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그 어느 해 보다, 그 누구보다 바쁘고 분주한 봄을 지내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5월, 계절의 여왕답게 여러 행사 일정과 선약으로 빽빽이 채워져 있는 탁상 일정표를 보면 연예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우선 5월 중순, 미술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행사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여성작가협회 주관으로 매년 개최되는 정기전이다. 전시 작품은 이미 3월 말 완성되었지만 작품 배송과 개막식 참석 등 여러 가지 신경 쓸 일들이 적지 않다.
두 번째는 기타 동호회와 관련된 일이다. 콜택문화재단 주최로 매년 개최되는 제10회 전국기타 동아리 페스티벌이 5.28에 개최된다. 행사는 금년 초 공고 되었는데 우리 동호회에서 참가 희망자를 모집할 때 나는 곧바로 손을 들고 참석의사를 밝혔다.
우리 동호회는 2년 전인 제8회 행사에서 금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는데 금상 당시의 동영상을 보니 수준이 만만치 않은 행사였다. 때문인지 나도 꼭 한 번 참여해 보고 싶은 생각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참가 신청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속해 있는 친목단체에서 주관하는 골프대회다. 5.31 개최되는 이 행사에서 주최 측은 여성들에게 두 팀을 할당하였는데 선수층이 넓지 않아 성원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오지랖이 넓은 나는 함께 도전해 보자고 제의한 후배의 권유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50세가 넘어 처음 시작한 골프는 현역에 있을 때 아주 가끔 필드에 나가는 수준이었고 퇴직 후에는 그나마도 제대로 못하고 가끔씩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정도이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점차 실력이 줄어들고 있으니 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러나 점수로 인해 민폐를 주지 않는 개인전이었기에 꼴찌를 면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출전을 감행키로 한 것이다.
때문에 이 모든 행사일정에 맞추어 나는 지난 3월부터 엄청나게 분주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3월 한 달 동안 전시회 작품을 완성했고 주말마다 기타 동호회 페스티벌 연습에 열심히 참여했다. 또한 가까운 골프 연습장에 들러 서너 차례 골프채를 휘두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들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고 매번 기본적으로 해왔던 기타 레슨, 듀엣 가요제 연습과 엄마로서, 두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로서 해야 할 일들은 거를 수 없는 것이었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바쁘고 고단할 때마다 십여 년 전 현직에 있을 때 성남시립예술단 금난새 지휘자님이 공무원교육원 강연에서 하신 말씀을 되새긴다. “사람은 모름지기 어려서는 공부를 잘해야 행복하지만 늙어 갈수록 예, 체능을 잘해야 행복하다”는 말씀이다.
현직에 있을 때 그 강연을 듣고 백배 공감하였지만 오늘날 내가 바로 그런 삶을 살아가리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금난새 지휘자님의 말씀이 명언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를 위해 퇴직 전부터 미리 기타와 그림을 시작하여 퇴직 후를 대비했던 것이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나는 날마다 잠들기 전 감사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 있을 일정을 미리 점검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적절히 안배하여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이다.
5월이 지나면 또 다른 일들이 주어지겠지만 우선은 5월에 있을 모든 행사에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면서 수년 후 퇴직을 앞두고 있는 많은 분들이 금난새 지휘자님의 말씀을 참고하여 자신의 빛나는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