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반짝 빛나는 Sep 13. 2022

동화책 읽는 동네 아줌마

동화책 읽는 동네 아줌마 이야기

나는 동네 아줌마다.


우선, '아줌마'에 대한 나름 불호를 이야기하자면

난 이 단어를 좋아한다.

단지,

신혼 때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나가고 있는데 거스름을 덜 받았다며

나를 향해 "아줌마~~~!"

라고 소리치는 사장님 부름을 못 알아 들었을 뿐,

이 단어를 싫어하지 않는다.


동네, 교회 아이들은 내게'이모'라고 불러준다.

그럴 때면 뭔가 어색하여

"응~! 그래, 아줌마가~~~"

하고 종종 명칭을 바꿔 대답하기도 한다.

그런 나를 보며 친한 언니가

"아줌마? 그냥 이모라고 하지, 우리 애들이 웃더라. 네가 자꾸 아줌마 아줌마 해서..^^!"

라고 말한다.


나는 왠지

그 아이들에겐 진짜 이모가 있을 텐데, 아이들 진짜 이모의 발치도 해주는 것이 없는데

'이모'라는 타이틀을 같이 불려도 되는지 일단은 민망하다.


내게도 '이모'라고 부르는 가족이 단 한 명 있다.

수십 명의 조카들을 정중히 사양하고 있는 사이 조카는 이미, 언니의 수많은 지인을 '이모'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드는 배신감)

멀리사는 피붙이 이모보다는 가까이 있는 이웃 이모가 더 좋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내겐 동네, 교회 아이들에게 이모가 아니라 동네 아줌마로서 만족한다.




약 1년 전부터 아이 둘과 그림책과 동화책을 신나게 읽기 시작하면서 함께 읽었던 좋은 책을 다른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 아이가 있는 지인이나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책을 추천하며 책 이야기쟁이 동네 아줌마로 지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동네 신문 기자로 그림 동화책을 소개하게 되었다.

그땐 동화책을 나 만큼 좋아하고 많이 읽는 동네 아줌마는 없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은 있지만 열심히 찾아 읽어도 숨어있는 보석 같은 책은 늘 뒤늦게 발견하고, 다양한 신간 책이 내가 읽어내는 속도보다 빠르게  쏟아져 나온다.)

우리 아이에게만 아닌 더 많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

많은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독자가 되었으면 하는 하는 바람이, 내 부족한 조건들을 넘어서는 순간 용기가 생겼다.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고민이 생겼다.

지인들에게 책을 소개해주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은 할 수 있겠는데,

활자가 박혀 영구적으로 새긴 신문이라니..!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단지 그림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는 이유만으로

전문가가 아닌 그냥 동네 아줌마가 공식적 매체에 책을 소개하기가 참으로 민망했다.


혹시나 전문가의 글이라고 오해를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화책 읽는 동네 아줌마'로 타이틀을 잡았다.

야심 차게 자필 로고도 만들고 종이 신문을 나조차 읽어 본 지 수십 년이 지났기에

글을 막 읽기 시작한 유치원 아이들도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쉽게 쓰고 싶은 마음에

말하듯 구어체를 쓰고 나를 지칭하는 '필자'대신 '아줌마'라는 단어를 쓰면서

호기롭게 동네 신문에 발을 슬며시 넣었는데...!


내 로고는 편집되고, 아줌마라는 단어를 불편해하는 눈치가 보이고

기사만 기름처럼 따로 노는듯한 구어체는 신문에 누가 되는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최근 독서 지도사 공부를 하며 알게 된 또 하나의 민망한 사실은,

내가 여태 쓴 기사는 서평도 감상문도 리뷰도 아닌 아주 요상한 글임을 알게 되었고

(그런 글을 매번 아무 말 없이 실어주셨던 편집장님께 죄송하고 감사할 뿐이다.)  

혼자 거드럭 거리며 차곡차곡 서랍에 모아둔 기사들을 들여다보게 되는 날엔

어느 순간 혼자 몰래 보아도 부끄러워 얼굴이 닳아 오르는 민망함을 느끼곤 했다.


초기에  의도한 계획과 기사들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긴 했지만,

꾸준히 매달 한 꼭지의 글을 쓰며

1년 동안 내 기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성장해 가고 있었다.

'예전의 글이 부끄럽고 민망하다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그나마 배움을 통해 나아가고 있어서 다행이었고

지금이라도 내 과오를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

(여전히 내 글은 부끄럽긴 하지만..!)


이런 내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나는 여전히 동네 아이들에게 '아줌마'이고 싶고

더 이상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은

성장하는 '동화책 읽는 동네 아줌마'가 되고 싶다.


+

게다가 이젠,

'동화책 쓰는 동네 아줌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아무도 모르게

공모전에 지원하려고

창작 동화를  쓰고 있다.

아하하!^^♡

이전 03화 욕하던 주부가 독서를 하며 생긴 변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