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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Jan 06. 2022

그리하여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던 일을 그만두었다.

2020년 11월 14일


좋아하는 밤 산책도 마다한 채로 집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그대로 놓여있고 정리하려고 한 마음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다. 역행하는 이 마음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최근에 끊어낸 것은 그랬다. 아마 올해가 가기 전에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생겨날 것이다. 그러한 전조는 항상 있었다. 나는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내진설계가 된 건물의 그것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휘청대는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걸쳐져있는 고리가 끊어지길 바라는 것처럼 달그락댄다.

지속되던 일들이 중단을 맞이하는 것은 급작스러운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관과 낙관의 어딘가에 있는 OO주의자라는 수식어. 이기를 이기지못해 아프고 이기를 져버려서 아프다.

이동 수단이 무엇이 되어도 짜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저 앞에서 차선변경을 해서 체증을 유발하는 어떤 차. 귓구멍을 각자의 소음으로 틀어막고 주위엔 신경도 쓰지 않은채 걷는 보행자들. 저 차가 터져버렸으면 좋겠다. 뒤에서 오금을 걷어차고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게 정상인가? 아니면 그냥 내가 사람을 싫어하나.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요트에서 즐기는 바캉스와 다를 바 없을지 모르나, 내가 떠올린 모습은 점점 삭아 닳아버릴 판자를 부표로 삼아 부여잡고 정처없이 부유하는 나. 즐기고, 만끽하는 일이 나에게는 버티고 견뎌내야하는 과업이 되어가는 것이다.

속이는 일인가? 기만하는 행위인가? 그 누구도 모른다면 비밀이 아니었던가. 정리해고 대상 1순위. 아무리 자신의 능력을 비춰봐도 인사고과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다. 차라리 시원섭섭하게 더 좋아지기 전 차이던 내가 그리울 지경.

네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표현이 맞다.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질 때 당장 망쳐버리고, 다 그대로 놓아버리고 튀는게 영영 소망 중의 일부가 될 줄이야. 아, 더 만들고 더 큰 집을 가졌으면. 그래야 더 즐거운 철거. 더 많고 크게 자리잡을 폐허.

진창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서도 잠은 저 위 침대에서 들고싶은 내 태도가 기분을 불쾌하게한다. 살아가는 모든 이가 나의 심기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스스로까지도.

동기부여를 매 순간 하는 삶도 고통. 버스 창 밖의 모든 것이 경쟁상대, 찍어 눌러야 하는 상대. 그게 내가 그 애와의 새벽 만남을 피한 이유. 서랍 가장 위에 놓인 옷처럼 캐리어 밑바닥에 쌓일 운명. 같잖은 우정을 끊은 이유. 계속 진심은 피해서 조준해 쏘는 이유.

5년 후를 기약하는 너의 말은 반갑기 그지 없다. 여우를 연기하는 내 눈에 보기에 좋다. 깃털만큼의 부담도 주지 않는 성품. 마음 놓고 벽돌을 쌓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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