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나는 개복치도 아니었을 것이다.
저번글에서도 한번 이야기했던 개복치.
유학 중 유행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4년 겨울, 모바일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라는 모바일 게임
작은 충격과 변화에도 금세 죽어버리는 커다란 물고기.
그것이 개복치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줄곧 좋아하던 가수분의 앨범 인터뷰를 보고
개복치는 단지 사람들에게 잘 못 알려진 생물이었을 뿐임을 깨달았다.
편견 때문에 사람들은 ‘유리멘탈’의 용어를
개복치로 치환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존경하고,
‘저런 음악을 하고 싶다’ 고 생각했던
아티스트의 앨범 인터뷰에서
개복치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개복치의 수명은 기본 20년이라는 것.
이제까지 가져왔던 개복치에 대한 편견은
2년이 채 안 되는 개복치의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2년이 넘어 성체로 성장하게 되면, 천적을 찾기 힘들어지는 꽤나 강한 생물이 된다.
육지에서도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와 호랑이가 코끼리를 만나거나 물소를 만나면
덤비지 못하는 것처럼, 개복치의 성체는 최대 4미터까지 자라며, 몸무게는 무려 2톤이 된다.
아주 약하게 보이는 생김새와는 달리, 성체가 된 개복치는 천적 없이 그저 바다를 돌아다니는
다소 외유내강한 생물이 된다.
이제껏 내 몸과 마음은 개복치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다를 유유히 유영하나,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해파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개복치였을지 모른다.
이리저리 방랑하며 약해진 몸과 마음을 가지고 다시 이곳에 돌아와
사람에게도 일에서도 꿈에서도 하나라도 틀어지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허나 지금의 나는, 조금은 성체에 가까워지는 개복치가 된 듯하다.
더 이상 나를 해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매달리지 않고,
정당하게 일을 위해 말을 할 수 있으며,
미래를 위해 더 나은 도전을 하고 실패하더라도 죽지 않는다.
그렇게 부정하고 놔버리고 싶던 '개복치'라는 나의 세계가
'해파리'가 되고 싶던 지향성과는 달리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두 가지 정체성, 개복치 그리고 해파리.
어떤 내가 될 것인가.
해파리처럼 파도를 타고 유영하며 살고 싶은 나일지,
깊은 바닷속에서 생각보다 강하고 끈질긴 물고기가 될지
유유히 유영하며 두 생물이 되고 싶다.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뭐든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