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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Feb 11. 2024

이불 밖은 위험해!

시골개 이야기 6

우리 집 앞마당은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어 있다.

시골이다 보니, 농기계가 다녀야 하기 때문에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한쪽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진풍이의 집. 아침에 나와 보면, 마당에 앉아 물끄러미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심심하면 바닥에 턱을 길게 늘어뜨리고 잠을 자기도 하고, 가끔씩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으려고 뛰어오르기도 한다. 제가 아무리 날래봐야 파리를 어떻게 잡겠다고. 그래도 주인이 오면 좋다고 꼬리를 흔들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저 목에 있는 줄을 풀어주면 어떨까 늘 생각한다.


진풍이와 함께 산책하는 루트는 예닐곱 개 정도. 매번 내가 선택해서 데리고 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 있나 보다. 항상 잘 알아듣고 따라오는 편이어서, 특별히 다른 곳으로 가고자 할 때는 내가 함께 따라가는 편이다. 


우리 집 근처 갈대밭은 아닙니다^^;;

여러 산책로 중에 진풍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는 갈대밭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밟을 때마다 마른 갈대와 풀들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데, 진풍이는 그 소리가 듣기 좋은가 보다. 천천히 다가가다가 폴짝 뛰어오르면서 갈대가 만든 구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마치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갈대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킁킁 냄새를 맡는다. 숨어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연신 발을 밟았다 뗐다 하면서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곰곰이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게 갈대밭에만 오면 진풍이는 신이 난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한 번은 숨어있던 고라니 한 마리가 갑자기 뛰쳐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때 문득 잡고 있는 줄을 놓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을 놓아주니 껑충껑충 뛰어 달아나는 놈을 쫓아 쏜살같이 달려간다. 언덕을 내려가 작은 개울을 건너고 고라니를 따라가던 녀석이, 그만 놓쳤는지 쫓아가다 말고 냄새만 맡고 있다. 나도 녀석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는데, 아쉬운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는 녀석을 보고 웃기기도 했지만, 얼마나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문득 미안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갈대밭에 오면 줄을 풀어준다.

마음껏 뛰어 놀라고. 하지만 녀석이 종종 갈대밭을 벗어나 혼자 돌아다니기도 한다. 갈대밭에서 놀 때야 안심이 되지만, 길을 벗어나면 어디로 갈지 모르니 걱정이 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길도 나와 함께 다녔던 길이다. 한참 뒤에서 따라가면 앞서 가던 녀석이 뭔가 냄새를 맡고 킁킁대고 서 있다. 풀어놔도 나와 함께 다녔던 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다른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녀석이 덩치가 작고 사람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풀어줄 것도 같은데.

낯선 사람을 보고 짖어대는 것을 보면, 풀어놓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도로로 차도 많이 지나다니는데, 잘못하다 치어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말 그대로 개죽음이다. 어렸을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가 돌아다니다가 쥐약을 먹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녀석은 약을 먹고 죽어가면서도 집을 찾아왔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집을 그리워하면서 찾아오는 녀석을 보면서, 어린 나는 많이 울었었다.


그런 기억이 있기에 더더욱 풀어주고 싶지 않았다.

혹시 아무거나 주워 먹고 또 잘못되면 어떡하나. 어쩌면 이것도 개를 옭아매면서도 스스로 옳다고 정당화시키는 비겁한 변명은 아닐지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은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니까. 산책을 하다 보면, 외래종으로 보이는 큰 개 하나가 목줄도 없이 자유롭게 집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곤 한다. 성격도 온순하고 다른 개들과도 잘 어울려 다닌다. 물론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대한다. 그래서 진풍이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좀 사교성을 기르라고. 그런데 어쩌나. 이 녀석은 천성이 원래 그런 걸.


아쉽지만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구할 때까지는 불편해도 좀 참아주기를 바라, 진풍아~.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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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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