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서 만난 미스트롯

대가야 유적관, 지산리 고분군

by 소중담

< 여행 첫째 날 >


2차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 저녁을 먹고 난 후 갑자기 어지럽더니, 밤에는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하늘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식구들이 다 달라붙어 마사지하고, 주무르고, 손을 따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먹은 것을 다 쏟아내고 간신히 잠이 들었다.


다음날 동네 병원을 찾았더니, 장 트러블이 아니라 여름에 기력이 떨어질 때 종종 그런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약을 먹으면서 이삼일 조심히 누워있으면 회복될 거라고 하는 이야기에 맥이 빠졌다. 더구나 당수치까지 높게 나와 추가 검사까지 받은 터라 더 걱정되기도 했다. 다음날 병원을 다시 찾아 혈액샘플을 채취하고, 서울의 큰 병원으로 정밀 검진을 의뢰했다. 결과는 다음 주 화요일에 나온다고 하였지만, 몸 상태도 나아진 것 같고, 부모님 휴대폰 문제도 해결되었고 해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2차 여행을 나섰다.


아직까지 정신이 좀 얼얼하다. 하지만 대가야 박물관까지 오는 길은 즐거웠다. 고대하던 여행을 이제야 시작하니 마음이 후련하다. 역사박물관은 내년까지 휴관이라 못 보고, 유물박물관과 고분군만 둘러보았다.


가야고분군에서는 유난히 순장자들의 유골이 많이 발견된다. 순장자는 살아있을 때 자진해서, 혹은 강제로 죽임을 당하고 순장된다. 대부분은 강제로 죽임을 당한다.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권력자들과 함께 묻혔다는데, 그들과 가족이 겪었을 고통과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 그런데 순장자들의 숫자로 권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니, 참으로 야속한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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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 음악제를 볼 수 있었다. 미스트롯 출연자들이 공연을 한다는 말에 사람들이 많이도 모여 있었다. 나는 미스트롯에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누가 누구인지 모른 채 그냥 노래와 춤을 즐기기는 하였으나, 공연하는 사람 중에는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먼저 공연장에 올라 분위기를 돋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노력과 실력, 재능에 따른 자리가 주어진다는 것이. 하지만 정말 그것이 맞는 말일까? 어느 누가 한 사람의 실력과 재능, 노력의 정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단 말일까?


‘제 분수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 ‘사람은 다 자기 자리가 있다’는 말도 싫어하지만, 성공한 누군가처럼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라는 말 또한 싫어한다. 소위 ‘성공’ 했다는 누군가의 주위에는 ‘성공’ 하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의 인생이 모두 실패한 인생이란 말인가? 열등하고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소린가? 성공하여 많은 것을 소유하고, 특권과 호사를 누리는 대열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사회, 그러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화려한 조연,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로 사람들이 추켜세우지만, 정작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주인공이지 조연이 아니다. 다만 현실이라는 벽 때문에 주인공이 되지 못할 뿐, 모두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열패감에 빠지지 않고, 자기만의 인생을 설계하고, 그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 자유로운 사람들은, 정말 멋진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령에는 24시 찜질방이 없어 대구까지 이동해서 태평양 24시 찜질방에 숙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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