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어른이 되고 싶은 아줌마의 글(feat. 활활 발발. 어딘. 위고)
글방에 오는 이들에게 나는 종종 우아한 독자로 남으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하지만 우아한 독자로 남고 싶은 사람은 결코 글방에 오지 않는다.
재능의 발견이 곧 고초로 이어지는 운명에 이끌린
자기 의지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선택'을 받은
해사하고 맑은 눈망울들이 글방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아직 세상에 없는 이야기가 눈을 빛내며 기지개를 켠다.
활활 발발. 어딘. 위고-
아아 이제 다 끝났어. 청소도 빨래도 보내야 할 팩스도 써야 할 편지도 해야 할 안부 전화도,
산란하고 산만한 모든 일을 마침내,
끝내고 책상 앞에 잠시 넋을 놓고 앉아,
가만히 빈 종이 혹은 빈 화면을 바라보노라면 꼬물꼬물 올챙이 같은 것들이,
겅중겅중 소금쟁이 같은 것들이,
파르르르 물잠자리의 날갯짓 같은 것들이 날아다니고 뛰어다니고 헤엄쳐 다니다 첫 문장을,
만들어낸다.
-활활 발발. 어딘. 위고-
쓰다 보면 문득 짙은 의심이 든다.
내가 쓰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글이란, 이야기가 나를 이용해 생을 획득하고 이어가고 확장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작가의 몸이란 어쩌면 이야기를 전하는 경로가 아닐까.
그 글에 꽃피고 새 울고 은성한 그늘 드리우라고 모질고 냉정하게 담금질하는 거 아닐까.
작가의 재능이란 그러므로 행운이면서 동시에 고난일 수밖에.
-활활 발발. 어딘. 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