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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Dec 13. 2023

삽은 왜 들구 댕기슈?

시골개 이야기 2

나는 진풍이⁕와 산책을 나갈 때마다 삽을 들고 간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내 행동이 이상한 모양이다.


한 번은 내가 중학생일 때 체육을 가르치셨던 선생님 댁을 지나고 있었다.

진풍이가 꽃나무에 이리저리 몸을 비벼대고 오줌을 누더니, 자세를 잡고 똥을 싸기 시작한다.

똥 싸는 개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본 적이 있는가?

제발 그러지 말자.

개도 무안해한다.


활처럼 몸을 구부리고 싸다가, 마지막에 뒷다리를 힘껏 튕겨 올리며 허리를 곧추 세운다.

그러면 '관성의 법칙'에 의거, 가만히 있으려는 똥과 위로 힘이 가해지는 몸이 분리되며 똥이 아래로 떨어진다.

놀랍게도 개들은 본능적으로 관성의 법칙을 알고 있다!


이제는 삽이 일을 할 차례다.

싹싹 땅을 긁어내어 똥을 치우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이 녀석이 똥을 싼 자리가 자갈밭 위였다.

자갈이 삽날에 쓸리며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크게 난다.

힘겹게 똥을 담아내고 돌아서는데, 선생님이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계신다.

'왜 저렇게 무섭게 쳐다보시지?'

진풍이도 선생님의 투기가 느껴졌는지 크게 짖어댄다.

나도 당황하여 얼른 인사드리고 자리를 피했다.

'선생님이 왜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셨을까?'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여전히 진풍이는 온 동네의 모든 냄새를 다 맡고 다니느라 몹시 바쁘다.

그런데 밭에서 일하시던 분이 불쑥 내게 물으신다.

"삽은 왜 들구 댕기슈?"

나는 대답한다.

"예? 아~, 똥 치울라구요."

"아~" 아저씨는 큰 깨달음을 얻으신 듯 통쾌하게 웃으신다.


그때 알게 되었다.

개똥을 치우려고 삽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사실, 시골에서 누가 삽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치우겠나.

사방이 화장실인데.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그분도 삽을 들고 다니는 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셨던 것이다.

원래 진지해지면 표정이 무서워지는 분이신데, 그때 선생님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셨던 것이다.

'개를 산책시키는데 왜 삽을 들고 다니는 거야?'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개똥은 좀 치우고 삽시다!

우리 진풍이가 점점 똥개⁎가 되어가고 있다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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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시골개 이야기 1'편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똥개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시고르자브종'(시골잡종)을 지칭하기도 하고, '똥을 먹는 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본 글에서는 후자의 의미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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