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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Jun 30. 2023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그래도, 쓰고 싶다.

브런치에 글을 안쓴지 10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10개월의 통계를 주르륵 보니

우와 정말 신기하게도

조회수가 0인 날이 딱, 하루뿐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장황하게

나름의 글을 쓰지 못한 핑계를 살짝 써본다.


1. 글을 쓰고 나면 흑역사 박제, 혹은 확언이 된다.

*내가 쓴 글과 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다면?

책을 탐독하며 읽던 시절, 즐거움을 위한 소설을 읽는 시간은 사치(?)라고 느껴져

소설은 절대 읽지 않는다는 글까지 썼는데,

지금 내 최애 독서는 소설이다.

(게다가.. 소설을 쓴다는 핑계로 브런치를 멀리한 지 10개월이나 지났다. 민망;; 이불킥)


*내가 쓴 글과 같이 살아보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면?

나의 결의에 찬 다짐들과 자랑들을 글로 늘어놓았으니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특히나 자랑질은,  뽀롱나면 안 되니 계속 의식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한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 저자님들은 그 말씀들 여즉, 잘 실천하고 계실지 궁금할 지경!)


2. 내 글은 쓰다 보면 시시해진다.

생각이 문득 나서 글을 막 쓰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음날 묵혀둔 글을 다시 읽어보면

글이 너무 별로이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게,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지금 브런치 서랍 속에 숨겨둔 글만 열몇 편,

(글감 모아둔 것까지 합하면, 20편이 넘는다.)

노트북 속에 공모전 준비한답시고 쓰다만 소설만 4편...;;


다시 손을 대거나 퇴고하고 싶은 글이 없다는 현실 앞에서


글이 쓰기 싫어졌다.


정말

.

.

.


너무


완전


싫어졌다.




그래서 마감이 정해진 신문기사나 기자단 글만 썼다.

(어쩔 수 없이 반드시 정해진 기간 안에 꼭 써야만 하는 글)


예전엔 기사를 쓸 땐, 마감과 동시에 다음 기사 소재를 찾고 글을 쓰기 시작해서

다음 마감일까지 수십 번의 퇴고 끝에 기사를 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젠, 내가 쓴 글을 수십 번 보는 그 지난한 퇴고 과정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

마감일이 다가오면 미루고 미루다 글을 쓰기 시작한다.


약간의 긴장과 스트레스와 함께 혼신의 몰입을 다해 글을 쓰고 퇴고를 마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송을 누름과 동시에 그 글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쓰고 싶은 날이 너무 많다.

길을 걷다가

산책을 하다가

아이들과 이야길 하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길을 가다가도...


글이

참으로

정말로

.

.

쓰고 싶다.


'언젠간 이 막막한 한계의 벽을  뚫고 한걸음 성장할 날이 올까?'라는 기대와

'매일 이렇게 머물러 있으면 어쩌지?'라는 걱정과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 공존하며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나는 렇게


글을 쓰기 싫고,


또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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