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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still Mar 05. 2022

나는 그저 요가가 좋았다.

인도로 요가를 공부하러 간 계기

내가 인도를 왜 가게 된 것일까? 한창 붐이었던 배낭여행!  1999년도 나의 첫 배낭여행에서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는데, 예정도 없이 태국에서 캄보디아 앙코르왓트로 이동했었다. 방콕에서 시엡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그 긴 여정! 이제는 다시 해보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잊지못할 여정이었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비포장도로 위를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는 지프트럭 짐칸에 앉아 모래바람을 맞으며 긴 시간 달려갔었다.  비포장도로 짐칸에 앉아있으니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엉덩이는 통통 튀고 고생한 여행인데 그 때 짐칸에서 바라본 아름답게 지던 그 석양을 아직도 잊을수 없다. 사실 앙코르왓트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하고 유명한 곳이라기에 무작정 갔었는데 그 장엄함에 압도되어 버렸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나 인도의 대서사시를 그려놓은 앙코르왓트의 벽화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는 오기같은게 생겼었다. 꼭 앙코르왓트를 다시 올 것이고 그 이전에 인도 여행을 해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내용을 내가 머물렀던 숙소 방명록에 적어놓았다. 다음 해에 미스테리로 가득찬 앙코르왓트를 다시 보고 싶어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어쩌다 보니 전에 머물렀던 숙소를 이용하였고 내가 남겨놓은 방명록을 보고서 다음 여행은 인도로 가겠다고 정했다. 그 이후로 인도를 제 집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더니 서른 중반에 인도로 과감하게 떠났고 5년을 공부했다.   


삼십대 중반에 10년 직장생활로 모은 돈으로 서울 한복판에 투룸 전세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 돈을 들고 인도로 철학을 공부하러 가겠다고 하는 나에게 다들 미쳤다고 했었다. 5년 공부하고 나에게 남은 것은 2개의 석사졸업장이고 나는 5년 인도에서 공부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인도 매력은 무엇일까?  인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입국 후 딱 3일안에 인도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린다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인도가 너무 좋다는 사람과 하루 빨리 인도를 떠나야겠다는 사람으로 극과 극으로 나뉜다. 나는 인도가 좋았다. 안되는 영어로 현지인들과 소통하는게 주눅들지 않았고, 인도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과 길게 뻗어 있는 눈썹을 보면 어쩜 저렇게 이쁠 수가 있는지를 연신 감탄하곤 했다. 강렬한 태양아래에 천연색 사리(인도 여성전통복장)를 입고 황량한 벌판을 거니는 것을 보는 것도 특별한 매력이었다.  물론 인도하면 치안의 위험도 있지만 나는 안전한 곳을 안전한 시간에만 여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여행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인도 여행을 하기전에 대학교 특별프로그램으로 요가를 경험했었고 약 1 개월정도 요가학원을 다녔었는데 그 기억도 좋았기에 첫 인도 여행에서 요가 수업을 며칠 경험했다. 인도가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요가가 좋아서 였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첫 인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요가학원을 등록했었다. 내가 처음 방문한 요가학원은 아사나 동작을 볼 수 있도록 한 쪽 벽에는 큰 거울이 있었고, 마룻바닥에 자세교정을 위한 도구들 (쿠룬타, 요가 의자, 스트랩, 봉 등등)이 놓여 있었고, 나는 이곳에서 몇 년 동안 아사나를 배웠다. 



요가학원에서 아사나를 배우면서 몸을 비틀고 앞으로 숙이고 뒤로 넘기고 이런 자세들을 하는데 살이 빠지고 몸의 핏이 좋아지는 게 눈으로 보여서 너무 좋았었다. 요가매트 위에 두두둑 하고 떨어진 땀을 보면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꼈고, 힘겹게 아사나를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확실함을 알기에 더 열심히 했고 재미도 컸다. 운동은 정직한 것이고 하는 것 만큼의 보상이 따르는 것 같다. 요가 아사나를 할 때면 직장생활 스트레스도 잊고 아사나 자세를 만들어가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체중도 줄어들고 핏도 좋아지고 피부도 깨끗해지고 탄력도 늘어서 피부가 전 보다 더 좋아진 것을 경험했고 주위에서 말도 많이 들었다.  꾸준한 운동으로 삶의 활력도 되고, 안되던 아사나 자세들이 점점 되어갔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도 좋았다. 


나는 그저 요가가 좋았다.  


아사나가 깊어지고 나서 내가 맨 처음으로 경험한 것은 겨울에 동상에 걸린 손가락이 걸리적거렸었는데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하면서 동상 손가락 부위에 뭔가 찌릿찌릿한 느낌이 한 달 넘게 가더니 동상의 증상이 사라졌다. 쟁기자세와 어깨서기자세를 할 때면  가슴 쪽에서 따뜻한 스믈스믈한 느낌의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고 왠지 모르게 내 삶이,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넘쳐났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 삶의 큰 물줄기에서 변화가 온 듯했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낮은 자존감에서 오는 불안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것 같았다. 꾸준한 운동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내 삶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요가로 인해 내 삶은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1년쯤 지났을까 아사나를 하면서 오는 통증과 친구가 되어갈 즈음에 내 육체가 변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다녔던 요가학원은 기존의 요가학원들과 달리 크리야(요가정화행법)도 함께 가르쳤었다. 네띠(코정화행법), 쿤잘(위 정화행법), 트라타카(눈 정화행법)도 하고 쁘라나야마(호흡법)와 간단한 명상도 안내하였었는데 아사나보다는 그런 것들이 더 재미있어졌다. 정화행법 수련을 하다보니 아사나를 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고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세포들이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외관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변화는 찾아왔다. 일상생활하면서 좋아하던 술 먹는 것이 꺼려졌고, 옆에서 누가 담배를 피워도 이해할 수 있었던 담배 냄새도 맡기 싫어졌다.  점점 삼겹살이나 갈비 같은 음식들이 손이 안 가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로 먹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나는 지금 까지 10년이 넘게 채식을 해오고 있다. 채식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이었다. 가장 큰 심적인 변화는 감사함이었고, 지금의 현재의 순간에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한 듯했다. 아사나와 호흡수련 그리고 잠깐씩의 명상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오는 감정의 기복을 조절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때 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기 시작했고 인정하고자 했다.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가 있고 나는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가 아사나를 하면 할수록 나는 요가를 평생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평생 할 것이라면 삼십대 중반에 요가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늦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요가가 좋았고 요가를 공부한 후에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를 배울 거면 요가의 본 고장인 인도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짧은 영어! 그 당시에는 그것도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다. 나중에 석사과정에 입학하고 난 후에 아찔한 멘붕을 경험했었지만 그 당시는 용감했었다.  나는 도전했고 인도로 요가를 공부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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