 때까지 2G 폰을 썼다고 한다.)

유난히 반대하는 사람은 아빠였는데 반전이 그분은 절제가 안될 만큼 스마트 폰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분의 논리인즉, 나도 이렇게 절제가 안 되는 스마트폰을 자녀들에게 사줄 수 없다고 한다.

(부모는 되고 자녀는 안되고 이 얼마나 앞 뒤가 안 맞지 않나?)


나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폰을 이용하긴 하지만, 의식적으로 폰을 치워 놓고 아이들과 함께 거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1호가 제일 많이 하는 여가 활동은 독서다.

유아시절 취미는 '입체 종이접기'였는데, 초등학교 들어가 한글을 떼면서 자연스레 그 몰입이 독서로 옮겨갔다.

그때쯤 나와 각자 책 읽기 시작했는데 3년째 우리의 독서를 향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내게도 장난감과 유튜브, 일명 장비빨로 육아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무리 비싼 놀잇감을 사줘도 일주일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어떤 날은 반나절이면 땡!)

그 후로 다이소 장난감을 샀었는데, 그야말로 일회용에 그치는 게 아닌가?

어느 순간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 둘째는 5살부터 장난감 없는 환경에서 컸다.

그래서 아이 둘은 엄청 싸우지만 잘 논다.

체스나 장기, 보드게임,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그래도 심심하면 욕실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온 이불을 다 꺼내 놓고 이불 탐험을 하거나 바닥에 발을 닿지 않고 하루 버티기 챌린지라든지(온 바닥에 이불이나 베개를 깔아놓고 밟고 다닌다) 등 그런 정체불명의 놀이를 한다.


그러던 형이 엄마와 독서에 빠지자 둘째에게는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일 책을 보는 엄마와 형 때문에 자기는 심심하고 '책이 정말 싫다'라고 말했다.

둘째의 호소에도 1호와 나는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책을 읽어달라거나 지적 호기심을 같이 고민해 보는 이유라면 언제든 달려갔지만, 둘째에게 특별히 시간을 내 놀아주지 못했다. 내겐 내 인생도 중요했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심심함을 이겨내야 했다.

책을 읽는 우리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것저것 종이를 오리고 붙여 만들기도 하고, 때론 집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하며 그림책이나 학습 만화를 읽기도 한다.

(둘째 덕분에 흔한 남매 시리즈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나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을 한 적은 별로 없다.

그만 읽으라는 소리는 자주 한다.

나는 주말은 비교적 자유로움을 허용하지만

평일엔 루틴(규칙적인 습관)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아침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저녁 취침 준비를 해야 하는데,

9시가 넘도록 책을 보면 잔소리가 절로 나온다.


우리 집에서 자연스러운 독서 풍경이 가능한 이유는  

1. 어느 정도 가정의 규칙과 규율이 있고(엄마의 반 강제적 부분도 살짝 있지만)
2. 미디어는 정해진 시간에만 하고
3. 집이 심심하고 스스로 놀거리를 찾아야 하며
4. 아이들 흥미에 맞게 책을 빌려 놓으니 독서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긴 하다.


유일하게 투자하는 놀잇감엔 보드게임이 있다.

아이들은 간단한 카드게임부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전략게임도 좋아한다.

20여 개의 다양한 보드게임이 있는데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편이다.


언젠간 1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책이 좋아?

스마트폰이 좋아?

라고 물었더니

둘 다 좋은데,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그런데 스마트폰은 한 번씩 질리기도 하는데
책은 여태 한 번도 질리진 않았어.


라고 대답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하교하고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스마트폰이긴 하다.

게임이 질리는 이유는 아마도 초등 3학년에게 허용하는 게임은 단순한 게임들이기 때문이다.

(마인****, 로블** 같은 게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팀을 이루는 게임 등은 아직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대답이 나왔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허용이 가능한 선에서 범위를 정하고 아이들과 상의하는 편이지만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종종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 또한 자기들이 생각해도 타당한 선에서 양심껏 협상이 가능한 편이다.


우리 집 평소 풍경이다.

1호는 우연히 '마션'-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를 읽고 거기에 나오는 원소 기호가 궁금하다고 책을 빌려 달라 했다.

중학교 화학 교과서를 빌려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 어떤 어려운 내용도 초등학생용 책이 있다.

상대성이론, 원소기호, 등 궁금한 것은 그 무엇이든 도서창을 검색해 보자.

아이가 궁금해 하는 그 어떤 것도 배울 수 있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원소기호 책을 보면서도 킥킥거리며 웃는 걸 보니. 아주 쉽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나 보다.


2호는 여전히 흔한 남매를 읽는다.

(흔한 남매의 학습 시리즈가 엄~~~~~~~~~청 많다.

2 호 아니었으면 놀리고 끝나는 흔한 남매 오리지널의 안 좋은 인상만 남을 뻔했다.)

2호의 모든 상식과 배움의 원천은 흔한 남매가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2호와의 대화는

''어머? 아들!  그런 것도 알아?

어디서 배웠어?''

.

.

''응, 흔한 남매 히히히'' x100

무한반복인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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