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은 다소 차가웠지만 어두운 밤하늘에 둥근달과 별이 주위를 환히 밝히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져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저 멀리 숲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향취를 더한다. 달과 별이 비취는 밤하늘 아래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우리들의 작은 축제, 가슴에 뿌듯함이 밀려오며 “바로 이것이 행복이지”라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날은 바로 내가 새로이 가입한 기타 동호회에서 매월 개최하는 듀엣 가요제의 밤이었다.
<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는 둥근달과 별빛이 선명하다 >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기타 동호회에 가입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개인전 준비의 압박이 거세게 밀려오던 때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동호회에 즉석으로 가입을 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첫 모임을 가졌을 때 오디션이라는 명목으로 무대에 나가 떨면서 노래를 하던 기억이 새롭다.
늘 기타와 노래를 함께 할 동료들에 대해 목이 말랐지만 바쁜 공직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퇴직한 지 수년만에 드디어 내게도 기타를 함께 치며 노래할 동료들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경이로웠다. 아니 이렇게 기타를 사랑하고 잘 치는 사람들이 많았단 말인가?
우리 동호회는 요일별로 특정 장르와 성향별로 나뉘어 반이 개설되는데 나는 다소 여유로운 금요일 하루를 동호회에 나가 동료들과 기타와 노래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바로 금요 반에서 얼마 전부터 매월 말 듀엣 가요제라는 이벤트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매월 초 사다리를 통해 그 달의 듀엣 파트너를 정하고 노래를 선곡, 한 달간 연습한 후에 월말이 되면 동료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 발표장소는 섭외를 통해 주변 지역의 모 카페로 정했는데 카페의 옥상 야외 공간에서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달의 나의 듀엣 파트너는 마치 가수 고 김광석이 빙의한 것처럼 하모니카를 불며 김광석의 노래를 그 보다 더 감칠맛 나게 부르는 후배였다. 동호회에서 후배의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팬을 자청했었는데 마침 듀엣 파트너가 되어 역시 김광석의 노래를 함께 부르게 되었다.
< 야외 조명을 받으며 듀엣 파트너와 함께 노래 부르는 장면 >
서로가 바쁜 가운데 몇 차례 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지만 워낙 감성이 뛰어난 파트너 덕에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우리의 차례를 넘기고 모두 일곱 팀의 노래를 감상했다. 이후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기타와 노래 솜씨를 뽐내며 쌀쌀한 봄날 밤이 깊어만 갔다.
그 날이후 내게 또 다른 도전의식이 생겼다. 하모니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다. 물론 수년이 지나도 기타를 치면서 하모니카를 불며 노래하는 것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겠지만 어찌 되었든 꼭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충동질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하모니카 도전기를 독자님들께 소개할 날이 있을지도 모를 것 같다.
기타를 시작한 지 십여 년만에 동호회에 가입하여 제대로 기타와 노래를 즐길 수 있게 되니 정말 하루하루가 재미나고 즐겁다. 그러나 내가 동호회 가입하자마자 활발한 활동이 가능했던 것이 지난 십여 년간 독방에서 손가락에 피나도록 연습을 하고 F3 등 친구들과 함께 노래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지난 시간도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동호회 가입 이후 그림으로 인해 잠시 소홀했던 기타 연습을 다시 열심히 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주어진 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알뜰히 안배하여 그림, 기타와 노래 모두를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볼 심산으로 오늘도 나는 굳어진 손가락 끝을 어루만지며 기타와의 씨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음번 나의 듀엣 파트너는 누가 될 것이며 또 어떤 노래를 선곡하여 부르게 될지 기대되는 아침이다.