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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Jan 29. 2022

아들, 너는 왜 책을  읽니?

초등 1학년 아들이 책을 읽는 이유


책 읽는 아들과 종종 다툼이 생기면서 난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 배부른 소리라 할지 몰라도 난 '폭발 직전'이었다.)


학교를 가야 하는데,

태권도장을 가야 하는데,

외출을 해야 하는데,

잠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늘, '이 페이지만, 여기까지만'으로 나의 말을 잘라먹는 아들에게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작년 12월쯤이었을까?

아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1. 재미있어서

2. 아는 게 많아져서

3. 시간을 때울만한 재미있는 놀이가 책 만한 게 없어서

라고 대답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김지수 저)에서 책을 읽는 이유는

내가 모르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서와

내가 아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읽는다 라고 했다.


아들의 첫 번째 이유는 재미있어서 읽는 것이고

이어령 교수님 말에 의하면

아들은 모르는 사실을 아는 기쁨에 책을 읽는것?

혹은

아는것을 확인하는 재미에 책을 읽는 것 같았다.


간혹 신기하고 명석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와~! 그걸 어떻게 알아?"

라고 물어보면

"책에서 봤어!"

라는 대답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런 것들이 다 기억나서 나에게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한 번에 동화책을 여러 권 읽은 날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나조차 헷갈려 이름을 뒤죽박죽 이야길 할 때면

그 책과 저 책의 주인공은

그 애가 아이라 저 애라고

아주 정확히 지적?을 해준다.


그러고 보니 대충 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들은 어떤 계기로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 한두권 정도 읽던 아들이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양장본을 읽고 jk롤링은 상상력이 천재라며 그녀의 책을 또 보고 싶어 '크리스마스 피그'를 단숨에 읽고,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을 읽고 또 읽고 감탄하기까지엔, 10개월이라는 독서의 꾸준함이 만들어낸 과정 었지만,

사실 처음 아들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이러했다.




아이 7살 때 나와 상의도 없이 남편이 아이에게 핸드폰 게임의 맛을 알게 했다.

작은 핸드폰에서 그렇게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다니!

완전히 그 신세계에 빠져버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게임은 최대한 늦게 알게 해 주고픈 내 생각과 반대로

어릴 적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어머님께 귀를 잡혀 끌려(?) 갔던 남편의 추억은 좋지 않아서

자긴 아들을 낳으면 같이 게임하는 아빠가 되는 것이 '로망'이었다고 한다.


그 로망을 아들 7살에 펼치는 남편이 참 야속하고 밉긴 했지만,

이미 게임의 세상에 빠져버린 아들을 돌이키기엔 너무 상심이 커서

그래서 한 약속이 1주일에 한번, 30분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게임 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지

그렇게 1년을 잘 지켜주다가 학교에 들어가니

아이가 불만을 토로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 중에 자기만큼 게임을 적게 하는 사람이 없다고

시간을 조금 늘려 달라며

불만 잔뜩 가진 표정으로 부탁했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와 상의 후 내린 결정이

'책 1권에 게임 10분'이라는 약속이었다.


그날부터 아이는 집에 있는 책을 하루에 6권씩 읽기 시작했다.

아직 글을 잘 읽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를 입학했지만

아들은 게임이라는 목표

더듬더듬 책을 읽어 나갔다.


얼른 게임을 하고 싶기에 짧은 책만 고르는 요령을 피운 적도 있고 봤던 책을 보고 또 보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엔 9권의 책을 읽고 게임을 1시간 30분을 한다고 해서

규칙은 규칙이라 얼떨결에 시켜줬더니

그 뒤로 하루에 9권씩을 계속 책을 읽더니

어느새 집에 있는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했다.


다른 책이 더 보고 싶다는 말에 전집 몇 질을 들여줬고

 다음 선택한 방법이 도서관의 책을 빌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가 게임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을 빌리기 위해서 매일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게임시간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줄여야 할 것 같아

하루 중 미디어(유튜브+tv+게임)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했다.


즉, 책을 9권 읽어도 1시간 30분을 게임을 할 수 없게 했다.


이젠 더 읽어도 게임을 시켜주지 않을 거라며 책을 빼앗던 어느 날,

아들은 나에게 이렇게 외쳤다.


응! 알겠어. 엄마,
게임 안 해도 되니까,
나 딱, 이거 한권만 더 보고...
딱 이것만!




그 후로 자연스레 게임과 책의 상관 관계는 완전히 분리되었다.

하루에 미디어 사용시간은 여전히 제한했지만 책은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이제 아들은 눈을 뜨면 책을 읽고,

자기의 할 일을 어느 정도 하고 난 후 허락을 맡고 게임을 한다.



아이는 게임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는 아이로 변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 1권 읽고 게임 10분을 하라고 하면 아이가 그 말을 듣나요?"라고 물어보시더군요.

"아,,, 엄마 말인데 들어야 하지 않나요?"라고 나는 대답을 했는데

그분도 놀라고(아이가 이런 제안에 수긍한다는 것에)

나도 놀라고(아이가 부모와의 약속에 반대한다는 것에 )

여하튼, 그랬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과 게임을 연결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책은 게임을 위한 수단만 되고,

그러다 책을 대충 읽는 잘못된 습관이 잡힐 수 있다고 염려하셨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절대 반대하셨지만,

저는 이미 아이가 게임이라는 세계에 입문하였고

반 친구 대다수가 하고 있는 미디어 사용을 막으려니 아이의 반항을(?)

막을 자신이 없었기에, 아이에게 '절제''약속을 지키는 노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1학년 아이에게 절제란, 참 어렵긴 합니다.

그래서 저도 최대한 늦게 알게 해줄 수 있다면

그러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드립니다.


미디어 앞에서는 늘 언성이 높아지는 엄마라

아이와 미디어로 투닥될때면

남편이 종종 원망 스러울때도 있습니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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