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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미 Jun 16. 2023

전국 통기타 동호회 대축제

5.28  제10회 전국 통기타 동호회 대축제 참가 후기


나는 지난 5.27-28간 대전 한밭대 예술관에서 개최된 제10회 전국 기타 동호회 대축제 행사에 내가 소속된 동호회 회원 30명과 함께 참가했다. 동 행사는 콜텍문화재단이 통기타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개최하는 행사로 전국 각지 20여 개의 기타 동호회 회원 500여 명이 참여하여 서로 기타와 노래실력을 뽐냈다. 


우리 동호회는 지난 2018년 개최된 행사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어 이번에는 경연에 참여하지 않고 준비한 자유곡을 연주하는 발표회만 참여했다. 우리가 준비한 곡은 70년대 폴 앵커가 불렀던 PAPA라는 곡으로 지난 3월부터 약 3개월을 휴일을 마다하고 연습에 몰입했었다. 


나는 워낙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퇴직 무렵인 2018년 모 합창단에 소속되어 성악가 푸치니의 생가인 이탈리아 루까라는 도시에서 개최된 국제 합창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던 시기에 참여했던 그 합창공연은 결과적으로 내 인생에 아주 잘한 선택 중의 하나라고 생각될 만큼 즐거움과 보람 그 자체였다. 


과거에 푸치니가 실제로 공연한 바 있다는 푸치니 극장 무대에 서서 이탈리아 민요를 합창했을 때 공연을 참관하던 시민들이 박수로 호응하며 함께 떼창 했던 감격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루까시내 중심가와 푸치니 동상 앞에서의 버스킹 공연 또한 잊을 수 없는 한 편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때문에 나는 이번 행사 참가자 모집 시 거의 첫 번째로 손을 들었던 것 같다. 


< 이탈리아 푸치니 극장에서의 합창공연 > 


우리 동호회 많은 회원들이 직장을 다니며 취미활동을 하는 관계로 우리는 부득이 3개월 이상을 휴일에 시간을 짜내어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합창단원이야 번갈아 가며 서너 명 결원이 생겨도 그만이지만 행사를 총지휘했던 리더나 건반, 베이스 등 세션 멤버들은 3개월 내내 휴일을 반납해야 했다. 


그렇게 모든 단원의 열성적인 맹연습 끝에 기타 곡이었던 원곡을 4부 합창곡으로 편곡을 해서 원곡과 달리 약간은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이 드는 PAPA로 재탄생시켰다. 


드디어 행사 당일,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대전으로 내려가는 날 하필이면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는 당일에도 하루 종일 그치지 않고 줄기차게 쏟아졌다. 평소 운치가 있어 비 오는 날을 무척 좋아했었지만 왠지 그날만큼은 기타를 메고 새벽부터 움직이려니 비 오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아침 일찍이 도착하여 리허설과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행사가 시작되었는데 20여 개 참가팀 중 제일 첫 번째가 우리의 발표 순서였다. 일반 합창과 달리 기타 연주를 함께 해야 해서인지 더욱 긴장되는 느낌이었다.


1인당 마이크가 하나씩 배당되어 기타는 물론이거니와 가사 하나라도 틀리면 그대로 노출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큰 실수 없이 우리 순서를 마칠 수 있었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단원 전체가 집중하니 무엇인지 모를 큰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단 5-6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30명의 단원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최선을 다해 연습한 발표곡을 무대에 올려 큰 실수 없이 성공리에 마치니 그 보람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엇인지 모를 아쉬움과 허전한 감정이 뒤따랐지만 나는 우리 팀 뒤로 이어진 20여 개 팀의 발표를 보면서 지루한 줄 모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께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물론 여러 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다양하게 구성하는 등 각 팀마다 개성을 한 껏 살려 연주하는 것을 보며 우리 팀도 좀 더 다양성을 가미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큰 실수 없이 무사히 연주여행이 끝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무사히 행사를 치르고 귀경하는 길 관광버스 안에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팀원들이 다량의 음주와 가무를 즐기는 가운데 행한 고성방가였다. 


기타 동호회는 뭔가 조금은 다를 것이라 기대했던 나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버스 안이 떠나갈 듯한 소음 속에서 나는 차라리 귀를 막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관광버스 안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는 일. 한 시간 반가량의 귀경길이 내겐 정말 고역이었지만 그래도 기타와 노래로 또 하나의 추억을 쌓은 그날은 즐겁고 보람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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