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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Feb 08. 2022

벼락 거지가 되고 난 주부가 선택한 길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

벼락 거지: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
월급만 모으고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거지로 전락하고,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        
        -네이버 지식백과-시사 상식사전-                  


작년 부동산 가격이 아주 핫했던 시절, 우리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던 낡은 아파트를 팔고 남편 직장 근처로 이사 가기로 결심했다.

부동산 매도 계약 도장을 찍자마자, 달이 바뀌며 아파트 매물 가격이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믿을 수 없었다.

'에이, 저 집은 우리 집이랑 차원이 다르게 좋겠지.'

그 후 족족 올라오는 같은 평수 매물보란 듯 바뀐 앞자리 숫자를 달고 올라왔고 앞자리 숫자가 또 한 번 바뀔 시점에 우리는 이사를 했다.

그러고 이사 갈 집은 당시 몇천만 더 주면 매수가 가능했던 전세였다.

이 집은 이사 온 집이 반년만에 2억이 올랐다.

우리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벼락 거지'가 되었다.  

그때의 아픔으로 그 후의 일상을 적은 글이 있다.

전업맘이 되고 난 후 1년 동안 일어난 몇 가지 변화 (brunch.co.kr)



아직도

예전 살던 아파트를

초록창에 검색하지 못한다.


며칠만 더 참았으면, 섣부른 판단에 자책하기도 했었고,

남편 직장과 거리를 좁혀 주겠다는 내 의지가 오히려 '한 없이 초라한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 괴롭고 힘들었다.

무엇보다 내 직장을 퇴사하고 이사하는 터라 경제적 빈곤까지 겹치고 집을 판 직후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니, 마음의 병을 얻고 몇 주간 앓아누웠던 것 같다. 그렇게 이사를 와서도 마음을 다 잡으려 해도 도통 추스를 수 없었다.




어느 날,

아이가 집에는 더 이상  책이 없다고 해서 동화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다니다가

우연히 어린이 열람실 한층 위 계단을 올라갔더니 성인 열람실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책을 만나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높은 책장, 빼곡히 담긴 책, 책 냄새가 반갑기도 낯설기도 했다.

무슨 책을 봐야 할지 몰라 한참 멍하니  책장 사이에 서 있다가 표지나 제목이 끌리는 책을 한 두권 빼 보게 되었다.

그때 내 상태는 할 일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무기력  상태라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단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에 육아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오은영 박사님 책을 시작으로,  

육아 교육서(공부보다 공부 그릇, 엄마의 하브루타 대화법, 하버드 부자수업, 우리 아이 공부습관 엄마가 전부다...)

육아 경제서(돈을 아는 아이는 꾸는 꿈이 다르다, 하루 10분 엄마의 돈 공부,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우리 아이 부자수업...)

육아 독서교육(공부머리 독서법, 초등 1학년 공부 책 읽기가 전부다, 듣는 독서로 완성하는 아이의 공부 내공, 하브루타로 시작하라,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초등 국어 뿌리 공부법...)

다른 종류 책도 읽고 싶어 시야를  조금씩 넓히기 시작했는데 마음을 위로하고 잡아주는 책, 평소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을 정말 무식하게 닥치는 대로 읽었다.

책을 읽지 않고 산 세월이 너무 길어 책 읽는 시간도 많이 걸렸고, 어려운 책은 쉽게 넘겨지지 않았기에 일단은 내게 흥미 있고 가독성 좋은 책 위주로 읽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즈음 내게 위로와 용기를 줬던 책은 김미경 강사의 '엄마의 자존감 공부' '꿈이 있는 여자는 늙지 않는다'였다.

본격적으로 독서에 빠지게 된 계기는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독서천재 홍대리 시리즈'를 읽고 '책을 읽고 꿈을 꿔야 내가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년 동안 1만 권의 책을 읽었다는 김병완 저자의 '백수의 1만 권 독서법'은 충격적이었다.

저서 중 1만 권 독서법에 나오는 독서법개별적으로 설명한 책 몇 권 더 읽었는데

책도 제대로 된 독서법으로 양적으로 넓게 질적으로 깊게 읽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정말 좋았던 책이 참 많았지만 '미움받을 용기'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뒤통수가 얼얼한 책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신세계가 열렸다.

경제관념 빵점인 내가 경제 계발서를 읽으며 하나 둘 실천하기 시작했고, 

육아서를 읽으며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하며 자책하기도 했지만

(오은영 박사님 말씀이 모두 다 맞고 좋은 이야기이지만, 개구쟁이 아들 둘 현실 육아에는 이 클 수밖에 없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 그쯤.)

아이들에게 '욱'이 올라올 때면 정신을 차리고 의식적으로 책에 읽었던 내용을 말과 행동으로 새기려 노력했다.


내 생각과 생활 그리고 삶이 모든 면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고 인생이 180도 바뀌거나 현재 드라마 같은 반전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별반 다를 게 없는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도 1년 전 상실감과 무기력감에 빠져 살았던 나는..

더 이상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조금좋아지고 다.





<모리스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 윌리엄 조이스. 상상의 힘>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은 모리스에게 다가와 준 한 권의 책.

그 책으로 모리스는 '책이 살고 있는 집'으로 초대되고 책과 일생을 함께하며 자신의 책을 남기고 떠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유명 글귀처럼

'젊었을 땐 내가 책을 보살피고, 나이가 들어서는 책이 나를 보살핀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닿은 책.


뒤죽박죽인 내 인생에도 한 권의 책이 다가와 준 것처럼,

주인공이 책에 흠뻑 빠져 세월을 보내는 장면이 정말 감정이입이 되어 뭉클했던 책.

나도 이렇게 오랫동안 책을 친구 삼아 살았으면.. 하고

마음을 품게 해 준 따뜻한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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