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4일
좋아하는 밤 산책도 마다한 채로 집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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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그대로 놓여있고 정리하려고 한 마음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다. 역행하는 이 마음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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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끊어낸 것은 그랬다. 아마 올해가 가기 전에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생겨날 것이다. 그러한 전조는 항상 있었다. 나는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내진설계가 된 건물의 그것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휘청대는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걸쳐져있는 고리가 끊어지길 바라는 것처럼 달그락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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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던 일들이 중단을 맞이하는 것은 급작스러운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관과 낙관의 어딘가에 있는 OO주의자라는 수식어. 이기를 이기지못해 아프고 이기를 져버려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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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수단이 무엇이 되어도 짜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저 앞에서 차선변경을 해서 체증을 유발하는 어떤 차. 귓구멍을 각자의 소음으로 틀어막고 주위엔 신경도 쓰지 않은채 걷는 보행자들. 저 차가 터져버렸으면 좋겠다. 뒤에서 오금을 걷어차고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게 정상인가? 아니면 그냥 내가 사람을 싫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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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사랑이 요트에서 즐기는 바캉스와 다를 바 없을지 모르나, 내가 떠올린 모습은 점점 삭아 닳아버릴 판자를 부표로 삼아 부여잡고 정처없이 부유하는 나. 즐기고, 만끽하는 일이 나에게는 버티고 견뎌내야하는 과업이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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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는 일인가? 기만하는 행위인가? 그 누구도 모른다면 비밀이 아니었던가. 정리해고 대상 1순위. 아무리 자신의 능력을 비춰봐도 인사고과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다. 차라리 시원섭섭하게 더 좋아지기 전 차이던 내가 그리울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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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표현이 맞다.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질 때 당장 망쳐버리고, 다 그대로 놓아버리고 튀는게 영영 소망 중의 일부가 될 줄이야. 아, 더 만들고 더 큰 집을 가졌으면. 그래야 더 즐거운 철거. 더 많고 크게 자리잡을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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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서도 잠은 저 위 침대에서 들고싶은 내 태도가 기분을 불쾌하게한다. 살아가는 모든 이가 나의 심기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스스로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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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를 매 순간 하는 삶도 고통. 버스 창 밖의 모든 것이 경쟁상대, 찍어 눌러야 하는 상대. 그게 내가 그 애와의 새벽 만남을 피한 이유. 서랍 가장 위에 놓인 옷처럼 캐리어 밑바닥에 쌓일 운명. 같잖은 우정을 끊은 이유. 계속 진심은 피해서 조준해 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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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를 기약하는 너의 말은 반갑기 그지 없다. 여우를 연기하는 내 눈에 보기에 좋다. 깃털만큼의 부담도 주지 않는 성품. 마음 놓고 벽돌을 쌓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