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긴기다림 Oct 19. 2024

질문과 답

 딸아이가 묻습니다. 아빠는 내가 질문한 것만 말해주지 않고 장황하게 말해내가 A를 물었는데, A만 대답해 주면 되는데 A부터 Z까지 대답해 줘. 따로 이유가 있어?” 딸아이의 질문에 두서없이 이야기하고 나서 제게 돌아온 말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질문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대답이 질문자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장황하게 이야기하니 답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야 하고 여유가 없을 때는 곤란하기도 하겠습니다.     


  ‘나는 왜 길게 대답할까’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한 번에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워서입니다. 질문은 정확한 답이 있는 단답식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주관식이라고 해도 하나의 답만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질문은 아무리 공신력 있는 자료를 근거로 해도 주관적입니다. 주관적이라는 것은 맞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을 제 안에서도 찾아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외따로 의미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똑같은 상황을 이야기해도 상황까지의 길이 다르면 지금의 상황은 같아도 앞으로는 다릅니다. 특정한 이야기가 어떤 맥락에 있는 것인지 모르면 듣는 사람에게는 다른 의미로 들릴 수 있습니다. 질문의 답이 당장은 맞는 것 같지만 답이라는 것이 고정적이지 않기에 시간이 지나면 안 맞을 수 있습니다. 답이 어떤 흐름을 거쳐 이르렀는지를 알아야 변화하는 답을 질문에 맞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련된 생각을 많이 했기에 누군가 질문하면 물꼬를 터주는 기회가 됩니다. 생각하고 쓰면서 담아왔던 내용이 많은지라 조금이라도 문이 열리면 한 번에 내보내려 합니다. 생각은 내 안의 댐에 많은 물을 저장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댐의 물은 많아집니다. 언젠가는 물을 내야 하는데 질문이 댐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댐에 갇혀있던 물들이 바깥 구경을 하고 싶어 앞다투어 나가려 해서인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질문의 답을 장황하게 하는 편인가” 아내는 긍정의 미소를 보입니다. 질문하는 사람에게 대답하는 것만으로 할 바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라도 상대방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거나, 또는 불편함을 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런 말을 해 주는 딸아이가 한 편으로는 고맙습니다. 이런 말을 누가 하겠습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불편한 마음으로 그냥 들어줍니다. 겉으로는 도움을 주고받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의 옹이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해 오던 대로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행동을 돌아봅니다. 책을 통해서도 배우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말에서도 배웁니다.      


    질문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그 영역에 내공이 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질문자의 답을 두괄식으로 이야기하고 맥락에 대한 이야기는 질문자에게 필요한지를 물어야겠습니다질문자와 답변자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하늘빛이 좋은 하루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하늘을 보며 미소 짓는 하루 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부자에 관한 의문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