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라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살아갈 이유'라는 것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갈 이유가 없어 이 세상을 등지고 떠나간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소위 '살아갈 이유'가 없어도 잘만 산다.
"그냥 사는거지, 뭔 의미가 필요한가? 재미가 있으면 재미있는대로, 재미없고 따분하면 또 그런대로, 어차피 안고 살아가야 할 몸뚱이가 있으니 그냥 사는거지."
그렇게 말하는 그들에게 과연 삶의 의미라는 것이 없을까?
사실 사는데는 뭔가 거창한 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축제와 같이 생각하고 모든 순간을 즐기며 감사하고 사는 삶이 최고의 삶이 아닐까?
하지만 누군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의 순간을 만나고 인생을 시험받는다.
"이런데도 너는 살겠느냐?"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인생의 고비를 만나고 삶을 시험받는다. 그리고 그 시험대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중량과 밀도가 달라진다.
인생은 '복불복'처럼 순탄한 인생과 굴곡 진 인생이 교차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한 사람에 대해 '인갑답게 살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평가를 내린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우리가 삶에 걸고 있는 기대는 진실로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삶이 우리들에게 걸고 있는 기대인 것이다. 우리는 삶의 의미에 관한 질문을 멈출 필요가 있다. 그 대신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매일같이, 또는 수시로 삶에게 질문을 받는 존재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대답은 반드시 말과 명상이 아닌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처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는 삶의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앞에 끊임없이 놓여지는 삶의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것이다. ⁎주)
우리는 종종 "꽃길만 걸으라"는 말로 서로를 축복해주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사람의 인생이 결코 꽃길만 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꽃길만 걷고 싶다"는 것은 개인이 삶에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 우리의 영역 밖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손에 쥐고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내 인생이 나의 것'이 아닌 것이다.
개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개인의 삶조차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말이, 내 삶을 좀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모든 노력과 열심이 모두 헛되다고 말하는 '무용론'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세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우리의 인생 또한 그 한복판에서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사람이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삶에 기대를 걸면서, 삶이 나에게 무엇인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삶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찾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의 말을 빌리자면, 삶의 과제를 찾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책임 혹은 운명이요, 더 거창하게 말하면 '사명'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전 세계 5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조던 피터슨도, <질서너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삶을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의미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목욕탕'이라고 불렸던 가스실과 시체를 태우던 '굴뚝', 그 지독한 지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참혹한 삶.
마지막 피하지방층이 사라지고, 해골에 가죽과 넝마 옷을 입혀 놓은 것 같이 보이고, 육신이 자기의 살을 뜯어먹기 시작하여, 내장 기관은 그것 자체의 단백질을 소화시키고, 근육은 사라져 버리는 강제 수용소의 삶.
그곳에서 빅터 프랭클이 발견한 '유일한 살아갈 이유'이자 궁극적인 삶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삶이 나에게 걸고 있는 기대.
---------------------------------------------------------------------------------------------------------------
주)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청아출판사, 1994, p.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