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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미 Jun 04. 2023

분주했던 5월을 보내며

선택과 집중을 잊은 방만했던 삶에 대한 자기반성


올 한 해처럼 6월을 맞는 기분이 이토록 홀가분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5월 한 달간 너무나 많은 일들을 해 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직에서 은퇴해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도무지 거절할 줄 모르는 성격 탓에 정말 분주한 한 달을 보내야 했다.


결국 정신, 육체적으로 과부하가 걸려 어제, 그러니까 5월의 마지막 날 있었던 일정을 망치고 말아 과욕을 다스리지 못한 나 스스로 각성하는 기회을 갖게 되었다. 그래, 이젠 무리해서는 안 될 나이구나. 자제하고 내려놓으며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지향해야겠다고 다짐하며 5월을 떠나보냈다.


계절의 여왕답게 올해 5월은 유난히 행사가 많았다. 한국여성작가협회 정기전 (5.17-23), 전국 통기타 동호회 대축제 (5.28), 친목단체 골프대회 (5.31)가 있었고 친목 모임에서의 삼척 여행 (5.15-16) 과 그 밖에 공모전 준비, 7월 전시회 준비 등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정에 쫓긴 한 달이었다.


< 친목 모임 여행길에서 본 맑디 맑은 동해 삼척의 바다 >


결국 5월의 마지막 날 벌어진 골프대회에서 무리한 일정으로 체력 안배를 못한 탓에 나는 최악의 골프 역사를 쓰고 말았다. 몹시 우울한 기분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너무나도 필연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나를 되돌아보았다. 분명히 수락하지 않았어야 할 일정이었다. 후배의 권유에 못 이겨 참가 신청을 했다지만 나 또한 슬그머니 난생처음 골프대회에 참가해 보고 싶은 욕심이 솟아나 과욕을 부린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회 하루 전 날 같은 골프장에 티가 예약되었다며 연습 겸 라운딩을 제안한 선배들의 권유를 냉큼 받아들인 것도 문제였다. 운동 경기를 앞둔 바로 전 날 무리한 연습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볍게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라운딩을 가졌고, 그날 이상하리만큼 공이 잘 맞았다. 의외로 드라이버, 세컨드 샷, 그린 주변에서의 숏 게임에 퍼팅 감까지 매우 좋았다.


바로 그것이 독이 된 것이다. 가벼운 연습 라운딩이 아닌 심혈을 기울여 즐겁게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니 이튿날 있을 골프대회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이 넘치게 된 것이었다. 그 결과의 참혹함은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기로 한다.


5월 마지막 날의 혹독한 경험은 내 앞으로 살아갈 삶에 교훈이 되어 주기에 충분했다. 과욕으로 인한 방만한 삶을 멈추고 천천히 조금씩, 내가 소화해 낼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해야겠다는 뼈 아픈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선택과 집중을 잊은 채 이것저것 간 보듯 참여했던 생활을 접고 더욱 내실화를 이루는 계기로 삼고자 다짐했다.


그런 면에서 5월 마지막 날 일정인 골프대회가 오히려 나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삶의 방식을 교정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기에 골프대회 참석을 권유했던 후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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