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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Feb 09. 2024

걱정과 두려움은 쪼개야 제맛!

보도 섀퍼 <멘탈의 연금술>

친구 하나가 한 달 동안의 휴가를 얻었다며 우리 집에서 잘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럼, 괜찮지. 언제 올 건데?'

친구는 그날 저녁, 여행 가방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찾아왔다.


최근 들어 더욱 초췌해진 친구를 보면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집에 문제가 생겨 우울증이 찾아오고,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저 친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주며 마음의 짐을 덜어줄 뿐이었다.


그런데 친구를 보내고 난 다음, 글을 쓰기 위해 책을 펼치니 이런 문장이 보인다.


흔히 우리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 지금 걱정이 있어."
앞으로 이런 말은 다음으로 대체하라.
"나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걱정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즉 걱정은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다. 존재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 갈등, 시련, 난관 등이다(주 1).


걱정은 존재하는 대상,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이니, 걱정의 근원지는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뇌과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걱정을 하는 동안 사람의 뇌는 생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걱정을 바라보지 말고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어야 한다. 문제를 직시하면서 걱정이 아니라 해결책을 생각해내야 한다(주 2).


친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았다.

집에 커다란 빚이 갑자기 생겼고, 그 때문에 가족관계도 불편해졌다. 본인에게도 정신적, 신체적 문제가 생겼다.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에 대한 걱정,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될지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이 문제들은 결코 쉬운 것들이 아니다. 걱정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마인드를 바꾸고, 걱정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체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느 날 코치가 작은 노트를 건네며 말했다.
"이 노트에 지금 자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게나. 그리고 그게 왜 두려운지도 기록해 봐. 가장 큰 두려움에서부터 사소한 걱정까지 낱낱이 적어야 해(주 3)."


걱정의 실체를 알기 위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이다.


보도 섀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라는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노트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라고 적고 보니, 너무 추상적인 같아 밑에 '돈'이라고 적어 넣었다. 그리고 지금 현실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았다.

'백수 신세지만 빚은 없었다. 1년 정도는 백수로 살아도 굶어 죽지는 않을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돈' 옆에 '웃음거리'라고 적었다. 사업을 해보겠노라 큰소리 빵빵 쳤다가 한없이 쪼그라든 그를 보며, 아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여유를 찾은 상태에서 '웃음거리'라 적은 것을 들여다보니 웃음이 났다.


그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어보니, 타인의 조롱에서 평생 못 벗어날 것 같았던 두려움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안들과 결의가 떠올랐다고 말한다. 두려움의 가장 큰 원천이었던 '돈'과 '웃음거리'가 생각보다 큰 두려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숨통이 트인 것이다.


"두려움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는 잠시 멈춰 서서 그 눈덩이를 잘게 쪼개야 하지. 쪼개면 쪼갤수록 알게 되지. 눈덩이 속에는 작은 눈송이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내가 키운 두려움뿐이라는 것을(주 4)."


친구가 집에 머무는 동안 보도 섀퍼의 글을 소개해 주고, 함께 적용하면서 고민을 나누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디선가 이 글을 읽을 친구와 독자들 모두에게 좋은 지침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주1, 2, 3, 4) 보도 섀퍼, <멘탈의 연금술>, 2022, TORN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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