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에 해파리가 있을까. 나는 지금 심연과 심해에 빠져있다.
10월 11일 (금) 입원병동에서
마음과 몸 두 가지다 온전한 것이 없어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새로 들어간 프리랜서일은 힘들었어도
내가 드디어 나의 일을 하는 마음이 들어
별안간 취직준비와 사기취업이 판치는 바다에서
휘말리던 해파리가 유영할만한 일을
잠시라도 찾은 듯했다.
일본어로 대화하고, 그들을 돕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보조하는 일에
몸이 부서져라 힘들어도
5시간 내내 통역하느라 목이 아파도
웃음이 났고 이 시간이 지속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 시간은 단 일주일 만에 부서졌다.
우리의 관리자가 생겼다. 아무렇지 않았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다 있으니까.
자신의 화려한 이력,
서울이라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
당당히 자신은 나보다 훨씬 잘났다고 말하는 말투와 무시하는 시선에
그냥, 저러고 말겠지 내가 하는 일에서
나는 최선을 다하자 생각했다.
허나 예상은 왜 항상 빗나가질 않을까.
관리자는 나를 고용한 이에게
아마 자신의 마음에 내가 엇나가는 사람임을
모두 이야기한듯하다.
점점 나에게 대하는 관리자의 태도는
무시의 눈빛과 깎아내리는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적개심을 드러냈다.
원래 그런 사람이면,
모두에게 그런 사람이라면 차라리 나았겠지,
철저히 자신보다 위로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바뀌는 말투, 표정, 목소리가
정말로 완전한 무시 속에 나를 가둬놨구나
포기하게 되었다.
능력을 무시받은 일에 너무나도 화가 났고,
그것을 바보같이 내게 들킨
관리자에 대해 중간관리책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모든 걸 다 준비하고 마음을 먹고
내가 아파서 못했던 일과 모든 것들을
무급으로 쉬면서도 책임감에 해나갔는데 돌아온 건
나를 고용한 사람의 공격적인 말투였다.
똑같은 행동을 관리자가 했을 때의 말투,
그리고 완벽한 무시 속에 나를 가두는 말투
이 사회에서 내 목소리를 하나라도 내면,
아무리 프리랜서로서 고용당했다 해도
좋은 사업을 위해 예술가를 위해 일을 위해
정직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들에게는 죄악시되는 걸까.
이제 나 자신을 나쁘게 보게 된다.
너무 나댔는가, 관리자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그냥 넘어갔어야 했나
나서서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았어야 했나,
솔직함을 들키지 말았어야 했나
마음이 찢겨 몸까지 아파도
최선의 선과 예의를 지켜
사람을 대하지 말았어야 했나.
내 영혼이 담긴 일을 하기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데,
이제 내 방법이 틀렸나
나는 문제적 인간인가
이런 나쁜 생각이 들어 서러움의 눈물을 내리 흘렸다.
겉으로 강해 보이는 나 자신은,
생각이 심해와 같이 깊고 그 안의 생명체들보다 많다.
그리고 심해와 같이 깜깜하며,
나조차 그 생각이 무엇인지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나의 문제일까 남의 그릇된 평가일까.
나의 탓일까 남의 편견 된 시선일까.
일주일을 열과 목의 통증과 귀통증으로 아파
입원한 이 날에,
더욱이 아무도 없는 이런 혼자의 날에,
참으로 서러운 밤이다.
어두운 밤이다.
눈물이 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