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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Aug 06. 2021

그래도 삶은 끝나지 않았다. 여태까지도, 앞으로도.

2019년 12월 18일

OBJECTS IN MIRROR ARE CLOSER THAN THEY APPEAR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백미러에 적힌 문구다.


이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툭 떨어진 그것도. 주머니 속에 숨죽이고 있다 손 끝을 찌른 그것도. 언제나.

작년보다는 어른이 되었다. 0보다 1은 큰 숫자이니까. 하지만 1, 10, 100, 1000. 어찌 규격화하겠는가 싶은 일.

너희가 빌어준 대로 나는 살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어떤 것을 뜻하는지 정확히 몰랐기에 사용하지 못했던 위로나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참 따뜻한 것이고, 정말 아픈 거였네. 신발 바닥에 질질 끌리며 붙어오는 길가에 버려진 전단지처럼 얼마간 나와 함께 걷기도 했다. 기척도 없이.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해 안심한 채 누워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불현듯 잃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오르고, 불안함과 초조함은 배반이 빨라서 나를 다시 잃는 사람으로 만든다. 착각은 그렇게 다시 날 0으로.

공허가 주는 긴장감을 배우는 것은 무섭고 어려운 일이었다. 비어있음이 입장을 뜻하는 것인지 퇴장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정표를 주지 않아 익히기가 어려웠다. 낯선 곳의 상점처럼 매대에 익숙한 물건이 채워져 있음에도 묘한 이질감이 들게 했다. 가득 찬 공허는 내 세상을 빨간 불이 켜졌을 때 건너가는 것이 규칙인 곳으로 뒤바꿔 버린다, 역설을 더 채워내며.


혼자 있는 밤들을 이겨내야 했기에 외로움을 손에 들고 앞을 밝혀냈다. 그 빛은 결코 밝지는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눈의 조리개가 희미한 빛을 서서히 받아들이면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갈 기회는 얻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내가 던졌던 칼은 지구를 한 바퀴 빙 돌아 등 뒤에 꽂혔다. 너무나도 힘들게 버티며 살아야 했던 중력은 애석하게도 날려 보낸 칼을 다시 나에게로 오게 했다. 모두를 벗어날 수 없게 했고 누구에게나 같은 부담을 주었다. 다행히도 오늘의 나는 자상이 나의 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강한 너희를 보며 나는 매번, 매 순간 부러움에 사로잡힌다. 그 부러움의 축축한 습함이 익숙하지만 건조한 옷은 금세 젖고 다시 말라버리며 내 체온을 함께 앗아가 버린다. 한때 우린 서로 찔려 흥건한 바닥을 뒤로하고 돌아서서 쭉 걷기로 했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언덕을 이미 넘었는지 지평선 너머로 흘러들었는지 널 찾을 수 없었다. 너흰 참 잘 사라졌다. 내가 약했기 때문에 결과는 항상 같다. 나는 미숙하게 슬픔을 숨기고 너희는 능숙하게 기쁨을 찾아내는 거. 질투는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정말 차갑다.


관통당해 뚫려버린 상처가 어떻게 전처럼 메워지겠는가. 그저 수많은 살점과 피를 벽면에 낭자시키고 흩뿌린 채. 털썩 가라앉아 가만히 기대어 언젠가는 그 빈 곳이 채워져 낫길 바라는 날이로다.

다시 한기가 찾아온다. 잠을 많이 못 자서, 컨디션 난조 때문이라 여기며 내가 애써 외면해버리던 단지 겨울이 가져온 것이 아닌 찬 입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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