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경전이 말하는 아사나
친구가 이전 브런치 글을 읽고 나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A: 요가는 뭐고 아사나는 뭐야?
B: 아사나? 그건 몸을 움직이는 요가 자세를 말하지.
A: 그게 요가 아니야?
B: 음... 그건 요가의 일부분이야.
A: 아사나하고 요가가 똑같은 것 아닌가? 살 빼려고 하는 운동이 요가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보네....
갑자기 묻는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는 아사나는 요가 자세를 뜻하는 게 맞다. 그런데 요가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사나에 대해서 그저 요가 자세라고만 이야기 하기에도 너무나 미흡한 답변인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요가 경전을 다시 뒤적거렸다.
많은 사람들이 요가하면 요가 매트 위에서 요가복을 입고 수련하는 모습으로 알고 있다.
요가를 집대성한 빠딴잘리 성인은 아사나를 요가의 8단계 중 3번째라고 이야기했다. 요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뭐 요가에 8단계 씩이나 있냐며 되물을 판이다. 그렇다. 아사나는 요가의 한 부분이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아사나는 요가 자세라고 나온다. 인도 요가 경전 중 하나인 하타요가프라디피카(Hatha Yoga Pradipika)는 아사나, 프라나야마, 무드라와 반다, 사마디에 대해 이야기하였으며 84개의 아사나(요가자세)를 설명하였다. 이 84개의 아사나 중 단 하나의 아사나 자세만이라도 완벽하게 꾸준히 수련한다면 깨달음의 상태인 사마디를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요가 경전 게란야사미타 (Gheranda Samhita)에서는 8,400,000 종류의 아사나가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이 세계의 모든 종 8,400,000종에 맞는 각각의 아사나가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인간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은 다 깨달음을 위한 여정을 위해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아헹가 요기(Iyengar Yogi)는 그의 저서에서 200개의 아사나를 설명하였고, 서구에서 요가 선구자로 알려진 스리 다르마미뜨라 (Sri Dharma Mittra)는 1,000개가 넘는 아사나 자세를 사진으로 남겼다. 개인적으로 다르마미뜨라 강의를 통역한 적이 있는데 이분의 강의가 참 좋았고, 요가를 잘 알리려 노력하시는 모습과 함께 겸허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하타요가에서 아사나는 요가 자세이며, 그중 앉는 자세를 칭한다.
요가 경전에서 말하는 요가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도구이며, 마음을 제어하는 기술을 얻는 것을 말한다. 하타요가는 쁘라나나 쿤달리니와 같은 미세한 움직임을 일으키는 요가 자세, 아사나 수련을 함으로써, 내면 의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종국에는 해탈의 상태인 Moksha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이렇게 적기는 쉽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정말 뼈를 깎는 노력 이상을 해야 가능할 것이다.
인도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가장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타요가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이 귀중한 기회를 늘 기억하며 건강한 신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하게 아사나 수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꼭 찍어서 "앉는 자세"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명상을 하기 위함이며, 내면의 집중을 위해 신체 내의 에너지 흐름이 원활할 수 있도록 하는 자세를 뜻한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고대 요가에서 말하는 아사나는 내면의 영혼을 깨우는 필수적인 준비단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स्थिरसुखमासनम् (sthira sukham āsanam)
인도 요가 고서 빠딴잘리요가수트라(Patanjali Yoga Sutra) 2장 46절의 내용이다. Sthira는 견고하게, 흔들림 없는 (steady)의 뜻을 가지고 있고, Sukham은 편안한, 불편함이 없다(comfatable)는 뜻을 말한다. 위 문장을 해석하면 요가 자세(아사나)는 견고하면서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편안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인도 요가 학교에서 요가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그곳에서 아사나 수련은 거의 하지 못했다. 물론 게으름도 있지만 수업 일정이 새벽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고 과제물과 시험과 인턴까지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하려면 아사나 수련을 할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아사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 무리에 포함되지는 않았었다. 잠시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논문을 위해 한국에서 요가 선생님 한 분을 만났었는데 만나는 자리에서 나를 보고 요가하는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며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요가를 하는 사람이라 하면 나름의 분위기와 이미지가 있지만 인도 요가학교에서 시간을 보냈어도 아사나 수련을 게을리하여서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사나 수련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시작하면서는 바빴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사나 수련을 못하다가 작년부터 근처 요가학원에 등록하여 아사나 수련을 하고 있다. 직장생활도 해야 하니 매일매일 아사나 수련을 못할 것 같아 내가 정한 목표는 일주일에 2일을 요가학원에 나와서 아사나를 하자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아사나 수련도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것도 힘이 든데 규칙적인 아사나 수련을 통해 명상을 위한 준비를 하고 명상을 통해 내면에서 의식의 변화를 이끌고 해탈에 상태에 이른다는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요가 경전에서는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꾸준하고 규칙적인 아사나 수행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강조한다.
요즘 SNS를 보면 요가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아사나 수련하는 모습들과 완벽한 요가 자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진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요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인도 요가 경전에서 말하는 아사나의 뜻과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
이제 누가 나에게 요가가 무엇이고 아사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이와 같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친구 덕분에 나도 다시 한번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아사나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수련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출처: Hatha Yoga Pradipika
Patanjali Yoga Su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