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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Feb 17. 2022

책 읽는 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은... 별로 없었다.

아들과 내 독서가 가속도 붙기 시작한 어느 날,

독서교육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 하부르타 교육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독서토론에 관한 수업도 들어보고 독서 교육에 관한 작가 강연도 듣고 책도 찾아 읽게 되었다.

 

새로운 사실을 배울 때마다 가슴 벅차고 습득한 배움의 감각들이 사라지기 전에, 아들과 습관으로 발전시켜 체득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아들은 ''이 책은 엄마랑 꼭 같이 보자.'' 하면


엇,
엄마 그 책 나 방금 읽었어.
괜찮아!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뒤로 몇 번을 더 그러기에  엄마랑 책 읽기가 싫냐고 물었더니,


사실, 엄마...

엄마랑 책을 보면
엄마는 말이 너무 많아.
답답해.
내 책은
그냥 내가 읽을게요!


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즐겁게 같이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하며

하하호호 마지막 장을 덮고 책에 관한 확장 활동을 하고 뿌듯하게 마무리하고픈...

나의 로망일 뿐이었다.


분명 내가 책 읽어주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어느 날부터 같이 보자면 나보다 먼저 읽어버리고는 손사래를 쳤다.


어느 날부터는  내가 순수하게 아이와 책을 읽고 싶은 게 아니라 머릿속에 '교육'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나서부터 였을 것이다.


독서를 통해 자기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을 나보다 더 먼저 알아챈 것 같았다.

아들은 자기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책에 빠져 들고 싶어 했다.


내가 싫으면 독서논술학원을 보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까 싶어서 이야기를 꺼냈더니


엄마, 그런 학원은...
괜찮아요.
  

그렇게 아이는 내 도움과 지도를 거절했다.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한글을 다 깨치지 못해도  걱정 안 했을 만큼 공부에 조급한 엄마가 아닌 쿨한 엄마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저 책을 꾸준히 읽는 아이가 기특했고 도움 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었을까?

책을 눈으로 읽기만 하는 아이에게 독서의 영역을 더 깊게 확장시켜 줘야 할 것 같은 부모로서의 책임감이었을까?


하지만

천천히 조금씩

자신의 방법으로 독서를 하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단지..

새싹이 피는 봄,

무더운 여름과 장마,

낙엽 떨어지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내리는 추운 겨울 어느 날에도,

난 늘 에코백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도서관에 간다.


그리고 늘 그렇게 책을 빌려왔다.

그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다.


이틀에 한 번씩,  어떨 땐 아이가 '상호 대차'나 '예약' 해 놓은 책을 애타게 기다릴 때면 하루에 두 번도 도서관을 갔다.


아이가 다 읽은 책은 반납 여부를 물어보고, 아이의 취향을 살펴 앞으로 더 빌릴 분야나 작가 책은 체크해두고 흥미가 없거나 하는 분야의 책도 빼둔다.


소장하고 싶어 하는 책은 구매하거나 특별히 흥미가 생긴 분야가 있다면 다른 책이 있는지 찾아보고, 좋아하는 작가가 생긴다면 그 작가의 다른 책을 더 구해준다.



작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책을 읽는 아들과 함께

나도 꾸준히

책을 읽어 왔다.


그래서 아들이 방학한 지금

우리 둘의 오전 일과는

평행이론을 이룬다.


아들은 아들의 책을,

나는 나의 책을,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도서관. 데이비드 스몰. 사라 스튜어트. 시공주니어

요즘 우리 아들을 보면 떠오르는 책.

주인공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책을 아주 좋아해서 나중에 집을 도서관으로 만든다.

저 그림처럼 울 아들도 도서관에 함께 책을 빌려 오는 길, 길에서 책 읽으려 해서 엄청 혼냈던 적이 있다.

나 없을 때 혹시나 그럴까 봐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에이~ 엄마랑 같이 가고있으닌까, (안전하니까) 본 거야!''

라고 쿨하게 대답하는 아들.


책 읽는 즐거움이 너도 나도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구나!

(아빠와 동생도 함께면 참....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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